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호] 오세근의 합류와 우승을 노리는 SK의 변화
역대급 이동이 있었던 이번 비시즌, SK는 최준용이 팀을 떠나고 오세근이 합류했다. 두 선수 모두 KBL 정상급 기량을 보유한 선수지만 플레이스타일에는 차이가 있다. 라이언 킹이 합류한 SK가 다가오는 시즌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본 기사는 루키 2023년 9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추가/각색했습니다.
슈퍼 초이의 이적과 라이언 킹의 합류
최준용은 2021-2022시즌 SK 통합 우승의 주역이었다. 당시 부상 복귀 시즌이었던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전 경기에 출전하며 정규리그 MVP를 거머쥐었다.
200cm의 신장에 빠른 스피드, 넓은 시야, 슈팅력, 수비력을 겸비한 최준용이 SK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유니콘과 같은 존재 최준용은 SK의 속공 농구에서 핵심 자원 중 한 명이기도 했고, 더 강력해진 2대2 게임 전개를 바탕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그런 최준용이 이번 비시즌 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하지만 SK는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최준용 이적에 앞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에 빛나는 ‘라이언 킹’ 오세근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SK는 이미 지난 시즌 최준용의 부상 공백 속에도 시즌 막판 연승 행진을 펼치며 막강한 저력을 과시한 바 있다. SK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김선형, 자밀 워니, 최부경, 허일영 등은 여전히 팀에 남아있다. 여기에 오세근까지 가세하면서 충분히 우승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큰 틀에서는 같은 4번 포지션의 선수라고 볼 수 있지만 오세근과 최준용의 스타일과 장점은 완전히 다르다.
최준용은 국내 빅맨이나 포워드형 외국 선수와도 매치업이 가능한 선수지만 기본적으로 외곽을 오가면서 여러 포지션을 맡을 수 있다. 공격을 풀어주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넓은 수비 범위와 BQ까지 보유했다는 점에 있어서 최준용의 가치는 상당하다.
BQ에 있어서는 오세근 또한 KBL 역사에 거론될 정도로 쉽게 밀리지 않는 선수다. 과거 큰 부상으로 인한 운동 능력 저하를 영리함과 슈팅력, 골밑 득점 기술로 극복했다. 발이 빠르지 않더라도 농구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 헬프 수비 등을 잘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오세근이다.
최고 원투펀치에서 최고의 트리오 될까?
김선형과 자밀 워니는 지난 시즌 국내-외국 선수 정규리그 MVP 수상자일 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에서도 최고의 원투펀치로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다. 알고도 못 막는 김선형과 워니의 2대2 게임은 SK가 자랑하는 최고의 득점 무기.
김선형의 2대2 게임은 이제 워니와 최부경에 이어 대학 시절 52연승을 합작했던 오세근으로 확장될 수 있게 됐다. 두 선수가 프로 입단 후 같은 팀에서 뛰는 건 당연히 처음이며 중앙대 졸업 이후 12년 만에 한솥밥을 먹게 됐다.
오세근이 걸어주는 KBL 최고 수준의 양질의 스크린은 김선형에게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픽앤롤과 픽앤팝 등 스크린 이후에 가져갈 수 있는 플레이도 다양하다. KGC에서도 박찬희, 김태술, 이정현, 이재도, 변준형 등 수준급 가드들이 오세근의 스크린 덕을 많이 봤던 경험이 있다.
김선형 또한 오세근이 가세하면서 팀에 확실한 옵션이 하나 더 생긴 사실에 대해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다. 공격에서의 구심점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 포인트가드로서는 기쁜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선형은 지난 6월 열린 오세근과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오)세근이 형이 들어오면서 워니가 포스트업을 할 때 세근이 형이 스페이싱을 만들어줄 수도 있고 저랑 세근이 형이 2대2를 할 수도 있다. 축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 포인트가드 입장에서는 크다”고 밝혔다.
오세근 또한 프로 후 성장한 김선형에 대해 “데뷔할 때만 해도 (김)선형이와 라이벌이란 이야기가 많았는데 각자 팀에서 주축 선수로 활약했고 우승도 몇 번 했다. 밖에서 선형이를 보면 나이를 먹어도 욕심이 있어서 그런지 발전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어렸을 때의 마냥 어린 선형이가 아니라 많이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인사이드 전력을 구축할 워니와 오세근의 만남은 KBL 꿈의 조합이 실현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국내, 외국 선수 중 최고의 빅맨들이 한 팀에서 뭉친 만큼 두 선수를 향한 기대치는 상당하다. 과연 오세근과 워니 조합을 막을 팀이 나올 수 있을지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오세근은 워니와의 만남에 대해 “몇 년 동안 KBL에서 워낙 좋은 활약을 펼쳤던 선수고 정말 특출난 기량을 갖췄다.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선수”라며 워니를 치켜세우면서도 “아무래도 많이 맞춰봐야 할 것 같다”며 손발을 맞추는데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세근은 KGC 시절에도 인사이드를 지켜줄 수 있는 센터 유형의 외국 선수를 만났을 때 강한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전천후인 제러드 설린저를 제외하더라도 데이비드 사이먼, 크리스 다니엘스라는 강력한 외국인 센터와 뛸 때 오세근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오세근과 워니의 만남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오세근의 말처럼 두 선수가 호흡만 잘 맞춘다면 기대되는 공격에서의 옵션이 상당하다. 빅맨치고 영리한 BQ와 패싱 센스, 넓은 시야를 보유한 오세근. 이미 사이먼과도 우승 시즌에 빅맨끼리 펼치는 하이-로우 게임으로 상당한 재미를 봤다.
오세근은 “어렸을 때부터 센터 유형의 외국 선수랑 뛰면 매치업 부분에 있어서 잘 맞았던 것 같다. 내가 완벽한 5번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워니 같은 센터 유형이랑 뛰면 부담도 줄어들 것 같고 활동 반경도 더 넓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두 선수의 동선이 겹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충분히 경기를 치러가면서 조절이 가능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오세근의 슈팅 범위가 길기 때문에 워니가 득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면서 팀의 득점력을 더 극대화할 수 있다.
노인즈, 우승 트로피 거머쥘 수 있을까?
KCC로 이적한 최준용은 입단 기자회견에서 친정팀을 두고 “SK는 노인즈로 밀어붙일 것인데 우리는 젊음으로 가겠다”는 도발을 남겼다. ‘노인즈’는 지난 시즌 30대 중후반의 SK 고참 선수들을 일컫는 별명. SK 선수들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실제로 SK의 주축 선수들의 연령대는 다른 팀과 비교했을 때 높은 편에 속한다. 최고참인 1985년생 허일영과 양우섭을 시작으로 오세근, 송창용, 김선형, 최부경까지 30대 중반 선수들이 대거 포진했다.
에너지 레벨이 더욱 중요시되는 현대 농구에서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많다는 점은 우승 도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NBA LA 레이커스가 이름값이 화려한 빅3를 꾸렸지만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는 베테랑 위주의 로스터로 시즌에 돌입했다가 플레이오프에도 나가지 못한 사례도 있다.
실제로 오세근의 입단 후 여러 기대도 있었지만 과연 그가 SK의 강점인 속공 농구에 맞는 퍼즐이냐는 우려도 있었다. SK는 이에 대한 우려를 오세근과 최부경의 출전 시간 분배로 해소하려 한다. 최부경은 지난 시즌 최준용의 공백을 훌륭히 메우며 최근 몇 년 중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여기에 오재현, 최원혁, 안영준 등의 활동량 많은 앞선 자원들이 기대처럼 활약해준다면 우려는 생각보다 쉽게 사라질 수도 있다. 아시아쿼터로 새롭게 합류한 필리핀 가드 후안 고메즈 드 니아로도 이번 시즌 활약상을 주목해볼만한 카드다.
사진 = 이현수 기자,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