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R] 태극마크를 위해 WKBL 정복에 나선 키아나 스미스 ②

2022-12-05     박진호 기자

WKBL 진출 가능성이 있는 혼혈 선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작년에 처음 접했다. ‘첼시 리 트라우마’가 있던 탓에 정말 한국 혼혈이 맞는지 여러 방면을 통해 알아봤다. 그리고 그의 영입에 삼성생명이 적극적이라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그는 올해 주전 가드로 뛰며 소속팀을 NCAA 파이널4에 올려 놓았고, WNBA 신인 드래프트에도 선발됐다. 커리어가 채워질수록 그를 향한 한국 팬들의 기대도 높아졌다. 결국 그는 미국 3X3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마다하며 WKBL을 향했다.

“한국 국가대표를 원한다“고 했던 그는 전체 1순위로 WKBL에 입성했고, 데뷔전에서 21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역대 WKBL 신인 중 가장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1라운드를 마친 현재 평균 16점 4.2리바운드 5.2어시스트.(12월 4일 기준 11경기 평균 30분 43초 출전 13.8점 3.7리바운드 4.3어시스트) 

더 큰 목표와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선수. 삼성생명의 키아나 스미스를 만나보자.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2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인터뷰는 WKBL 1라운드 일정의 종료 시점인 11월 15일에 진행됐습니다.

다들 잘 알겠지만 원래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다. 영어로 답하는 선수들의 인터뷰는 통역과 번역 과정에서 존칭어로의 전환을 거친다. 그러나 오늘 여기, WKBL의 신입생이면서 “나는 어린 선수가 아니야”라고 강조하는 ‘키아나 어린이‘와의 인터뷰는 대화 그대로의 분위기를 살려, 존칭을 생략하고 옮겨보려고 한다.

키아나 스미스의 어머니는 드래프트 후 미국으로 떠나며 그에게 “겸손해야 하며,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는 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아... 그녀는 분명 한국인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어머니. 겸손하기 그지없는 인터뷰는 팬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른 데에서 그런 겸손한 인터뷰를 많이 했으니, 이번 인터뷰는 눈 감아 주세요.

①편에 이어

WKBL에서의 첫 라운드
루키 더 바스켓(이하 ‘RB‘) : 잘했다는 이야기는 지겹잖아. 이미 기사도 많이 나갔고. 그러니 못한 것만 이야기 하자. 팀이 3연승을 하고, 너도 잘하고 있던 시점에 이미 수비가 약점이라는 지적이 나왔어. 대학시절을 보면 수비가 약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고. 넌 어떻게 생각해?
키아나 스미스(이하 ‘K‘) : 수비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맞아. 그런데, 난 미국에서 자라서 평생 미국 스타일로 농구를 해왔잖아. 한국 스타일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그게 단번에 이루어진다고는 생각지 않아. 그렇게 생각하는 게 더 문제 아닐까? 미국에서는 로테이션 방향도 반대였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전혀 달랐어. 아직 몇 경기 안 했잖아? 계속 적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완벽한 수비를 보여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최선을 다하고 나쁘지 않은 수비였다는 평가는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거야!

RB : BNK 전이 끝나고 나서는 몸싸움을 좋아하지 않고, 피한다는 평가도 나왔어. 수비가 약하다는 말보다 이런 지적이 선수로서 자존심도 상하고 불쾌할 것 같은데?
K : 아니. 기분 나쁘지 않아. 좋은 선수가 되려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누군가의 평가를 상처로 갖고 있기보다는 넘길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 모두가 같은 마음일 수 없듯, 사람마다 모두 다른 의견을 갖고 있잖아. 그래서 농구가 오히려 더 재미있어지는 거지. 나 역시 농구선수 키아나 스미스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어떤 선수의 팬이기도 하거든. 르브론 제임스가 어떤 점이 강점이고 약점인지 논쟁하는 것도 즐겨. 선수가 플레이를 한다면 다양한 평가는 당연히 따라 오는 부분이야.

RB : 르브론 제임스의 장점이랑 단점이 뭔데?
K : 좋은 선수지! 그런데, 요즘 난 약간 신경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 르브론은 리그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 중 한 명이잖아? 언제든지 림을 공격할 수 있는 선수인데, 요즘 보면 자주 서 있더라고! 팀이 지고 있는데 뭔가를 하기보다는 그냥 지켜만 보고 패스만 돌려. 난 그게 좀 마음에 들지 않아.

RB : 너, 레이커스 팬이야?
K : 사실 팀보다는 선수의 팬이었지. 스테픈 커리나 데미언 릴라드를 좋아했어. 지금은 아무래도 (LA)스팍스에 있다 보니, (LA) 레이커스를 응원하게 되지.

RB : 이야~ 컨퍼런스 14위 팀을 좋아하는구나!
K : 넌 어느 팀 팬인데?

RB : 올랜도!
K : 올랜도......? 매애..직? 풉...

RB : 웃어? 야! 너 지금 24만 올랜도 시민과 디즈니와 미키마우스를 비웃는 거야? 우리 팀은 연승하면서 지금 4승이나 했어.
K : 오.. 굿잡!(박수침) 축하해. 대단하네...

RB : 미친 거 같아. 우리는 올해 꼴찌를 해서, 웸반야마를 데려와야 하거든!
K : 아~~ 그렇군. 그게 방법이겠네.

RB : 아무튼 13경기를 치른 LA의 그 팀보다 5경기를 치른 너희 팀이 승리가 더 많아. 지금까지의 유일한 패배는 BNK 전이었지. 아주 박살이 나더만. 왜 그랬대? BKN 만난 레이커스 같더라.
K : 분위기와 에너지의 문제였다고 생각해. 팀 뿐 아니라 나도 다른 경기보다 에너지가 부족했던 것 같고. 서로 격려하면서 힘을 내야 하는데 그런 모습도 없었고, 리바운드도 많이 뺏겼어. 턴오버도 많았지.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많이 내줬어.

RB : 그런데 다음 경기에서는 사실 상 리그 최강 전력인 우리은행을 이겼어. 에너지와 투지, 몸싸움은 리그에서 압도적인 팀이지. 과거에 쥬얼 로이드(시애틀 스톰)의 플레이와 멘탈도 무너뜨렸던 팀이야. 넌 어땠어?
K : BNK와의 경기 영상을 계속 돌려봤어. 내가 얼마나 못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면서 문제점을 찾으려고 노력했어. 말했듯이 에너지가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다음 경기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일 거라고 다짐했지. 미디어에서 몸싸움이 약하고 싫어한다고 했는데, 그 팀이 그 점에서 가장 강한 팀인 거 맞지? 그런 팀과 부딪쳐서 다른 모습을 보여줬으니까 이제 그런 이야기는 안 나오지 않을까? 너도 그런 얘기 이제 안할거지?

RB : 음.. 나를 믿어? 아니, 그보다... 한국 뉴스를 봐?
K : 아니. 난 모르지. 그런데 엄마가 미국에서 그걸 다 확인해서 보고는 얘기해주거든. 늘 전화해서 계속 얘기를 해줘.

RB : 진지하게 엄마와의 연락을 당분간 끊어야겠다...
K : 음... 살짝 동의해. 지금은 그게 필요한 거 같아. ㅋㅋㅋ.

RB : 한 라운드를 치렀는데, WKBL은 어떤 것 같아?
K : 확실히 경쟁적인 것 같아. 아직 1라운드지만 팀들마다 이기고 지는 결과에서 서로 물고 물렸잖아. 2라운드가 더 재미있을 것 같아.

RB : 너 스스로는 WKBL 적응에 몇 점 정도를 주고 싶어?
K : C에서 C+ 정도? 오픈 레이업도 놓쳤고, 수비에서 부족한 모습도 나왔어. 우리은행이랑 경기는 잘 했지만, 그전까지 치른 경기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인 것도 아니고... 수비에서 보완이 되면 그때는 A-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RB : 좋았어! 아주 겸손해. 그 정도 대답이면 엄마가 흡족해 하시겠어. 팬들은 지루하겠지만 말야! 1라운드 5경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랑 상대를 꼽는다면?
K : KB가 일단 정말 인상적이었어. 경기장에서 팬들의 함성이 너무 커서 감독님이랑 통역의 말이 안 들릴 정도였거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BNK 전이지. 다음 맞대결까지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을 거야.

RB : 선수는? 
K : 우리은행의 김단비. 정말 인상적이었어. 진짜 좋은 선수인 것 같아.

RB : 외국에서 와서 이 리그를 뛰었던 선수들에게 목표를 물어보면 “우승이 목표고 개인상은 관심이 없다. 사람으로서, 선수로서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마치 약속한 것처럼 말해. 계속 말하지만 이런 대답, 정말 지루하거든. 넌 지금 각종 스탯에서 리그 상위권에 올라 있는데 받고 싶은 상 하나만 꼭 말해봐!
K : 그게 왜 지루해! 선수라면 당연히 그런 거잖아. 누구한테 물어도 같은 대답일걸? 아무튼 굳이 개인상 중에서 꼭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그건 MVP지. MVP를 받고 싶어!

한국 생활 두 달 째
RB : 지금 구단에서 합숙을 하고 있잖아. 낯설지 않아?
K : 미국이랑은 확실히 다르지. 일단 숙소는 집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잖아. 부엌도 없고... 뭐랄까.. 약간은 한정된 공간이지. 그래도 정말 편해. 식당도 지하에 있고, 체육관도 가깝잖아. 장점과 단점이 다 있는 것 같아.

RB : 그래. 남자친구를 만나기 어렵다는 것도 단점이겠지.
K : 오. 그렇겠네. 그런데, 그건 괜찮아. 아직 한국에서 누굴 만날 생각은 없거든.

RB : 숙소 생활은 엄마가 정말 좋아하실 거야. 안전하고, 농구에 집중하기에는 가장 좋은 환경이니까!
K : 돈도 아낄 수 있지! 확실히 내가 어디에 있든, 숙소가 가장 안전할 것 같긴 해.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혼자 돌아다녀 봐도 한국은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던데?

RB : 오... 혼자 돌아다니기도 하는구나. 쉬는 날, 그렇게 돌아다녀?
K : 하루 종일 쉬었던 지난 주 일요일(11월 13일) 얘기를 해 줄게. 난 늦잠을 잤고(세상 행복한 표정), 또 잘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낮잠도 잤지. 지하철도 타고~ 네일도 하고~ 쇼핑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외식도 했어! 먹는 걸 좋아하거든!

RB : 취미라고 해야 하나? 보통 때 시간이 날 때는 뭘 했는데?
K : 이것저것 하는 걸 좋아해. 미국에서는 LP판도 수집했고, 의류나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보기도 하고 사기도 했어. 요즘에는 책을 좀 읽어볼까 생각 중이야.

RB : 자, 한국에서 1주일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어. 비용의 한계도 없고, 하고 싶은 건 다 할 수 있어. 그렇다면 넌 뭘 할 거야?
K : 아... 갑자기 그러니까 어렵다. 어... 일단 하루는 종일 쇼핑을 할 거고... 하루는 부산에 가서 바다를 볼 거야. 저번에 갔을 때, 너무 좋더라고. 하루 종일 테닝도 하고... 아! 1주일이면 미국에 갔다 올래. 가족이랑 친구들이 미국에 있잖아. 정말 그립거든. 아무래도 그들과 함께 했던 일상이 여기랑은 다르니까... 그런 게 좀 그리워.

국가대표를 꿈꾸며
RB
: 한국에 오면서 국가대표의 꿈을 말했잖아. 너한테 한국 국가대표는 어떤 의미야? 그리고 국가대표가 되면 어떤 걸 해 보고 싶다는 기대도 있어?
K : 난 한국에서 대표가 되기 위해 미국 3X3 대표의 기회도 포기했잖아. 그런데 한국에서도 국가대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슬플 것 같아. 국가대표는 모든 선수들에게 꿈이고 목표인데, 나는 한국과 미국에서 그 꿈을 모두 이룰 수 없게 되는 거잖아. 만약 내가 대표 선수가 된다면 우선은 올림픽 본선에 나가는 게 첫 번째가 되겠지? 내가 영상으로 보고, 또 상대 팀으로 만났던 김단비(우리은행)나 박지수(KB) 같은 선수들과 같은 팀에서 뛸 수 있는 거니까, 그런 부분도 정말 재미있을 거 같아.

키아나 스미스가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 국적을 취득해야 한다. 일반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은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과정도 쉽지가 않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특별 귀화를 통해 국적을 획득하고 국가대표에 선발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에서 쌓은 커리어만으로는 특별 귀화의 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본인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WKBL에서 본인의 가치를 증명한 후, 특별 귀화를 모색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무래도 파리 올림픽 예선 때부터는 국가대표로 뛸 수 있도록 목표를 삼아야 할 것 같고, 이번 시즌을 잘 마친 후, 준비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RB : 농구 선수로서 네가 바라는 최종적인 목표는 뭐야? 팬들이 ‘키아나’라는 이름을 들으면 어떤 걸 딱 떠올렸으면 좋겠어?
K : 당연히 은퇴할 때는 전설적인 선수들과 같은 위치에 오르고 싶어. 팬들이 나라는 선수를 떠올릴 때 ‘레전더리(Legendary)’라는 단어가 생각났으면 좋겠어. 그런 선수가 되도록 노력 해야지. 최종적인 목표는 내가 뛰고 있는 WKBL, WNBA에서의 챔피언십이지.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

RB : 금메달? 한국 대표팀에서 올림픽 금메달?
K : 어! 왜? 한국 대표로 올림픽 금메달이 이상해? 왜 안 된다고 생각해? 어려운 목표인 건 알아. 그렇다고 목표를 은메달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항상 목표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해!

RB : 미안해. 사람은 늙으면 현실적이 되거든. 목표가 은메달이라고 했어도 놀랐을 거야.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어?
K : 한국에 올 때부터 응원해주고 환대해줘서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계속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 보일 테니까 많이 응원해줘!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