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리포트] 론조 볼을 괴롭히는 무릎 관절 연골 손상이란?

2023-11-29     이동환 기자

애석하게도 스포츠와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부상 관리는 현대 스포츠에서 너무 중요하다. 부상 위험을 미리 줄이고, 부상이 발생한 후에 잘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 선수와 한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루키는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메디컬 리포트’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정형외과 임상조교수이자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 창원 LG 세이커스 필드 닥터로 활약하고 있는 김두한 교수와 함께 다양한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이번 시간의 주제는 무릎 관절 연골 손상이다.

정리 및 질문: 이동환 기자
자문: 김두한 교수

*본 기사는 루키 2023년 1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Q. 무릎 관절 연골 손상은 다른 부상에 비해 농구 팬들에게 낯선 부상인 것 같습니다. 관절 연골 손상이 정확히 어떤 부상을 말하는지 궁금합니다.

A. 관절 연골은 몸 어디에나 있습니다. 뼈와 뼈를 연결해주는 곳, 즉 두 뼈 사이 구조를 관절이라고 하는데요. 관절에서 뼈 끝을 싸고 있는 것이 관절 연골입니다. 무릎 뿐만 아니라 어깨 관절, 팔꿈치 관절 등 모든 관절에 연골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무릎 관절 연골 손상도 운동선수에게 흔히 발생하고 있지만, 무릎에 있는 연골 손상이라 하면 많은 분들이 저희가 예전에 자주 다뤘던 “반월판 연골”을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무릎의 관절연골은 어떻게 보면 반월판 연골보다 무릎에서 더 중요한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관절 연골이 없으면 뼈끼리 부딪히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에 골멍이 발생하고, 더 진행하면 뼈가 변형되기도 합니다. 관절 주위의 뼈가 손상되는 것이 관절염의 시작입니다. 따라서 관절 연골은 관절의 손상을 막는 가장 중요한, 최후 방어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특히 한국에서 관절 연골과 반월판 연골 모두 “연골” 이라는 단어가 들어가기 때문에, 진단이나 치료에서 헷갈려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영어로는 관절 연골은 cartilage, 반월판 연골은 meniscus로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이 부위에 대한 이해가 높습니다.

 

Q.  무릎 관절 연골 손상에 대한 치료법이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치료를 알기 전에 우선 관절 연골의 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관절 연골은 혈관과 신경이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치료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혈관이 없기 때문에 손상이 발생하면 저절로 자연회복 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연골 재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가장 쉽고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수술 방법은 미세골절술입니다. 혈행이 없기 때문에 연골이 없는 부위에 뼈에 골절을 만들어 출혈을 유도하는 치료입니다. 
 

우리 피 속에는 재생세포나 줄기세포가 일정량 들어 있기 때문에, 출혈로 만들어진 혈전(피덩이)이 연골로 변하기를 기대하는 수술법입니다. 그림처럼 뼈에 구멍을 뚫어 출혈을 유도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매우 간단하고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수술은 연골 손상이 비교적 작을 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손상이 광범위하다면 적용이 불가능합니다. 병변이 너무 넓으면 출혈 후 혈전이 생기기 전에 혈액이 다 떠내려 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손상의 부위가 크다면 줄기세포를 이용한 수술을 고려해야 합니다. 줄기세포는 우리 몸의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수한 능력을 이용하는 “줄기세포 이식술”을 시행합니다. 

 

Q. 무릎 관절 연골 손상을 당한 사례로는 어떤 선수들이 있을까요?

A. NBA에서 무릎 연골 손상으로 수술을 한 대표적인 선수는 브랜든 로이, 그랙 오든,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크리스 웨버, 페니 하더웨이 등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 무릎 연골로 큰 부상을 당한 대표적인 선수는 론조 볼이 있습니다. 론조 볼은 현재 여러 차례 무릎 관절 연골 수술로 복귀가 늦어지고 있어, 연골 손상 치료의 중요성이 NBA에서 강조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Q. 론조 볼은 무릎 관절 연골 손상이 이후 1년 넘게 코트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나요?

A. 네, 무릎 연골 수술은 선수들에게 아주 치명적인 수술 중 하나입니다. 과격한 스포츠 중 하나인 농구에서 무릎 관절 연골 수술은 실패율이 상당히 높게 발표되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NBA 선수들도 대부분 무릎 연골 손상으로 수술 후 정상적인 복귀를 하지 못하였습니다. 특히 미세 골절술은 성공율이 50%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게 보고되어 “선수 생명을 종결시키는 수술”로 불리기도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선수로는 한국 축구의 해버지, 박지성 선수가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무릎 연골 손상으로 인해 2007년에 미국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서 수년간 고생하다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은퇴를 하였습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박지성 선수는 주말에 리그 경기를 하고 나면 3-4일은 무릎에 물이 차서 훈련을 전혀 하지 못 했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스케쥴이 빡빡하기로 유명한 NBA에서는 무릎 연골 수술을 하고 살아남기는 더 힘들 것 같습니다.  

론조볼 또한 비교적 젊은 나이에 무릎연골관련 수술을 하고 난 후 결과가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2023년 3월 현지 기사에 의하면 2번의 수술로도 (아마 미세골절술) 결과가 좋지 못해 “연골 이식술 (Cartilage transplantation)”이라는 수술을 3번째 수술로 받았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연골 이식술은 줄기세포 이식술과는 또 다릅니다. 손상부위의 연골과 뼈가 동시에 손상이 있어 재생능력이 없다고 판단될 때, 본인의 무릎 중에 사용을 하지 않는 연골과 뼈의 일부분을 동시에 떼어내 손상부위로 옮기는 수술입니다.

 


Q. 론조 볼처럼 무릎 연골 손상을 당한 케이스 외에도 다양한 관절 연골 손상 부상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일반적으로 스포츠 의학에서 많이 발생하는 연골 손상 부위는 어디인가요?

A.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분은 무릎과 발목입니다. 관절 연골은 우리 몸 모든 관절 어디에도 있을 수 있지만, 팔꿈치나 어깨관절은 골절이나 탈구처럼 관절 연골에 직접적인 외상이 있을 때 주로 손상을 당합니다. 하지만 발목과 무릎은 “체중부하관절”이기 때문에 모든 일상적인 활동에서 충격이 누적될 수 있습니다. 


Q. 관절 연골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권장되는지도 궁금합니다.

A.  관절 연골은 점프 후 착지나 일상적인 러닝 때 충격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충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충격을 조금이라도 줄여주는 것이 손상 방지나 손상 후 재활에 아주 중요합니다.

농구선수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쿠셔닝이 좋은 농구화를 선택하는 겁니다. 물론 십수년간 운동을 해 온 선수들은 본인에게 잘 맞는 농구화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릎이나 발목 연골에 문제가 있다면 쿠셔닝이 좋은 농구화를 착용하는 것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무릎의 근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점프와 스프린트가 많은 농구에서 하지로 가는 충격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엉덩이와 허벅지의 근력이 좋아진다면, 관절로 가는 충격을 근육이 흡수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근육의 기능을 올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할 수 있습니다. 

체중 조절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 체중의 5-10배 부하가 무릎 관절에 순간적으로 전달됩니다. 특히 무릎 연골 수술을 시행하고 나면, 수술 후 통증으로 활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많은 환자분들에서 체중 증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릎 관절연골 수술 후 체중 유지 또는 감량을 중요하게 설명합니다. 

 

 

Q. 관절 연골 손상은 연골의 퇴화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러면 나이가 많을수록 관절 연골 손상을 당할 가능성은 확실히 늘어나나요? 관절 연골 손상을 부르는 가장 큰 원인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말씀해주신대로 나이가 드는 것도 관절 연골 손상의 위험 요인들 중 하나입니다. 현미경을 이용한 연골 조직학적인 검사에 따르면 나이가 들수록 연골이 탄력성이 떨어지고 강도가 약해집니다. 그러나 무릎에서 관절 연골 손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은 반월 연골판의 손상 및 기능 저하입니다.

이전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릎의 반월 연골판은 체중의 50-70%를 분산시켜 줄 정도로 아주 중요한 구조입니다. 무릎 연골이 없으면 관절연골로 가는 부하가 200-300%가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 졌습니다. 즉, 무릎의 반월 연골판 손상이 있을 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 같은 경우 관절 연골 손상 환자가 동반손상으로 반월 연골판 손상이 있을 시 제거보다는 최대한 봉합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절 주위 인대손상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십자인대 등 무릎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인대의 기능이 없다면 무릎이 흔들리면서 연골의 마모(wear) 를 가속화 시킬 수 있습니다. 


Q. 무릎 관절 연골을 한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복귀가 느리거나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커리어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케이스가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A.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술 과정이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결과들 또한 선수마다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수술 뿐만 아니라 재활 과정 또한 매우 까다롭고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수술 후 혈전 또는 줄기세포가 단단한 연골로 성장하기까지 최소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동안 최대한 체중부하를 하지 않거나 최소한으로 하여야 합니다. 만약 부주의하게 체중부하를 심하게 하게 되면, 재생되고 있는 연골이 단단해 지기 전에 다시 으깨?져서 손상 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수술 보다 특별히 더 섬세한 재활과정을 가져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체중 부하를 하지 않으면 하지 근육은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관절 연골 수술은 복귀가 느리고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Profile
김두한 교수는...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관절경 수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부터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합류해 U18, U19 청소년 대표팀 팀 닥터를 맡았으며 2021년 FIBA U19 농구월드컵, 2022년 FIBA U18 아시아선수권에 동행해 선수들을 직접 관리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 학술 위원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팀 주치의도 겸임 중이다. 2023-2024시즌부터는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의 필드 닥터로 임명됐다.

사진 = 로이터/뉴스1, 김두한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