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호] 2022 FIBA 여자농구 월드컵 미리보기
오는 22일부터 10월 1일까지, 호주 시드니에서는 FIBA 여자농구 월드컵이 열린다. 과거 세계선수권대회로 불렸던 월드컵은 FIBA가 주관하는 가장 큰 규모의 대회로 지난 1953년부터 열리고 있다.
당초 16개 팀이 4개조로 나뉘어 본선을 펼치던 방식이 이번 대회부터는 12개 팀이 2개조로 나뉘어 대회를 치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본선으로 향하는 문이 좁아졌지만, 우리 대표팀은 지난 2월에 진행된 최종 예선을 통과하며 본선행 티켓을 획득했다. 16회 연속 본선 진출이다.
도쿄 올림픽에서 선전을 펼친 우리 대표팀은 당초 이번 대회에서 상승세를 이어 좋은 성적에도 도전하기를 기대했지만, 전력의 핵심인 박지수가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하면서 힘든 일정이 예상된다.
A조에 속한 우리 대표팀은 22일, 중국과 첫 경기를 갖고, 23일 벨기에, 24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예선을 치른다. 이후 하루를 휴식한 뒤, 26일 세계 최강 미국과 만나고, 27일에는 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이번 호주 월드컵에서 우리는 어떤 점들을 기대하고 어떤 볼거리가 있을지, 손대범 KBSN 해설위원과 알아봤다.
가장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역시 우리 대표팀의 성적이다. 하지만 대표팀은 박지수가 빠지면서 전력 누수가 심한 상황이다.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손대범 : 박지수의 공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만큼 큰 약점이다. 여러 가지 대안을 고민해야겠지만, 선수들의 실력이 갑자기 늘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박지수의 빈 자리를 더 크게 느낄 대회가 될 수밖에 없다. 박지수는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승패를 떠나 대부분의 경기를 30분~35분씩 소화하며 더블더블을 해냈다. 이런 존재는 어떤 감독, 어떤 선수도 대체하기 힘들다. 결국 김단비, 박지현 등이 적극적으로 드라이브 인을 하고, 정교하고 마무리를 해야 하며, 백코트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농구를 해야 한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골밑이지만, 사실 우리가 상대할 팀들은 포워드 라인의 신장이나 외곽슛 능력도 만만치 않다. 수비 로테이션의 완성도가 더 높아져야 하고, 공격에서는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 지난 달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에서는 김단비의 몸이 다소 무거워 보였다. 하지만 대회 때는 나아지리라 기대한다.
아시아 대회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팀과 경기를 할 때 쉬어 가거나 전략적으로 버리는 경기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월드컵에서는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 고르게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체력적인 면도 견뎌내야 한다.
우리 대표팀에게 바라는 점이나 기대하는 점은 어떤 것일까?
손대범 : 안타깝지만, 솔직히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 최고의 목표를 잡으라면 8강이지만, 박지수가 없는 상황에서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희망을 담아갈 수 있는 대회가 됐으면 좋겠다. 월드컵이 끝나면 바로 WKBL이 시작된다. 출범 25주년이 되는 해다. 시즌을 앞두고, 국제대회에서 우리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면 좋겠다.
벨기에, 중국, 푸에리토리코, 미국,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같은 A조에 편성됐는데 객관적으로 우리 대표팀의 위치를 평가한다면?
손대범 :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다. FIBA 랭킹에서 우리가 10위까지 올랐었지만, 이는 박지수의 결장이 고려되지 않은 순위다. FIBA에서 우리나라의 약점으로 꼽은 점이 슛 정확도가 꾸준하지 않다는 것과 박지수를 도울 선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박지수조차 없다.
12개 참가팀 중 우리가 해 볼만한 팀은 그래도 푸에르토리코와 말리인데, 솔직히 말리는 운동능력이 말도 안 되는 선수들이 많고 리바운드 괴물들이다. 푸에르토리코는 에이스인 자즈몬 과트미가 부상으로 못 나올 수 있지만, 99년생 미국 선수가 귀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상대는 A조 뿐 아니라 B조에도 없다.
농구팬들이 이번 대회를 통해 관심 있게 볼 수 있는 팀과 선수가 있다면?
손대범 :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벨기에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월드컵 때 늘 재미있게 봤던 팀이고 지난 대회 4강에 오른 팀이다. 핵심 선수인 킴 메스타그가 빠졌지만, 엠마 미세먼이 중심을 잡고 있다.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존쿠엘 존스가 있다. 이 팀은 협회 예산 등의 문제로 대회 출전 여부가 불확실 했는데, 이 부분을 최근에 해결했다. 출전 수당과 보험금 지급과 같은 문제가 변수가 될 수 있는 팀이다.
미국은 사실 너무 절대적인 팀이라 그냥 감상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본다. 남자농구보다도 더 막강한 국제 경쟁력을 자랑하는 게 미국 여자 농구다. 박지수와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서 함께 뛰고 있는 에이자 윌슨을 주목해보면 좋을 것이다.
지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일본의 상승세는 이번에도 이어질까?
손대범 : 그럴 것 같다.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의 성과가 홈이었기에 이룬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8강에서 벨기에가 일본에게 다 이긴 경기를 어이없이 놓치긴 했지만, 여러 대회에서 일본이 지금까지 보인 경기력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변수는 사령탑이라고 생각한다. 일본 여자 대표팀은 톰 호바스 감독이 오랫동안 맡았고, 지난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호바스 감독은 남자 대표팀으로 이동했다. 새로운 감독이 얼마나 팀을 파악하고 적응했는지가 변수일 수 있다. 가끔 우리 대표팀을 일본에 비교하면서 비판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여자 농구에서는 솔직히 모든 부분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정하고 봐야 한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거뒀던 성과는 어떤 게 있었나?
손대범 : 일단 1967년 대회에서의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다. 대회 MVP로 박신자 선생님이 선정됐던 대회다. 그 후로는 2002년 대회를 꼽을 수 있다. 사실 2002년 대표팀은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기대했던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면서 많이 회자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정말 대단한 성과를 거뒀다. 당시 우리 대표팀은 정선민, 변연하, 전주원, 박정은 등이 활약하며 튀니지, 쿠바, 리투아니아, 브라질을 이겼다. 세계 최강인 미국과도 큰 점수차로 벌어지지 않으며 상대를 괴롭혔다.
이번 월드컵을 전체적으로 예측한다면?
손대범 :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의 우승 예상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도쿄 올림픽 이후 전력이 눈에 띄게 강해진 팀은 없다. 미국과 같은 문화권에 묶여 있는 캐나다의 경우, 바뀐 감독 체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그 외에는 전통적인 강호인 개최국 호주가 좋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는 이번 대회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전설’이라 할 수 있는 로렌 잭슨을 복귀시키며 분위기를 잡고 있다. 리즈 캠베이지가 없지만, 기량에 비해 팀 케미스트리에는 늘 마이너스였기에 큰 문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41세의 로렌 잭슨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된다.
사진 : FIB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