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R] "단 1초를 뛰더라도..." 농구 인생 승부수 걸었던 소노 김민욱

2023-09-18     김혁 기자

경기에 오랜 시간 뛰지 못했고 이적 시장에서 큰 리스크를 감수하고 모험을 선택했다. 주변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가득했지만 그의 승부수는 성공했고 웃으면서 새로운 농구 인생의 막을 열었다. 신생 구단 소노의 유니폼을 입은 김민욱의 이야기다. 옛 스승을 다시 만나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김민욱을 만나 깊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본 기사는 루키 2023년 9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연세대를 졸업한 김민욱은 205cm의 신장에 슈팅력을 갖춘 빅맨으로 이목을 끌었다. 첫 FA 때는 KT와 5년 보수 총액 2억 6,000만원에 계약하는 대박을 터트리기도 했다. 

KT의 탄탄한 빅맨진 사이에서 입지가 점점 좁아지며 엔트리에도 쉽게 들지 못하는 선수가 됐다. 리그에서 가장 많이 트레이드 소문에 거론되는 선수였지만 이적 또한 일어나지 않았다. 
  
“이전 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는데 감독님의 전술과 원하시는 농구에 스며들어야 경기에 뛸 수 있으나 그 점에 있어서 제가 충족되질 못했던 것 같아요. 트레이드 소문도 생기고 이야길 많이 들었을 때는 '그래도 나를 다른 팀에서 좋게 평가해주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니까 조금 위안이 되면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습니다.”

좌절감에 확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김민욱은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며 농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묵묵히 훈련에 매진한 그는 FA 시장에서 김승기 감독이 있는 데이원행을 택했다. 많은 이가 김민욱의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지난 시즌 내내 재정난에 시달렸던 데이원은 해체 이슈가 강하게 떠돌았고 자칫 뛰어보지도 못하고 팀이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프로 생활하면서 오래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 항상 일관성 있게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가졌어요. 지금은 코치가 되신 김영환 코치님과 한 6년 동안 같이 생활했는데 몸 관리를 철저하게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배운 바가 많았습니다. 경기에 뛰지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 프로 선수고 상황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제 몸에 투자하고 운동에 집중했습니다.”

“누구나 FA를 앞둔 시점에는 주가를 올리기 위해 경기에 많이 뛰어야 하는데 저는 그러질 못했으니 ‘나를 원하는 팀이 있을까?’ 라는 걱정도 있었어요. 하루하루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입장이었죠. 다행히 이 팀뿐만 아니라 다른 팀에서도 제의가 왔고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가족들을 설득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어요.(웃음) 부모라면 자식이 모험보다는 안정적인 길을 택하시길 바라실 거고 월급이나 해체 관련 이슈가 없는 다른 팀을 권유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이번 이적을 터닝 포인트로 삼고 싶었고 결과적으로 잘되긴 했지만 사실 큰 모험이었죠. 당시에는 김승기 감독님 한 분 보고 온 거였고 안 되면 타의로 다른 팀에 가게 되겠지만 그것도 제 인생의 운명이라 생각하고 모험을 걸었습니다.”

김민욱의 말처럼 그의 이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존재는 김승기 감독이었다. 김민욱이 신인이었던 KGC 시절 그를 지도했던 김승기 감독은 어려움에 봉착한 옛 제자에게 계속해서 손을 내밀었고 그런 스승의 격려가 김민욱에게는 큰 힘이 됐다.

“안양에 있을 때는 제가 신인급이었는데 어린 선수들에게 굉장히 엄하셨고 훈련 강도도 높았던 기억이 있어요. 그렇지만 시키는 것에 대해서 잘 이행하면 경기에 많이 뛰게 해주셨습니다. 이전부터 감독님과 연락은 꾸준히 해오고 있었고, 제가 힘들 때마다 힘내라면서 기회가 언제든 올 수 있으니 몸을 잘 만들고 있으라고 격려해주셨어요.”

“시합 끝나면 밥도 사주시고 하셨는데 그런 감독님의 따뜻한 격려가 저한테 운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탱할 수 있는 너무나 큰 힘이 됐습니다. 과거 제자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시고 하니까 도태되지 않고 동기부여도 얻고 마인드를 다시 세팅하는 원동력이 됐어요.”

“점퍼스라는 팀이 선수 구성상 4강에 갈 거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저도 이전 팀에 있을 때 다른 팀 경기도 다 챙겨봤는데 (김)진유를 포함해서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열심히 코트에서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저런 팀의 일원에서 시합을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막연하게 했던 것 같아요. 진유랑은 이 팀에 와서 야간운동을 같이 하는 사이에요. 수비 5걸상을 받기도 해서 수비도 알려달라고 하기도 하고 진유는 반대로 제게 슈팅에 대해 물어보기도 해요. 그래도 이렇게 서로 도와가면서 같이 운동하고 힘들긴 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데이원이 해체라는 파국을 맞이했지만 선수들은 힘든 순간에도 똘똘 뭉치며 좋은 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들의 간절함이 전해진 듯 소노가 KBL의 구원투수로 등판했고, 김민욱 또한 자신을 믿고 불러준 옛 스승과 함께 합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코치님들의 계약도 어떻게 될지 몰라서 선수들끼리만 훈련했던 기간이 있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도 선수들이 단단해지고 더 끈끈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있었던 팀들마다 다 문화가 있고 케미스트리가 존재했는데 여기 팀도 서로 이야기도 많이 하고 동료애가 강하면서 끈끈한 팀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팀의 일원이라 행복합니다.”

“소노에서 감사하게도 인수를 해주셨고, 감독님과 코치님도 모두 하나로 갈 수 있게 해주셨어요. 저는 감독님만 보고 들어왔는데 흩어질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상황에서 다시 감독님 밑에서 농구를 할 수 있게 해주셔서 하루하루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모험을 즐기는 편이 아닌데 한 번 감독님 믿고 선택한 게 잘 풀려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거취 문제도 완전히 해결됐고 농구에 집중해 코트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일만 남았다. 김승기 감독은 다음 시즌 소노의 라인업에서 김민욱이 많은 역할을 수행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비시즌 연습경기부터 붙박이 주전으로 출전하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김민욱 또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열심히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엔트리에도 들기 힘든 선수에서 원 없이 경기에 뛸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항상 휴가 기간에 쉬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루틴을 작년이랑 똑같이 가져갔고 경기에 많이 뛴 적이 오래됐기 때문에 잔부상이나 코트 밸런스를 염두에 두면서 웨이트나 먹는 것에 더 많이 신경 쓰고 있어요. 구단에서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셔서 어려움 없이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원 없이 뛴다기보다는 제가 더 잘해야죠.(웃음) 그래서 감독님께서 원 없이 출전시킬 정도로 잘해야 하는 게 맞는 것 같고 기본적으로 기회를 많이 주신다고 하셨으니 책임감을 가지고 코트에서 보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3점슛을 시도했던 팀에 합류한 스트레치 빅맨. 김민욱과 소노의 조합은 벌써 잘 맞을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가 많다. 상대의 뛰어난 빅맨들과 수없이 격돌해야 할 김민욱은 쉽게 말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도 보였다.

“다른 선수나 지도자에게 인정받는 선수여도 코트에선 그저 선수 대 선수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 누구랑 만나든 자신 있게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시합을 많이 뛰고 안 뛰고의 차이는 나중에 가면 자신감의 차이인 것 같아요. 예전부터 같은 과정으로 운동하면서 프로까지 온 선수들이고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해요. 한 장을 넘기는 차이는 자신감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고 실수하더라도 기죽지 않고 다음 플레이에 매진하려고 합니다.”

“KBL에서 내로라하는 A급 선수를 제외하면 다른 선수들은 어떤 잘 맞는 지도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제 스타일에 김승기 감독님의 전술이나 철학이 딱 맞다고 생각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구단 이름도 스카이거너스인데 플레이스타일이나 감독님께서 추구하시는 스페이싱 농구에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서 제게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이정현-전성현은 소노의 강력한 원투펀치다. 김민욱과 KGC에서 젊은 시절에 한솥밥을 먹었던 전성현은 KBL 최고의 슈터가 됐으며 이정현은 이제 유망주 딱지를 떼고 리그 최고의 가드 자리를 노리는 선수다. 김민욱은 두 선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KGC에 있을 때는 저와 (전)성현이가 신진급 선수였죠. 감독님께서 절 트레이드로 보내면서 따로 불러서 이야기도 해주시고 많이 아쉬워하셨는데 결과적으로 전 감독님께 배웠던 걸 잘 써먹지 못하고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성현이는 잘 커서 정말 정상급 선수가 됐어요. 다시 만나니까 감회가 새롭기도 하지만 팀에서 분명히 성현이, (이)정현이에게 맞춰져서 해야 할 플레이가 있기 때문에 제가 성현이에게 많이 맞춰줘야 할 것 같습니다.”

“정현이는 타 팀에서 봤을 때 당찬 이미지가 강하게 제 머리에 각인됐어요. 신인임에도 플레이하는 것에 있어서 패기가 넘치고 자신감이 느껴졌어요. 항상 감독님께 혼이 나더라도 경기 중에 웃는 모습을 보고 멘탈도 좋다고 생각했죠. 표정이 어두운 걸 한 번도 보질 못해서 마인드도 좋고 패기 있게 잘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지난 시즌 하위권 전력의 평가를 뒤집고 4강까지 올라갔던 소노. 이번 시즌도 전력에 있어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고 있지만 김승기 감독은 6강 진출을 목표로 또 한 번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김민욱 또한 충분히 팀이 6강에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더불어 그는 시즌 목표를 1초라도 좋으니 54경기 모두 코트를 밟는 것으로 정했다. 

“선수들이 감독님이 원하시는 플레이를 잘 수행한다면 6강은 충분히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번 시즌도 임금 체불 이슈가 있는 상황에서 동기부여가 쉽게 나오지 않음에도 4강까지 갔는데 이제는 그런 악재도 없고 팀이 잘 됐기 때문에 감독님이 원하시는 농구를 선수들이 찾아서 하면 충분히 6강에 갈 수 있다고 봐요.” 

“비시즌에 매년 인터뷰에서 목표에 관한 질문을 받았는데 사실 그게 지켜지지 않았고 점점 기준이 내려갔어요. 어느 순간 제 자신이 많이 기가 죽어있는 것이 느껴졌죠. 올해는 다시 크게 잡아서 정말로 다치지 않고 54경기 다 엔트리에 들어가서 1초라도 좋으니 모두 경기에 뛰어보고 싶어요. 데뷔하고 전 경기에 뛰어본 적이 아직 없는데 이번에 해보고 싶습니다.”

“소노 팬분들이 첫 연습경기부터 150명 가까이 오셨더라고요. 훈련할 때도 2층에서 구경하시면서 응원 많이 해주시고 끝나면 선수들에게 선물도 많이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이렇게까지 열정적이신 분들은 흔치 않은데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감동 농구에 더해서 이기는 농구를 펼쳐 꼭 좋은 성적으로 팬들께 답하고 싶습니다.”

김민욱 Profile
출생 : 1990년 1월 10일
신장 : 205cm
학력 : 안평초-전농중-경복고-연세대
프로 입단 : 2012년 드래프트 2라운드 1순위
소속 : 고양 소노 스카이거너스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