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호]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성장과 발전
2013년 드래프트 전체 15순위로 밀워키에 지명된 야니스 아데토쿤보는 데뷔 후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NBA 최정상급 선수로 도약했다. 지명 당시 그가 이런 위치까지 올라설 것이라 예상했던 이는 많지 않았다. 많은 역경과 싸운 그리스 괴인이 어떤 과정을 거쳐 최고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는지 돌아보자.
*본 기사는 루키더바스켓 12월호에 게재됐으며, 온라인 업로드 일시에 맞춰 수정 보완됐습니다.
누구보다 독특했던 재능
그리스에 온 나이지리아 불법 이민자 집안 출신의 야니스 아데토쿤보는 다소 고난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훗날 같은 NBA에서 뛰게 되는 형 타나시스와 거리에서 시계, 핸드백, 선글라스를 파는 일을 하며 집안 생계에 보탰던 아데토쿤보다.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아데토쿤보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13살에 농구를 시작한 그는 2011년 필라틀리티코스라는 그리스의 세미 프로팀에서 뛰게 된다. 워낙 뛰어난 운동 능력과 신체 조건을 보유했던 아데토쿤보였기에 1부 리그 팀에서 뛰지 않았음에도 바르셀로나(스페인), 에페스(튀르키예) 등 유럽 리그의 명문 구단들이 그를 영입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그리스 U-20 대표팀의 일원으로 활약하기도 한 아데토쿤보는 2013 NBA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데토쿤보를 향한 대표적인 수식어는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유망주였다. 분명히 잘 키운다면 잠재력은 넘치는 선수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는 뜻이었다. 수준급 선수가 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로터리 순번을 지나 아데토쿤보를 선택한 팀은 밀워키(15순위)였다. 그리고 이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선택이 됐다.
2013년 10월 31일 뉴욕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른 아데토쿤보는 첫 경기에서 5분을 뛰며 자유투로 1득점을 올렸다. 이후 선발과 벤치를 오가며 정신없이 첫 시즌을 보낸 아데토쿤보는 평균 6.8점 4.4리바운드의 성적을 남겼다.
비록 화려한 기록은 아니었지만 아데토쿤보가 남긴 인상은 강렬했다. 213cm의 큰 신장에 시선을 사로잡는 운동 능력, 거기에 볼 핸들링 방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농구를 비교적 늦게 시작했음에도 BQ가 뛰어났고 수비에서 보여주는 잠재력은 그의 미래를 기대하게 했다. 세계 최고의 재능들이 모이는 NBA에서도 아데토쿤보가 가진 능력은 독특했다.
두 번째 시즌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래리 드류 감독이 1년 만에 떠나고 제이슨 키드 감독이 부임했다. 명가드 출신의 키드 감독은 아데토쿤보를 전폭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했고, 볼 핸들링 비중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아데토쿤보의 다재다능함에 주목한 키드는 그에게 포인트가드까지 맡기기도 했다.
키드의 지도를 받은 아데토쿤보는 쑥쑥 성장하기 시작했다. 2년 차 시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찬 아데토쿤보는 크리스 미들턴-자바리 파커와 함께 팀의 미래를 이끌어갈 영건으로 많은 기대를 받았다. 2015-2016시즌에는 정규시즌에 5번이나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는 등 점점 기량을 만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밀워키는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아데토쿤보에게 4년, 1억 달러라는 대형 연장 계약을 안겼다. 연장 계약은 아데토쿤보가 더 높은 곳으로 올라설 수 있는 기폭제가 됐고, 2016-17시즌 평균 22.9점 8.8리바운드 5.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포워드로 도약했다. 생애 첫 올스타 선정과 함께 기량발전상, 올-NBA 세컨드 팀 타이틀이 그를 따라왔다.
벌크업을 통해 힘을 키운 아데토쿤보는 점점 더 막기 힘든 선수로 진화했다. 체중 증량에도 스피드가 느려지지 않았고 빅맨이라 믿기 힘든 핸들링 능력과 돌파 기술도 큰 무기였다.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많은 인정을 받은 아데토쿤보는 2017년 올-디펜시브 세컨드 팀에 뽑혔고 2019년부터는 4년 연속 디펜시브 퍼스트팀에 이름을 올리는 중이다.
최고의 자리에서 맛본 좌절
하지만 아데토쿤보의 거침없는 성장세에도 좀처럼 밀워키의 성적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2016-2017시즌에는 하위 시드로 플레이오프에 오른 뒤 매 경기 20-10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는 아데토쿤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결국 2017-2018시즌에도 별다른 변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키드 감독이 시즌 도중에 경질됐다. 아데토쿤보는 해당 시즌 평균 26.9점 10.0리바운드 4.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한 단계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1라운드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밀워키를 구할 사령탑으로 낙점된 인물은 마이크 부덴홀저 감독. 그렉 포포비치를 보좌하며 경험을 쌓은 부덴홀저는 애틀랜타 감독 시절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놨던 인물이다.
부덴홀저 감독이 부임한 밀워키는 확 달라졌다. 드랍백 수비를 바탕으로 리그 최고의 방패를 구축했고, 공격에서는 평균 득점 1위를 차지했다. 시즌 초반부터 MVP 후보로 떠오른 아데토쿤보가 중심이 됐다. 부덴홀저 감독의 관리 속에 평균 출전시간이 4분 가까이 줄어든 아데토쿤보는 체력 부담을 줄이고 더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정규시즌 내내 최상위권을 질주하면서 밀워키 팬들의 기대감은 점점 커졌다. 밀워키는 61승을 따내며 동부 컨퍼런스 1번 시드를 차지했고, 아데토쿤보는 제임스 하든을 제치고 생애 최초로 정규시즌 MVP를 수상했다. 드라마를 쓴 아데토쿤보는 시상식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약속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부푼 꿈을 안고 플레이오프에 나선 밀워키는 디트로이트와 보스턴을 차례로 물리친 뒤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만난 토론토에 2승을 먼저 따냈다. 하지만 이후 내리 4연패를 당하며 허무하게 우승의 꿈을 접었다. 슈팅 약점이 발목을 잡은 아데토쿤보는 자신의 위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며 쓸쓸하게 코트를 떠났다.
절치부심한 아데토쿤보와 밀워키는 이어진 시즌에도 강세를 보였다. 더 무르익은 기량을 선보인 아데토쿤보는 2년 연속 팀이 1번 시드를 차지하도록 이끌었고 백투백 MVP를 차지한 것과 함께 올해의 수비수까지 거머쥐었다. 아데토쿤보를 제외하고 NBA 역사를 통틀어 MVP와 올해의 수비수를 동시에 수상한 선수는 마이클 조던과 하킴 올라주원밖에 없었다.
그러나 화려한 개인 수상 실적에도 아데토쿤보는 웃지 못했다.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혔던 밀워키는 2라운드에서 만난 마이애미를 상대로 완패를 당했다. 마이애미는 아데토쿤보의 슈팅 약점을 공략하는 수비로 집요하게 괴롭혔고,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아데토쿤보는 4차전 도중 부상을 당해 마지막 5차전에서는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마침내 오른 진짜 정상
플레이오프에서의 실패가 반복되자 아데토쿤보를 향해 ‘정규시즌용 선수’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잇따른 실패에 좌절하고 이적까지 생각할 수도 있었던 상황. 떠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았던 아데토쿤보는 밀워키와 다시 연장 계약을 맺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아데토쿤보와 우승하기 위해 전력 보강에 나선 밀워키는 과감하게 드래프트 지명권 다수를 내주고 즈루 할러데이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가드진이 부족했던 밀워키에 할러데이는 마지막 퍼즐 같은 존재였다.
2020-2021시즌 다시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선 밀워키는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마이애미를 4전 전승으로 꺾고 설욕에 성공했다. 이어 만난 상대는 제임스 하든-케빈 듀란트-카이리 어빙 빅3가 이끄는 브루클린. 동서부를 통틀어 최고의 빅매치나 다름없었다.
아데토쿤보와 듀란트라는 슈퍼 에이스 포워드들 간의 만남답게 양 팀의 시리즈는 정말 치열했다. 아데토쿤보는 듀란트보다 임팩트는 부족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팀을 지탱했다. 그 결과 아데토쿤보가 버틴 밀워키는 브루클린을 혈투 끝에 4승 3패로 누르고 컨퍼런스 파이널로 향했다.
가장 큰 난적을 눌렀기에 우승이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다소 쉬울 것으로 보였던 5번 시드 애틀랜타와의 시리즈에서 밀워키는 4차전 도중 아데토쿤보가 무릎을 다치는 치명상을 입었다. 당시 시리즈 스코어가 2승 2패였기 때문에 밀워키가 힘들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밀워키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똘똘 뭉치며 아데토쿤보의 공백을 메웠다. 미들턴이 아데토쿤보 대신 에이스로 나선 밀워키는 애틀랜타를 누르고 마침내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동료들의 분발에 아데토쿤보도 응답했다. 무릎이 꺾이는 부상을 당했던 아데토쿤보는 초인적인 회복력을 발휘하며 피닉스와의 파이널 1차전에 복귀했다. 1차전 도중에는 엄청난 체이스다운 블록슛까지 하며 믿기 힘든 광경을 연출했다.
밀워키는 시리즈 첫 2경기를 내주며 위기에 몰렸지만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벼랑 끝에서 치른 3차전. 아데토쿤보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 괴인다운 모습을 찾은 아데토쿤보는 무려 41점 13리바운드를 쏟아내며 밀워키에 47년 만에 파이널 승리를 안겼다.
한번 흐름을 찾은 밀워키의 기세는 이어졌다. 4차전에서는 아데토쿤보가 디안드레 에이튼을 상대로 역대급 블록슛을 작렬시켰고, 원점에서 맞이한 5차전에서는 할러데이가 승부처 결정적인 스틸로 영입 이유를 증명했다.
시리즈를 끝낼 수 있었던 6차전은 아데토쿤보의 독무대였다. 홈에서 끝내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아데토쿤보는 6차전에서 50점 14리바운드 5블록슛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쓰며 마침내 우승 반지를 차지했다.
많은 고난에 직면했지만 결국 자신을 선택했던 밀워키에서 우승을 거머쥔 아데토쿤보다. 그를 향해 쏟아졌던 정규시즌용 선수라는 오명도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감동의 우승과 함께 역대급 선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파이널 MVP는 볼 것도 없이 아데토쿤보의 몫이었다.
이어진 2021-2022시즌에는 크리스 미들턴의 부상 여파로 아쉽게 보스턴에 2라운드에 패하며 리핏이 좌절됐지만 아데토쿤보는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1994년생인 만큼 한창 전성기를 달릴 시점이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아데토쿤보의 코트 내 영향력은 당분간 계속 유지될 예정.
이번 시즌 도전자의 마음으로 왕좌 탈환을 노리는 아데토쿤보와 밀워키는 시즌 첫 9경기를 따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보였다. 여러 장애물이 있으나 밀워키는 이번 시즌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는 상황. 과연 아데토쿤보가 두 번째 파이널 우승 반지를 챙길 수 있을까?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