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딕셔너리] 위크 디펜스&엠티 코너 오펜스

2023-02-17     이동환 기자

농구 전술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실제 코트에서 벌어지는 전술들을 모두 이해하기에 일반 팬들에겐 어렵고 낯선 부분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만 알고 봐도 농구는 훨씬 재밌어진다. <전술 딕셔너리> 코너를 통해 대표적인 전술 용어와 그 의미를 함께 알아보자.

위크 디펜스(WEAK defense)

일반적으로 농구선수는 왼손과 오른손 중 한쪽 손을 주손으로 활용한다. 슈팅 핸드에 따른 구별이다. 보통 오른손잡이 선수들은 오른손으로 점프슛을 던지고 오른손 드리블을 훨씬 더 편하게 구사한다. 왼손잡이 선수들은 그 반대다. 이처럼 공격수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주손에 따라 더 편하게 느끼는 드리블 방향이 있고, 수비는 이 같은 공격수의 특성을 역이용해 그 선수가 오히려 불편하게 느끼는 방향으로 드리블하고 돌파하게 만들도록 유도한다. 이처럼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불편한 방향으로 드리블하고 돌파하도록 공간을 열어두는 수비를 위크 디펜스라고 한다. 약한(weak) 쪽을 열어둔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왼손잡이인 제임스 하든은 왼쪽으로 돌파할 때 훨씬 더 편안한 플레이를 한다. 왼쪽 돌파에 이은 왼손 레이업 혹은 왼쪽 돌파에 이은 앨리웁 패스에 강점이 있다. 때문에 이때 수비수는 몸과 엉덩이 각도를 틀어 하든이 상대적으로 불편함을 느끼는 오른쪽을 열어두고, 왼쪽은 공간을 주지 않는 식으로 수비를 한다. 이게 바로 위크 수비다.

다만 오른손잡이라고 해서 왼쪽을 반드시 불편하게 느끼고, 왼손잡이라고 해서 오른쪽을 반드시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즈루 할러데이는 왼쪽 돌파에 이은 풀업 점프슛을 매우 잘 구사하는 선수다. 스테픈 커리도 2대2 게임을 할 때 왼쪽을 돌파하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낀다. 이런 경우 위크 수비는 오히려 반대로 이뤄진다. 즉 위크 수비는 상대의 슈팅 핸드에 따른 수비법이라기보다는, 상대의 돌파가 더 파괴력을 갖는 방향을 잠그고 반대로 열어두는 수비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위크 수비는 잘 사용할 경우 상대 공격수의 공격 효율을 극도로 떨어뜨릴 수 있는 수비법이다. 하지만 잘못 활용할 경우 역효과가 난다. 4년 전 제임스 하든의 오른쪽 돌파를 극단적으로 유도했던 유타의 수비법이 대표적인 예다.

 

엠티 코너 오펜스(empty corner offense)

현대농구의 공격에서 스페이싱, 즉 넓은 공간 활용은 공격의 효율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좁디 좁은(?) 하프코트에 5명이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거나 서로를 위한 공간을 비워두지 않은 채 자리를 잡고 있으면 공격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엠티 코너(empty corner)는 공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페이싱을 시도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마디로 코너를 비운다는 뜻이다.

코너를 비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보통 코너 공격수를 마크하고 있는 수비수는 두 가지 역할을 맡는다. 코너 공격수에게 좋은 슈팅 찬스를 주지 않는 것과 상황에 따라 헬프 수비를 통해 자신이 위치한 사이드에서 골밑을 보호하는 역할이다. 후자와 같은 역할을 태깅(tagging)이라고 부른다. 태깅 수비는 특히 2대2 수비에서 반드시 필요한 역할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엠티 코너 오펜스를 통해 코너를 비워두면 이 같은 태깅 수비 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다는 이점이 생긴다. 물론 코너를 비운 만큼 다른 공간에서는 공격수 간의 거리가 넓지 않을 수 있으나, 한쪽 코너를 비우고 그쪽 사이드에서 2대2 게임을 전개할 경우 태깅을 수행할 수비수의 부재로 인해 매우 손쉽게 림을 어택하는 상항이 나올 수 있다.

이 같은 엠티 코너는 공격이 전개되는 24초 내내 이뤄질 수는 없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한쪽 코너를 비운 만큼 다른 공간의 스페이싱이 전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엠티 코너 오펜스는 트랜지션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한쪽 사이드에서 이뤄지거나, 약속된 패턴을 통해 2대2 공격이 이뤄질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코트 한쪽의 공간을 비우는 메리트가 있는 만큼 감수해야 할 리스크도 있는 공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

이미지 제작 = 이동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