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피디아] 세계 농구 축제, FIBA 월드컵

2023-08-23     김혁 기자

그냥 봐도 정말 재밌는 NBA, 경기장 밖에서 떠도는 여러 흥미로운 사실을 알고 나면 더욱더 NBA를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준비한 코너가 루키피디아다. 이번 시간은 8월 말 열릴 예정인 세계 농구 축제 2023 FIBA 농구 월드컵에 대해 알아봤다. 

*본 기사는 루키 2023년 8월호에 게재된 내용을 추가/각색했습니다.

 

1950년부터 시작된 농구 축제 

농구 월드컵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농구의 대중화에 기여했던 레나토 윌리엄 존스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윌리엄 존스는 1932년부터 문을 연 FIBA의 창설에 기여했던 인물로 오랜 시간 사무총장을 맡은 바 있다. 처음 농구 월드컵이 열릴 당시 대회명은 월드컵이 아닌 세계선수권대회였다. 

회의 끝에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 사이에 똑같은 4년 주기로 세계 국가들이 농구로 맞붙는 대회가 1950년부터 개최됐고, 1950년 아르헨티나에서 1회 FIBA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10개의 나라가 참가한 1회 대회에서는 막강한 저력을 뽐낸 개최국 아르헨티나가 우승을 차지했다. 1953년에는 여자농구 세계선수권대회 또한 출발을 알렸다. 

아르헨티나를 비롯해 브라질, 우루과이, 칠레 등 남미 국가에서만 개최되던 세계선수권은 1970년 처음으로 남미가 아닌 유럽의 유고슬라비아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한국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데, 1969년 ABC 대회 우승으로 첫 참가 자격을 얻어 대회에 나섰기 때문이다. 

FIBA 세계선수권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열리던 대회는 2014년부터 명칭을 FIBA 농구 월드컵으로 변경했다. 기존에 비해 월드컵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고 흥행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더욱 커졌다. 

특히 가장 최근에 열린 2019 중국 대회에서는 유의미한 흥행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중국 대회는 역대 최다인 32개국이 참가한 대회. FIBA의 발표에 따르면 누적 인구 30억 명 이상이 TV로 중국에서 열린 월드컵을 시청했고, 이는 2014년 대회보다 80% 이상 증가한 수치다. FIBA는 2019년 대회의 소셜 미디어 영상 조회수도 15억 뷰 이상에 달한다고 전했다. 

2023년에 열리는 19회 대회는 역대 최초로 3개국이 동시에 개최한다. 아시아의 필리핀, 일본, 인도네시아가 그 주인공. 농구 월드컵 개최에 있어서 변방 취급을 받았던 아시아는 2006년 일본을 시작으로 2019년 중국, 그리고 이번 3개국 동시 개최로 점점 입지를 넓혀가게 됐다. 2027년 대회 또한 중동인 카타르에서 열릴 예정이다.

누가 강했을까?

그렇다면 현재까지 18회 개최된 월드컵에서 가장 많이 웃은 국가는 어디일까?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미국이 5회로 가장 많은 우승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 하나의 농구 강호였던 유고슬라비아가 3회로 뒤를 잇는 가운데 세르비아-몬테네그로가 결성했던 유고슬라비아 공화국 시절(2회, 1998년-2002년)은 따로 집계된다. 소련 또한 3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눈에 띄는 것은 최근 월드컵에서 남긴 발자취가 뚜렷한 스페인이다. 2002년 대회까지는 최종 순위 3위에 오른 실적도 없었던 스페인. 하지만 2006년 대회에서 파우 가솔을 앞세워 첫 우승을 차지했고, 2019년 대회에서는 ‘농구 천재’ 리키 루비오가 MVP를 차지하며 두 번째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최근의 양상은 미국과 스페인이 양분하는 그림이었다. 직전 4개 대회에서 미국이 2회, 스페인이 2회로 우승을 나눠 가졌다. 2010, 2014 우승팀 미국은 2019년 우승으로 3회 대회 연속 정상에 도전했으나 7위에 그치는 굴욕을 겪었다.

샤킬 오닐, 덕 노비츠키, 파우 가솔, 케빈 듀란트, 카이리 어빙 등 내로라하는 NBA 슈퍼스타들이 대회 최우수 선수의 영예를 안은 기억이 있는 가운데 유고슬라비아는 역대 중 가장 많은 5명의 MVP를 배출한 팀이었다. NBA 시카고 불스에서 뛰었던 토니 쿠코치도 1990년 대회에서 MVP를 거머쥐었다.

역대 최다 득점 기록자는 브라질의 레전드 오스카 슈미트다. 1978년 대회부터 총 4번이나 월드컵에 참가한 슈미트는 누적으로 906점을 기록, 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이번엔 어떤 나라가 웃을까?

그렇다면 코앞으로 다가온 2023년 대회에서는 어느 팀이 강세를 보일까? 이전만큼 강한 로스터를 구축하진 않았지만 역시나 미국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2010년과 2014년 대회에 막강 전력으로 나서 백투백 우승을 차지했던 미국은 2019년 대회부터 이름값이 떨어진 멤버로 참가하고 있다. 물론 제이슨 테이텀, 도노반 미첼 등 NBA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선수들이 대거 나서긴 했지만 르브론 제임스와 케빈 듀란트 등 최정상급 슈퍼스타라고 불릴만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역대 최약체로 불렸던 미국은 우려보다도 지난 월드컵에서 부진했다. 평가전부터 삐걱거렸던 미국은 8강에서 만난 프랑스에 패한 뒤 7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농구에 있어서는 절대 1강으로 불리는 그들이었기에 충격적인 결과였다. 

명예 회복에 도전하는 미국은 2019년 월드컵에서 그렉 포포비치 감독을 보좌했던 스티브 커 감독이 이번 월드컵 지휘봉을 잡는다. 이번에도 미국은 최정예 전력은 아니다. 내로라하는 NBA 슈퍼스타 대부분이 불참한다.

하지만 재능 면에서는 월드컵 정상을 차지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타이리스 할리버튼, 앤서니 에드워즈, 파올로 반케로, 브랜든 잉그램, 미칼 브릿지스 등 리그에서 주목하는 젊은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미국의 약점으로 꼽혔던 높이 부분에서도 수비왕 자렌 잭슨 주니어와 유타의 새로운 성벽 워커 케슬러가 합류하며 고민을 덜었다.

미국 2023 FIBA 월드컵 로스터 
가드 : 타이리스 할리버튼, 앤써니 에드워즈, 제일런 브런슨, 오스틴 리브스
포워드 : 파올로 반케로, 브랜든 잉그램, 미칼 브릿지스, 조쉬 하트, 캠 존슨
센터 : 자렌 잭슨 주니어, 워커 케슬러, 바비 포티스 

포지션별로 골고루 선수들의 분배가 잘 이뤄진 미국 대표팀. 최대 관건은 방심을 줄이고 라인업 조합을 짜면서 조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골든스테이트의 황금기를 주도한 커 감독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코치로서 세계 정상에 등극한 경험이 있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지난해 유로바스켓에서도 정상에 오른 스페인은 미국의 가장 큰 적수가 될 전망이다. NBA 감독 부임설이 나돌았던 명장 세르히오 스카리올로 감독이 버티고 있고 귀화 자원 로렌조 브라운이 부상으로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스페인의 전력은 여전히 유럽 정상급이다.

어느 국가에서 뛸지 아직 확실하게 정하지 않은 NBA MVP 조엘 엠비드가 이번 대회에 빠지는 프랑스는 세계가 주목하는 특급 신예 빅터 웸반야마도 불참한다. 하지만 에펠탑 루디 고베어가 골밑을 지키고 난도 데 콜로, 니콜라 바툼, 에반 포니에 등 경험 많은 베테랑들도 로스터에 포함됐다. 지난 대회에서 미국을 잡은 프랑스도 충분히 주목할 만한 강호다.

니콜라 요키치와 야니스 아데토쿤보가 불참하는 가운데 슬로베니아의 독보적 에이스 루카 돈치치는 일찌감치 대회 참가를 확정했다. NBA 시즌을 마치고 휴식을 취할 법도 하지만 돈치치는 이미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비시즌에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 2회 연속 8강에 올랐던 슬로베니아는 돈치치를 중심으로 더 높은 곳을 노리고 있다.

한국이 코로나19 여파로 월드컵 참가 도전 기회조차 잃은 가운데 개최국 일본은 죽음의 조에 편성됐다. 독일, 핀란드, 호주와 E조에 편성된 일본은 NBA 리거 하치무라 루이가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캐나다, 라트비아, 프랑스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만나는 레바논은 KBL 팬들의 관심을 끌 팀이다. 이번 월드컵은 지난 시즌 KBL 챔피언인 KGC에서 뛰고 있는 오마리 스펠맨이 레바논 대표팀에 합류해 첫 선을 보이는 대회가 될 예정이다. 같은 팀의 렌즈 아반도는 필리핀 소속으로, LG의 아셈 마레이는 이집트 유니폼을 입고 대회에 나선다.

2023 FIBA 월드컵 조 편성 결과
A조 : 앙골라, 도미니카 공화국, 필리핀, 이탈리아
B조 : 남수단, 세르비아, 중국, 푸에르토리코
C조 : 미국, 요르단, 그리스, 뉴질랜드
D조 : 이집트, 멕시코, 몬테네그로, 리투아니아
E조 : 독일, 핀란드, 호주, 일본
F조 : 슬로베니아, 카보베르데, 조지아, 베네수엘라
G조 : 이란, 스페인, 코트디부아르, 브라질
H조 : 캐나다, 라트비아, 레바논, 프랑스

Behind story 
한국의 월드컵 도전 역사 

아시아 국가와 다른 나라들의 격차를 실감하듯 한국 또한 역대 월드컵 무대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최고 성적은 첫 출전이었던 1970년 유고슬라비아 대회에서 기록했던 11위다.

월드컵에서 대체적으로 약체에 속했던 한국이지만 득점왕을 배출한 이력은 있다. 1970년에 최고 성적을 거둘 당시 주축 선수였던 신동파가 평균 32.6점으로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득점왕을 차지했다. 귀화 선수인 라건아는 최근에 열린 2019년 대회에서 평균 26.7점 12.5리바운드로 대회 누적 득점, 리바운드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1990년 대회에 나섰던 허재는 이집트와의 경기에서 무려 62점을 몰아넣어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기록은 30년 넘게 지난 현재도 깨지지 않고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