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AR] 태극마크를 위해 WKBL 정복에 나선 키아나 스미스 ①
WKBL 진출 가능성이 있는 혼혈 선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작년에 처음 접했다. ‘첼시 리 트라우마’가 있던 탓에 정말 한국 혼혈이 맞는지 여러 방면을 통해 알아봤다. 그리고 그의 영입에 삼성생명이 적극적이라는 소식도 접할 수 있었다.
그는 올해 주전 가드로 뛰며 소속팀을 NCAA 파이널4에 올려놓았고, WNBA 신인 드래프트에도 선발됐다. 커리어가 채워질수록 그를 향한 한국 팬들의 기대도 높아졌다. 결국 그는 미국 3X3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마다하며 WKBL을 향했다.
“한국 국가대표를 원한다“고 했던 그는 전체 1순위로 WKBL에 입성했고, 데뷔전에서 21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역대 WKBL 신인 중 가장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1라운드를 마친 현재 평균 16점 4.2리바운드 5.2어시스트.(12월 4일 기준 11경기 평균 30분 43초 출전 13.8점 3.7리바운드 4.3어시스트)
더 큰 목표와 꿈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선수. 삼성생명의 키아나 스미스를 만나보자.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2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인터뷰는 WKBL 1라운드 일정의 종료 시점인 11월 15일에 진행됐습니다.
다들 잘 알겠지만 원래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다. 영어로 답하는 선수들의 인터뷰는 통역과 번역 과정에서 존칭어로의 전환을 거친다. 그러나 오늘 여기, WKBL의 신입생이면서 “나는 어린 선수가 아니야”라고 강조하는 ‘키아나 어린이‘와의 인터뷰는 대화 그대로의 분위기를 살려, 존칭을 생략하고 옮겨보려고 한다.
키아나 스미스의 어머니는 드래프트 후 미국으로 떠나며 그에게 “겸손해야 하며,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는 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아... 그녀는 분명 한국인임이 확실하다. 하지만 어머니. 겸손하기 그지없는 인터뷰는 팬들이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른 데에서 그런 겸손한 인터뷰를 많이 했으니, 이번 인터뷰는 눈 감아 주세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
루키 더 바스켓 (이하 ‘RB') : 아주 진부한 질문부터 시작할게. 농구는 왜 했어?
키아나 스미스 (이하 ‘K’) : 집안이 농구인 가족이라 어려서부터 농구라는 환경에서 자라기도 했는데... 사실 시작은 오빠랑 놀고 싶어서였어. 오빠가 학교를 마치면 학교 친구들이랑 농구를 했는데 거기에 끼고 싶었거든. 농구를 할 수 있는 코트가 여럿 있었는데, 학교에 있던 메인 코트는 잘하는 애들이 주로 쓸 수 있었어. 오빠가 농구를 잘했고, 또 같은 편에 날 뽑아줘서 거기에서 농구를 할 수 있었어.
키아나의 오빠인 자말 스미스(Jamal Smith)는 현재 캘리포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 (California Polytechnic State University)에서 농구를 가르치고 있다.
RB : 오빠가 착했네. 나 같으면 귀찮아서 안 뽑아줬을 텐데... 아무튼 그러면 지금 롤 모델이라거나 좋아하는 선수가 있을까?
K : 스카일라 디긴스! 코트에서는 강하고 멋진 선수면서 코트 밖에서는 좋은 엄마이자 비즈니스 우먼이지. 코트 안팎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해.
스카일라 디긴스(Skylar Kierra Diggins-Smith)는 노틀담대학을 졸업하고 2013년 WNBA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털사 쇼크(현재 댈러스 윙스)에 지명된 가드다. 2014년 WNBA MIP를 수상했고 올스타에 6회 선정됐다.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미국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학시절부터 사귀던 다니엘 스미스와 2017년 결혼했으며, 현재는 피닉스 머큐리에서 활약하고 있다.
RB : WKBL에 대해서는 언제 알게 됐어? 그리고 오겠다고 결정한 건 언제야?
K : 대학교 1학년 때였나? 삼촌이 WNBA 코치로 있었는데, 그때 WNBA 선수들 중 WKBL에서 뛰는 선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알게 됐어. 대학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여러 가지 옵션이 있었거든? 호주나 유럽 뭐 그렇게... 미국 3X3 국가대표를 포기했을 때가 WKBL에 가겠다고 결정했던 때였어. 한국으로 가는 걸 결정하고 포기했거든.
RB : 한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친구들은 뭐라고 했어?
K : 반반이었지. “멋지다”, “좋겠다”고 한 친구들도 있었고, 문화가 너무 다르니까 컬쳐 쇼크(문화충격)가 올 거라며, 또 너무 멀지 않느냐고 걱정한 친구들도 있었어.
RB : ‘어머니의 나라’ 한국에 왔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인으로 자랐잖아. 한국에 대한 정체성을 갖기는 어려웠을 거 같은데?
K : 응. 그런 질문 진짜 많이 하더라. “네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라며 막 놀라. 그런데 들어봐. 우리 할머니는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어. 난 어려서부터 할머니랑 엄마를 통해 한국 문화에 정말 익숙했거든. 엄마는 나를 한국인 가르치듯이 교육하셨어. 혼나기도 많이 혼났고... 심지어 이번에 팀에다가도 내가 못하거나 말을 안 들으면 때리라고 하셨어! 난 한국 아이처럼 자랐다고 생각해. “넌 미국인이기도 하지만 하프 코리언”이라면서, 그게 나의 정체성이라고 항상 말씀해 주셨어.
키아나, 한국에 오다!
RB : 자 그래서 WKBL에 왔고, 드래프트에서 1순위가 됐어. 사실 뭐 우린 다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너도 솔직히 1순위는 너일 거라고 생각했지?
K : 한국에 입국할 때부터 삼성생명에서 케어를 받았기 때문에... 아! 입단하기 전부터 그랬다는 얘기를 해도 괜찮나?
RB : 장난해? 이미 입국 장면이 구단 영상에도 올라갔고, 드래프트 전에 이 체육관에서 TV 인터뷰도 했잖아! 전국민이 다 알고 있는데 이제 와서?
K : 아 그래? 뭐... 올 때부터 그렇게 해주고 삼성생명이 날 뽑지 않았으면 당황하긴 했을 거야.
RB : 이봐.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실력 면에서 내가 당연히 1순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냐고 물은 거라고!
K : ㅋㅋㅋ. 선수는 누구나 코트에서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해야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당연히 나도 올해 선수 중 내가 최고라는 생각과 마음을 갖고 한국에 왔지.
RB : 드래프트 컴바인 때 키가 175.6cm가 나왔어. 한국에서는 180cm의 장신 가드라는 부분에서 기대가 컸거든. 솔직히 너 키가 발표됐을 때, 현장에서 나는 좀 실망했어.
K : 저기.. 일단 미국과 한국이 주로 쓰는 단위가 다르잖아. 난 피트와 인치에 익숙해서 센티미터는 좀 어색해. 그래서 처음에는 뭐가 잘못됐는지 몰랐어. 알고 나서는 나도 좀 당황했지. 그래도 나중에 구단에서 건강 검진을 했는데, 그때 178cm가 나왔어. 이게 내 키야.
RB : 사실 미국 프로필을 봤을 때는 처음에 182cm인 줄 알았어.
K : 한국에서도 선수들이 키를 조금씩 올린다던데, 미국도 마찬가지야. 내 키는 미국에서 정확히 5-10이었거든. 근데 조금 올려서 5-12라고 말하기도 했어. 드래프트 컴바인 때는 내가 머리를 올리고 가서 정확히 키를 재기 힘든 상황이라 머리를 옆으로 돌렸는데, 그때 비스듬하게 측정이 된 거야!
RB : 긴 시간은 아니지만 삼성생명에서 비시즌 훈련을 해봤잖아. 어때? 미국이랑 좀 달랐어?
K : 어! 완전! 크레이지! 훈련이 정말 많아. 강도도 높고, 시간도 길어! 한국에 비하면 미국은 뭐랄까.. 그냥 체육관에 걸어 들어갔다가 나오는 수준이야. 특히 시즌 중에는 홈-원정 이동 시간이 길어서 훈련을 길게 하고 싶어도 못해. 그런데 여기는 시즌 중에도 미국의 프리시즌 트레이닝처럼 훈련을 한다고! 한국은 시간이나 여러 가지가 WNBA보다는 미국 대학 훈련이랑 비슷한 거 같아. 정말 힘들어.
RB : 저기 말야.. 혹시, 이 리그에서 너희가 훈련량이 적다고 소문난 팀인 건 알아?
K : ㅎㅎㅎ. 어! 그것도 알아. 한국에 오기 전부터 WKBL 경험이 있는 선수한테 얘기 들었어. 자기가 있던 팀은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고 하더라고.
RB : 그게 누군데?
K : 르샨다 그레이!(전 우리은행)
RB : 아... 저런... 하필... 그래 뭐, 그렇다고 치고! 임근배 감독의 첫 인상은 어땠어?
K : 정말 좋은 분 같았어. 사람으로서 우리를 대해준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거든.
RB : KFC 할아버지 같다거나, 성악가 같다는 생각 안 했어?
K : 아니 뭔 소리야! ㅋㅋㅋ, 안 닮았어! 아니야! 오페라 가수...도 아니야! 진짜 한 번도 그런 생각해 본 적 없어!
RB : 그래? 난 경기 중에도 그런 생각이 들던데... 너... 사회생활 좀 한다?
K : 아냐! 진짜 안 닮았어. 난 그저 오후에 훈련할 때, 추가로 더 뛰고 싶지 않을 뿐이야.
루키임을 거부하는 루키
RB : WKBL 데뷔전에서 21점을 넣었어. 한국에서 경기를 한다면 ’이런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게 있었을 텐데, 거기에 얼마나 근접했던 거 같아?
K : 음... 솔직히 ’어떤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특별히 생각하진 않았고, 그냥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어떤 선수인지 보여주게 된 것 같아.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경기에 이겨서 팀이 챔피언십에 가는 거지, 한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농구를 하는 게 아니라, 선수로서 성장하겠다는 마음과 챔피언십을 바라본다는 목표만 있어.
RB : 그래도 기록이라는 건 선수가 이 리그에 존재했다는 증거잖아. 그리고 넌 WKBL 신인 데뷔전 최다득점 기록을 세웠고.
K : 나랑 같이 프로에 온 루키들은 보통 19~20살이잖아. 난 내가 루키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 선수들보다는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아. 그래서 내가 신인으로 세운 기록 자체에 민감하거나, 놀랍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RB : 결국, 이대로 가면 ‘신인상은 내 꺼’라고 생각하는 거네?
K :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물론, 상을 받으면 좋겠지. 하지만 조금 불공평하다고 생각해. 말했지만 내 입단 동기들은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적어. 그들은 어린 선수가 맞지만, 난 어린 선수는 아니거든. 나한테 유리한 조건일 수밖에 없다고 봐. 그래서 신인상 자체를 목표로 할 순 없을 것 같아.
RB : 그럼 기사에는 '나는 어나더 레벨, 신인상 따윈 신경 안 써'라고 쓸게. 엄마가 흡족해하실거야.
K : 안 돼! 내가 그렇게 말한 게 아니잖아. 엄마가 날 죽일지도 몰라! 항상 겸손하라고, 모든 인터뷰는 특히 겸손해야 한다고 하셨단 말야!
RB : Sorry, It's not my business~
②편에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