'삼수 끝 2R 진출' 보스턴, 마침표 찍은 '숨은 실세'

2017-04-29     박진서 기자

[루키=박진서 기자] 조용하나 강하다. 

'심(心) 스틸러' 에이브리 브래들리(27, 보스턴 셀틱스)가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하며 소속 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을 이끌었다. 1대1 수비가 취약한 아이재아 토마스의 약점을 완벽히 메우면서 공격에서도 펄펄 날았다.

브래들리는 2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2017 NBA 플레이오프 1라운드 시카고 불스와 6차전서 23점을 쓸어 담았다. 팀이 105-83으로 크게 이기는 데 한몫했다. 야투율과 외곽슛 성공률 모두 75%를 거뒀다. 눈부신 슛 감각으로 공수에서 보스턴 1선을 책임졌다. 

2연패 뒤 내리 4연승했다. 보스턴은 시리즈 스코어 4승 2패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최근 2년 연속 1라운드 탈락 쓴잔을 맛봤다. 삼수 끝에 두 번째 계단으로 발을 딛는데 성공했다. 다음 달 3일부터 워싱턴 위저즈와 동부 세미 파이널을 치른다.

승패는 일찌감치 갈렸다. 보스턴은 전반을 54-41로 앞선 채 마쳤다. 점수 차보다 흐름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원정 같지 않았다. 보스턴 쪽으로 그라운드가 기울어진 모양새였다. 1쿼터 중반 지미 버틀러의 연속 5득점, 드웨인 웨이드의 드리블 돌파가 나왔던 상황을 제외하면 딱히 '물결'이 요동친 구간이 없었다. 시카고 선수들은 48분 내내 발이 무거웠고 보스턴은 이를 효율적인 경기 운용으로 공략했다.

'마침표'를 브래들리가 찍었다. 64-47로 크게 앞선 3쿼터 4분 11초쯤 브래들리는 알 호포드의 핸드 오프 패스를 받은 뒤 왼쪽 45도서부터 자유투 라인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낮은 무게중심으로 상대 스틸에 대비하며 신중히 드리블했다. 미국 해설진이 "심해(深海)에서 지표 탐사를 수행하는 기계같다"고 표현했다. 버틀러, 로빈 로페즈가 앞을 가로막았지만 템포 조절이 가미된 드리블에 쉬이 컨테스트를 취할 수 없었다.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브래들리는 빠르게 플로터로 마무리하며 자신보다 10~20cm가량 큰 두 수비수를 무력화했다.

곧바로 이어진 공격에서도 빛났다. 속공 3점슛을 꽂았다. 사실상 쐐기포였다. 웨이드의 야투 실패를 토마스가 리바운드한 뒤 신속하게 시카고 코트로 넘어갔다. 순식간에 4-3, 아웃 넘버 상황이 펼쳐졌다. 토마스는 코트 정면에서 오른쪽 45도에 있던 제럴드 그린에게 패스했다. 그린은 슛을 쏘는 척하다가 오른쪽 코너의 브래들리에게 엑스트라 패스를 건넸다. 와이드 오픈이었다. 브래들리는 지체없이 발을 맞춰 점프했고 그의 손을 떠난 공은 림 그물을 출렁였다.

브래들리는 명실상부 보스턴 1선 수비 핵(核)이다. 경기 전 인터뷰가 이뤄지는 라커룸에선 항상 그를 향한 코치진·동료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거의 단골 메뉴다.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은 지난 1월 『매스라이브』와 인터뷰에서 "우리 팀 최고 스토퍼다. 승부처에서 인바운드 패스를 받는 상대 공격수를 보라. 초록색 유니폼 0번이 앞을 가로막고 있을 것"이라고 호평했다. 주전 센터 호포드도 "앞선에서 타이트하게 막아주는 브래들리 덕에 2선 수비 부담감이 크게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공격에서도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3년 전 장착한 외곽슛이 물이 올랐다. 브래들리는 올 시즌 55경기에 나서 평균 16.3점 6.1리바운드 1.2스틸 3점슛 성공률 39.0%를 거뒀다. 팀 내 득점·리바운드·스틸 2위를 기록했다. 외곽슛 성공률도 경기당 1개 이상 3점슛을 시도한 보스턴 선수 가운데 두 번째로 높다. 재 크라우더(39.8%), 토마스(37.9%), 아미르 존슨(40.3%) 등과 함께 팀이 코트를 넓게 쓰는 데 크게 한몫하고 있다. 

봄 들어서도 활약이 꾸준하다. 평균 15점 안팎의 점수를 기록지에 채우면서 상대 볼 핸들러를 온몸으로 막고 있다. 웨이드, 라존 론도, 마이클 카터-윌리엄스, 제리언 그랜트 등 시카고 1선은 이번 시리즈에서 모두 야투율 43%를 넘기지 못했다. 론도의 엄지손가락 부상 이탈 뒤 버틀러의 1대1 옵션이나 폴 집서의 외곽슛 정도를 제외하면 시카고 공격에서 눈에 띄는 '무기'는 없었다. 브래들리 효과다.

『ESPN』은 보스턴 중심축을 꼽을 때 "공격은 토마스, 수비에선 브래들리"라며 "브래들리는 버틀러, 니콜라 미로티치와 미스 매치돼도 동료들과 충분히 수비 밸런스를 회복할 때까지 공격수를 묶을 수 있는 선수다. 토마스를 대체할 자원은 적다. 토마스의 공백이나 부진은 보스턴에 치명적인 경기력 저하로 돌아온다. 그러나 브래들리를 대신할 선택지는 '없다'. 이는 올해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공인된 사실"이라고 힘줘 말했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