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호] 최대어의 선택은 잔류, KB와 동행 이어가기로 한 강이슬
지금으로부터 2년 전. FA 시장에 등장했던 강이슬은 시장이 열리기도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최대어였다. 그리고 2년 후. 강이슬은 다시 한번 FA 자격을 획득했고 이번에도 여전히 최대어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 강이슬의 이번 선택은 잔류였고, 강이슬은 KB스타즈와 3년 계약을 새롭게 맺었다.
또 다시 FA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강이슬이 FA 자격을 획득했을 때 그를 향한 시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리그 최고 슈터의 FA 시장 등장에 각 팀들의 영입전은 뜨거웠고 당시 강이슬의 소속 구단이었던 하나원큐 역시 반드시 강이슬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토록 치열한 경쟁 속 강이슬은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데뷔 이후 쭉 몸담았던 하나원큐를 떠나 KB스타즈에 새로운 둥지를 튼 강이슬이다.
2년 후 강이슬은 또 한 번 FA 자격을 획득했다. 그리고 여전히 강이슬은 최대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시장의 분위기는 당시와 사뭇 달랐다. 지난 시즌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자존심을 구긴 강이슬이었기에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KB와 재계약을 맺지 않겠느냐고 예상하는 시선이 많았다.
예상대로 강이슬의 선택은 재계약이었다. 계약 기간 3년에 총액 3억 5천만원(연봉 2억 8천만원, 수당 7천만원)의 조건에 KB와 합의한 강이슬이다.
“다들 최대어라고 감사하게도 말씀들을 해주셨지만 조용했던 FA였던 것 같아요. 저도 이적에 대한 마음은 없었기에 KB와 원만하게 좋은 계약으로 잘 마무리했어요.”
“팀이 12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잖아요. 거기에 책임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적을 하면 도망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여기서 팀과 함께 자존심 회복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그런 마음이 커서 어렵지 않게 계약을 했어요.”
강이슬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번 시장에서 강이슬을 향한 다른 팀들의 러브콜은 없었다. 최대어이기에 커피 한 잔이라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예의가 아니겠느냐는 다른 구단들의 의견이 있었으나 확실히 시장의 반응은 2년 전과는 사뭇 달랐다.
“여러 소문은 많았죠. 그러나 실질적인 연락은 없었어요. 또 KB와 이야기를 할 때는 선수들의 불편 사항이나 개선이 필요한 상황 같은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해달라고 하시기도 했고요. 그런 대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선수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많이 해주신다고 느꼈어요.”
“2년 전에는 계속해서 성적이 나지 않았던 상황이라 스스로에게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자존심이나 명예회복이 필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그 때는 제 스스로 자책할 정도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지난 시즌에는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너무 못 했으니까요. 너무 후회가 되고 아쉬운 시즌이었거든요. 그런 점들이 2년 전과는 달랐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만약 다른 팀의 강력한 오퍼가 있었다면...?
“제가 너무 못 했어서 혼자 생각을 해보기도 했어요. ‘내가 (박)지수랑 1년을 해봐서 스스로 너무 나태해졌나? 다른 팀을 가서 스스로 뭔가 이뤄낸다면 뿌듯해질까?’ 이런 생각들이요. 그런데 지수의 유무와는 별개로 제 스스로 지난 시즌은 너무 못했던 시즌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졌어요. 만약 솔깃한 제안이 왔다면 고민은 했었겠지만 그래도 제 선택에는 변함이 없었을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강이슬은 KB와의 재계약을 선택하면서 명예회복에 나서게 됐다. 재계약 소식이 알려진 직후 김완수 감독에게 합류 독촉(?) 연락도 받았다고.
“계약을 하자마자 감독님이 소식을 듣고 바로 전화가 오셨어요. 팀에 언제 들어올 거냐고 하시더라고요. 분명히 천천히 들어와도 된다고 하셨거든요?(웃음) 그래서 밖에서 몸 잘 만들고 들어가겠다고 했어요. 재계약을 해줘서 고맙다고 다시 같이 잘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모두에게 충격이었던 지난 시즌의 부진
10승 20패. 지난 시즌 KB가 거둔 성적표다. 디펜딩 챔피언의 예상치 못한 몰락에 다들 충격이 컸다. 어느 정도 고전할 수 있겠다는 예상은 있었으나 이렇게까지 부진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시즌이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지난 시즌의 KB,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뭔가 잘 맞는 것 같은데 안 맞고, 이길 것 같은데 못 이기고, 슛이 들어갈 것 같은데 안 들어가고 하니까 멘붕의 연속이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잘 되던 플레이도 안 되더라고요. 그렇게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하니까 팀이 전체적으로 처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를 포함해 모두가 힘들어 한 시즌이었어요.”
팀도 팀이었지만 강이슬 개인의 부진 역시 아쉬웠다. KB 이적 첫 해 평균 18.0점 5.3리바운드를 기록했던 강이슬은 지난 시즌 평균 15.2점 6.6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무엇보다 강이슬의 가장 큰 무기인 3점슛 성공률이 29.9%까지 수직낙하 하면서 아쉬운 시즌이 이어졌다. 참고로 강이슬이 20%대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한 것은 데뷔 첫 2시즌과 지난 2022-2023시즌뿐이다.
강이슬의 지난 2시즌
2021-2022시즌 : 18.0점 5.3리바운드 2.9어시스트. 3점슛 : 42.9%
2022-2023시즌 : 15.2점 6.6리바운드 2.7어시스트. 3점슛 : 29.9%
“저도 정말 모르겠어요. 뭐에 홀린 듯이 그런 시즌이 지나갔어요. 슛이 들어가지 않는 것에 대해 매일 고민을 했는데 이유를 모를 정도로 안 들어갔어요. 슈터들은 슛을 쏘면 어느 정도 아는데 들어갔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림을 돌아 나와서 멘탈적으로 정말 힘들더라고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든 시즌이었어요.”
“스스로 자존심도 많이 상했죠. 조심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저희 팀에는 지수라는 확고한 에이스가 있잖아요.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그 공백을 메우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저희 팀 선수들에 대한 주위의 평가들도 모두 떨어진 것 같아요. 저는 그 이전의 10년 커리어가 없어지는 기분이더라고요. 주위의 이야기들이 너무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걸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어요. 스스로 열심히 했고 그래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들이 한 번에 무너지고 무시를 받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 부분에서도 많이 힘들었어요.”
사실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시즌 내내 강이슬의 몸 상태 역시 완전하지 않았다. 이런 점들이 부진의 모든 원인이었다고 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영향은 분명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몸이 아프다기보다 속이 아팠어요. 그러면서 이석증이 찾아오기도 했고 몸살 기운이 있었는데 링거를 맞고 해도 한 달이 넘게 낫지를 않더라고요. 그 이후에 조금 괜찮아 지는 것 같으니까 허리를 다치고 그 다음에는 발목을 다치고 했었어요. 솔직히 그 때는 너무 힘드니까 이런 것들을 핑계로 삼고 싶을 정도로 좋지 않았어요. 그런 것들이 없었다면 조금은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런 부분 역시 제 마음의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해요.”
KB가 이렇게까지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박지수의 부재였다. 시즌을 앞두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은 박지수가 이탈하면서 위기를 맞았고,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 박지수가 돌아오면서 희망을 보기도 했지만 다시 박지수가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뒤 그대로 추락한 KB다. 박지수가 출전한 9경기에서 6승 3패를 기록했던 KB는 박지수가 결장한 21경기에서 4승 17패로 무너졌다. 김완수 감독은 개막을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박지수의 우산 효과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겠다”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지수가 해줬던 부분이 워낙 크기 때문에 부담도 있었죠. 그래도 나머지 선수들끼리 잘 뭉쳐서 하면 어느 정도는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시즌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첫 단추가 잘못되었던 것 같아요. 신한은행과의 개막전에서 이기고 있던 경기를 2차 연장으로 가면서 졌는데 그 경기가 타격이 컸어요. 선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지고 그게 잘 회복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지수가 많이 회복을 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 사실 올해도 완전하게 돌아올 수 있다고 장담은 하지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지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특히 저는 더 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저희가 시즌을 앞두고 부산에 전지훈련을 갔을 때만 해도 나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자신감이 올라온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결과만 놓고 보면 지수의 우산효과가 맞다는 것을 증명한 것만 같은 시즌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아쉬움이 커요. 어떻게 보면 그렇게 팀 성적이 나지 않은 것의 가장 큰 책임은 저한테 있다고 생각해요. 지수가 빠지면 제가 그 역할을 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까 팀 전체가 흔들렸던 것 같아요. 너무 아쉽고 스스로 후회가 되죠.”
그렇다면 강이슬 본인에게 지난 시즌은 어떤 시즌으로 기억될까.
“제가 정말 웬만하면 저 스스로의 가치를 너무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저를 무조건적으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는데 저 스스로는 자신을 무너뜨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웬만하면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많이 해주려고 해요. 그런데 지난 시즌은 스스로 돌아봐도 도저히 칭찬할 구석이 하나도 없어요. 정말 모든 것이 엉망이었던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비시즌, 100%를 쏟는다
지난 시즌의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어째 분위기가 점점 숙연해진다. 그래서 다소 가벼운 이야기들로 인터뷰 주제를 바꿨다. 본의 아니게 다소 이르게 비시즌을 시작한 강이슬. 휴가는 어떻게 보냈을까.
“우선은 개인적으로 지난 시즌에 좋지 않았던 부위들을 회복하면서 몸을 만들고 있어요. 사실 휴가 기간 처음에는 푹 쉬기도 했고요. 워낙 힘들기도 했고 스트레스로 살도 많이 빠져서 잘 먹으면서 푹 쉬다가 지금은 몸을 만들고 있어요. 이번에는 정말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해야죠.”(웃음)
다음 시즌은 KB 팀과 강이슬 개인 모두에게 명예회복을 위해 중요한 시즌이다. 당연히 이번 비시즌에 대한 의욕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저는 주변 사람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슛 감이 타고난 재능파라고 하시거든요. 스스로 생각해도 (박)혜진 언니처럼 엄청나게 노력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솔직히.(웃음) 그런데 이번에는 우스갯소리로 재능파가 노력까지 좀 해보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어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준비를 해보려고 해요.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었고요. 이번 비시즌에는 100%를 쏟아서 준비를 해볼 생각이에요. 100%를 쏟아서 노력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스스로도 궁금해요.”
최근에는 본인의 개인 유튜브 채널 역시 개설한 강이슬이다. 채널 이름은 ‘강이쓰리포인트’다. 내친김에 본인 유튜브 홍보의 기회(?)를 제공했다.
“저희 친오빠가 이쪽 분야에서 일을 하는데 동생이 선수고 하니까 같이 하자고 계속 졸랐어요. 그런데 저는 계속 싫다고 했거든요.(웃음) 그런데 계속 졸라서 우선 만들었는데 제가 힘들거나 하면 잘 안했어요. 그래서 영상 안 보내준다고 혼도 나고...(웃음). 그래서 이번 휴가 때는 열심히 찍었어요. 다들 좋아요, 댓글, 구독, 알림 설정 부탁해요~~!”
현재까지 올라간 영상들 중 본인 스스로도 가장 재밌다고 생각하는 영상을 꼽아달라고 했다.
“대표팀 출국하는 영상이 있어요. 그거는 약간 제정신이 아닌(?) 영상이에요.”
이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해당 영상을 확인한 결과, 강이슬의 진술대로 확실히 제정신인 상태는 아니었다. 해당 영상이 궁금하신 분들은 ‘강이쓰리포인트’ 채널에서 확인해 보시길!
마지막으로 강이슬에게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를 부탁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작년에는 팬 분들도 그렇고 저희도 실망을 크게 했던 시즌인데 성적이 안 좋은데도 팬 분들이 엄청 많이 찾아주셨어요. 그런 마음이 너무나 감사하고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다음 시즌에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열심히 할테니까 다들 경기장 많이 찾아주시고 응원 부탁드려요~~!
*본 기사는 루키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
사진 = 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