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 리포트] 자이언도 쓰러뜨린 반월 연골판 손상, 어떤 부상일까?

2023-01-10     이동환 기자

애석하게도 스포츠와 부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그래서 부상 관리는 현대 스포츠에서 너무 중요하다. 부상 위험을 미리 줄이고, 부상이 발생한 후에 잘 대처하고 관리하는 것은 한 선수와 한 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2023년을 맞아 루키는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코너를 준비했다. 이름하야 ‘메디컬 리포트’. 계명대학교 정형외과 임상조교수이자,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두한 교수와 함께 다양한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본다.

첫 번째 시간의 주제는 반월 연골판 부상이다.

질문 및 정리: 이동환 기자 
답변 및 자문: 김두한 교수

Q.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농구 팬들조차도 전방십자인대나 아킬레스건 부상에 비해 반월 연골판 부상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여기지 않거나,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반월 연골판은 어떤 부위인가요? 그리고 반월 연골판 부상은 보통 어떤 양상으로 나타난다고 보면 될까요?

김두한 교수_ 반월판 연골은 우리 몸의 관절 중에 무릎에만 존재하는 구조입니다. 무릎의 안쪽 바깥쪽에 2개가 있고 허벅지뼈(대퇴골)과 정강이뼈(경골)사이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하지만, 체중을 적절하게 분산시켜 정강이 뼈에 과도한 부하가 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 반월 연골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월 연골판 파열은 상당히 다양한 형태로 발생합니다. 아래 그림처럼 아주 다양한 패턴으로 파열될 수 있기 때문에 MRI나 관절경을 하지 않고서는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Q. 반월 연골판 부상은 치료법도 굉장히 다양하다고 들었습니다. 필자 역시 개인적으로 반월 연골판 손상 때문에 관절경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데 선수들도 그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반월 연골판 부상의 치료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김두한 교수_ 네 맞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파열의 형태가 매우 다양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치료법도 다양합니다. 대부분의 수술은 관절경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수술 방법은 크게는 두 가지, 1) 절제술(제거술)과 2) 봉합술로 나눌 수 있습니다. 

치료법을 이해하려면,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반월 연골판의 혈액 공급 구조입니다. 그림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반월 연골판의 바깥부터 혈액을 공급받는데, 모든 부분에 혈액이 공급되는 것이 아닙니다. 바깥부분 절반만 혈액이 공급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렇기 때문에 혈액공급이 없는 부분은 파열이 되면 봉합을 해서 살리기가 굉장히 어렵고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반월 연골판의 특성과 함께 파열의 형태를 같이 고려하여 수술을 해야 할지 말지를 선택하고, 수술을 해야 한다면 봉합술과 절제술 중에 어떤 방법이 좋을지 결정하게 됩니다. 

 

Q.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나 무릎 골절상을 당하는 선수들이 반월 연골판 손상을 함께 경험하는 경우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김두한 교수_ 실제로 전방십자인대 파열에서 무릎의 반월판 연골 손상이 동반될 확률은 굉장히 높습니다. 2022년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외측 반월판 연골은 약 4~50%, 내측 반월판 연골은 약 30%가량 동반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방십자인대 손상의 기전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됩니다. 전방십자인대는 방향 전환이나 불안정한 착지를 할 때 무릎이 뒤틀리면서 파열이 발생합니다. 이 때 무릎의 두 뼈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반월 연골판에도 필연적으로 큰 충격이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Q. 반월 연골판 부상 관련 소식을 들을 때마다 눈에 띄었던 것은 선수마다 복귀 가능 시기가 천차만별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선수들은 반월 연골판을 다치면 아예 시즌아웃되거나 길게는 1년을 못 뛰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선수들은 수술 이후 몇 주 만에 돌아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선수마다 예후가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가 있을까요?

김두한 교수_ 바로 수술 방법의 차이 때문입니다. 절제술은 불안한 부분, 불안정한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이기 때문에 조기에 적극적인 재활이 가능하고 복귀도 빠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봉합술을 하는 경우에는 수술 부위가 완전한 생착(biologic healing)이 일어난 후에 적극적인 재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빨라도 6개월 전후의 재활기간이 소요가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제술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체중을 받혀주는 반월 연골판의 상당부분을 절제를 했다면 재활 시기는 빠를 수 있지만 반월 연골판의 기능은 상당한 손실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선수의 무릎 입장에서는 좋은 결과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Q. 최근 복귀전을 치른 보스턴의 로버트 윌리엄스 케이스가 굉장히 독특해 보입니다. 지난 시즌 막판에 도중 반월 연골판 파열 부상을 당했음에도 플레이오프에 조기 복귀했고, 출전과 결장을 반복하면서 파이널까지 결국 다 뛰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은 아예 첫 두 달을 날려버렸고요. 그러면서 나왔던 말이 보스턴이 로버트 윌리엄스를 무리시켰다는 얘기였습니다. 반월 연골판 부상은 로버트 윌리엄스처럼 회복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에도 NBA 파이널 레벨의 무대에 출전할 수 있는 부상인가요??

김두한 교수_ 네, 아마도 로버트 윌리엄스의 경우 파열 정도가 아주 경미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완전파열이 아니라 부분적인 파열이었을 것이고, 파열의 크기도 크지 않거나 혈행 공급이 없는 부위의 파열이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합 중에 큰 충격이 무릎에 다시 가해진다면 완전 파열이나 심각한 파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파이널처럼 큰 무대에 세운다는 것은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뛰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 파이널 당시 보스턴 의료진은 로버트 윌리엄스가 넘어지거나 충돌할 때마나 가슴 졸이면서 지켜봤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손흥민 선수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마스크 없이 경기를 뛰고 헤딩 경합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 시카고의 론조 볼은 반월 연골판 수술을 받고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아 일상 생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반월 연골판만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겠지만, 론조 볼처럼 반월 연골판 부상이 선수 커리어와 선수 생명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까요? 반월 연골판 부상이 전방십자인대 파열이나 아킬레스건 파열처럼 선수 생명을 위협하는 부상은 아닌 걸로 알고 있기에 더 궁금합니다.

김두한 교수_ 반월 연골판 파열도 선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파열 형태나 부위에 따라서 아주 수술하기 힘들고 까다로운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운동 선수 같은 경우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농구는 고강도의 부하와 회전력이 동시에 무릎에 전달되기 때문에 봉합술이 완벽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근육이 많고 관절 주위의 인대가 아주 잘 단련되어 있기 때문에, 관절 간격이 아주 좁아 관절경의 시야 확보도 쉽지 않은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려운 부위에 파열이 일어나거나 어려운 양상의 파열이 진행됐을 경우 수술이 아주 어렵습니다. 아마 론조 볼도 복합 파열이고, 수술을 완벽히 하기 어려운 경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Q. 10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 크리스 폴은 반월 연골판이 다 닳다가 손상돼서 결국 제거술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크리스 폴은 그 후에도 너무 오랫동안 NBA 최고 레벨의 선수로 뛰고 있습니다. 두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반월 연골판은 무릎에 없어도 일상 생활이나 엘리트 레벨의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반월 연골판이 결국 마모될 수밖에 없는 소모품 같은 부위라면 스포츠의학적으로 그 생명은 어느 정도로 봐야 할까요?

김두한 교수_ 만성파열, 복합파열은 봉합술이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절제술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운동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나는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듯이 반월 연골판이 없을 때는 무릎의 관절연골로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관절연골이 뼈끼리 부딪히는 충격을 흡수해주는 최후의 방어선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관절연골도 결국은 연골이기 때문에 쓰다보면 닳을 수밖에 없습니다. 크리스 폴 같은 경우는 지금 아마 관절연골이 많이 마모되어 50대의 연골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국내에 하승진 선수나 오세근 선수 같은 경우 반월 연골판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관절연골만으로 오랜 시간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나이에 따른 신체능력의 변화와 무릎 부상 등으로 운동능력은 떨어졌지만 농구 IQ로 오랫동안 버티고 있는 경우인데, 크리스 폴 역시도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Q. 반월 연골판 부상도 무릎을 비롯한 하체의 피로도와 연관이 있는 부상인가요?

김두한 교수_ 아주 좋은 질문입니다. 최근 하체의 피로도, 즉 근육의 피로도는 반월 연골판 부상뿐만 아니라 전방십자인대 등의 인대부상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체가 안정적으로 잡혀야 불안정한 자세나 동작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죠. 


Q. 자이언 윌리엄슨, 제임스 와이즈먼 같이 20살 전후의 어린 유망주들이 반월 연골판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잦아지는 것 같습니다. 혹시 의학적으로 반월 연골판 부상을 당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을까요? 그게 아니라면, 반월 연골판 부상을 많이 당하는 나이대가 있을까요?

김두한 교수_ 반월 연골판 부상을 많이 당하는 나이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최근에는 무릎 관련 부상 예방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들이 많이 개발되고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어린 나이에는 전문적인 트레이너가 이와 같은 내용들을 훈련에 적용해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를 받기 전인 데뷔 초반에는 이러한 부상을 당할 확률이 조금은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엘리트 레벨 선수들의 반월 연골판 부상에 대한 재활은 어떻게 이뤄지고, 스포츠 의학적으로 가장 안정적인 회복 및 재활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김두한 교수_ 수술이 잘 되었다는 가정을 하고 설명드리겠습니다. 반월 연골판 절제술을 할 경우, 수술로 인한 통증이 없어지면 바로 재활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즉, 연골이 없어진 부분이 적응되는 시기만 지나면 되기 때문에 2~3개월 전후에는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만약 많은 부분을 절제하여 연골판의 기능을 상당 부분 잃어버리게 되면 훨씬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봉합술인 경우에는 훨씬 더 오래 걸립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수술 후 봉합부위의 생착이 일어난 뒤부터 적극적인 재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4~6주 정도는 소극적인 재활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후 수술 부위가 안정되었다고 판단되더라도 농구와 같이 피벗, 컷인 등의 움직임이 많은, 즉 무릎에 회전이 많이 발생하는 종목에서는 바로 복귀가 안 됩니다. 러닝, 점프 등의 회전이 없는 운동과 근력운동을 수행한 후 통증과 불편감이 없을 때, 비접촉 훈련 A, 접촉 훈련 A, 연습경기 등으로 순차적인 복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봉합술인 경우에는 최소 6개월 이상의 단계적인 재활 과정이 필요합니다. 

 

김두한 교수는...

현재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츠 의학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특히 관절경 수술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부터 대한민국농구협회 의무위원으로 합류해 U18, U19 청소년 대표팀 팀 닥터를 맡았으며 2021년 FIBA U19 농구월드컵, 2022년 FIBA U18 아시아선수권에 동행해 선수들을 직접 관리했다. 현재 대한스포츠의학회 학술 위원과 대한빙상경기연맹 피겨 팀 주치의도 겸임 중이다.

 

이미지 = Journal of Experimental Orthopaedics, European Journal of Radiology

사진 = 로이터/뉴스1, 김두한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