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호] 국가대표 감독에서 프로팀 감독으로! LG 조상현 감독
지난 시즌 LG는 24승 30패의 성적으로 리그 7위에 머무르며 또 다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마지막까지 6강 싸움을 이어갔지만 아쉬운 뒷심 부족으로 인해 6강 티켓을 놓쳤다.
시즌 종료 후 조성원 감독과 이별한 LG는 새로운 감독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4월 말, LG는 조상현 감독을 팀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첫 프로팀 감독을 맡게 된 조상현 감독을 <루키 더 바스켓>이 만나봤다.
첫 프로팀 감독
LG는 지난 2018-2019시즌을 마지막으로 3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조성원 감독은 부임 당시 화끈한 공격농구를 선보이겠다고 밝혔으나 이는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조성원 감독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
조성원 감독과 결별한 LG는 새로운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LG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가 바로 조상현 감독이다. LG는 지난 4월 말 보도자료를 통해 “세계 농구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높으며, 데이터를 활용한 전술 운영과 선수별 세밀한 관리를 통해 선수단을 이끌어 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며 조상현 감독의 선임 소식을 발표했다.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작년에 대표팀 감독에 선임이 되고 계획을 많이 세워놨었거든요. 그런데 선임이 되자마자 아시안컵 예선, 올림픽 예선만 치르고 코로나 때문에 잠정 휴업이 된 거예요. 그런 부분에서 고민도 많았고 허탈한 감도 있었는데, 그런 와중에 4월에 LG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고민을 하다 협회 부회장님, 김동광 위원장님과 상담을 했는데 배려를 해주셔서 LG에 오게 됐어요.”
국가대표 감독을 맡기도 했던 조상현 감독이지만 프로팀 감독은 처음으로 맡는 자리다. 그러나 현역 시절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기도 했던 LG이기 때문에 적응에는 큰 문제가 없다. 조상현 감독은 지난 2006-2007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 LG의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빈 바 있다.
“LG는 제가 선수 생활을 했던 팀이기도 하고 편안한 부분이 있어요. 지금 계신 분들도 제가 선수 때 다 프런트에 계셨던 분들이고 해서 마음이 편안한 부분이 있고, 감독으로 와서도 큰 거리낌 없이 빨리 적응했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서 프런트에서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고요.”
LG는 조상현 감독을 포함해 다양한 감독 후보군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그런 그들의 최종 선택을 받게 된 인물이 바로 조상현 감독. 조상현 감독은 면접 자리에서 직접 준비한 데이터를 활용해 LG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대표팀 감독을 지내면서 10개 구단의 경기를 보러 다녔거든요. 그러면서 각 팀별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저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어요. 성대하게 준비를 했다기보다는 LG의 취약점과 바뀌었으면 하는 계획을 조금씩 준비를 했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어필을 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자신만의 데이터를 활용해 LG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된 조상현 감독. 아무래도 첫 프로팀 감독의 자리를 맡은 만큼 부임 이후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5월에는 주로 외국 선수를 많이 봤었어요. 아무래도 가장 시급한 문제였거든요. 그리고 6월에는 선수들을 파악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팀에 어린 선수들과 그 동안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이 많거든요. 저희가 연습경기를 다른 팀보다 일찍 시작을 했는데 그 부분 역시 그 동안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도 주고 기량 파악을 하기 위해서예요.”
이른 연습경기
LG는 이미 지난 6월 말부터 대학 팀들과의 연습경기를 시작한 상태다. 조상현 감독의 이야기대로 상당히 이른 시기에 연습경기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루키 더 바스켓>이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7월 5일에도 LG는 성균관대학교와의 연습경기 일정이 잡혀 있는 상태였다.
“연습경기를 일찍 시작하는 이유는 큰 게 없어요. 그 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 필요해요. 패턴도 거의 사용하지 않아요. 이 선수들이 시즌에 들어가면 시간을 거의 못 받을 수 있거든요. 실전에 부딪혀봐야 성장을 하는데, 연습경기가 그 기회죠. 승패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선수들이 얼마나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는지를 보려고 하고 있어요.”
이러한 기조에 맞춰 연습경기에서는 주전들의 출전 시간을 최대한 조절하며 식스맨들의 활용 폭을 넓힌 LG다. 여기에는 식스맨들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조상현 감독의 뜻이 들어가 있다.
지난 시즌 LG는 주축 선수들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팀 중 하나였다. 이재도와 이관희, 아셈 마레이 삼각편대의 출전 시간이 모두 리그 Top10 안에 들었던 LG다. 결국 이 선수들의 체력을 세이브하기 위해서라도 식스맨들의 성장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 2021-2022시즌 LG 삼각편대 평균 출전 시간 *
이재도 : 32분 31초, 리그 2위
이관희 : 30분 46초, 리그 9위
아셈 마레이 : 30분 54초, 리그 8위
“백업들의 기량이 올라가야 주축 선수들의 체력이 세이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어요. 지난 시즌 주축 선수들이 많이 뛰었거든요. 백업들의 기량이 올라와 이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30분 정도로 줄여주면 이 선수들의 퍼포먼스도 더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요.”
이처럼 철저한 계획을 가지고 LG에서의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조상현 감독이다. 이러한 조상현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진으로는 임재현, 박유진, 김동우 코치가 선임됐다.
“개인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코치들을 선임했어요. 김동우 코치는 대표팀에서도 같이 지냈기 때문에 성향을 많이 알고 있어요. 임재현 코치는 오리온에서 같이 코치를 하기도 했고 가드 부분에서 섬세하게 팀을 만져줄 수 있는 코치라고 판단했어요. 또 박유진 코치는 전력분석을 했기 때문에 외국 선수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거든요. 많은 후보들을 두고 검토를 했는데 그래도 저랑 가치관이 같은 코치들을 찾다보니 이 코치들을 선임하게 됐어요.”
“코치들에게는 항상 이야기를 해요.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몫이라고요. 파트별로 훈련도 많이 시키고 있어요. 그걸 감독이 혼자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을 맡기고 있어요. 또 감독인 제가 놓치는 부분이 있으면 거기에 대해서 직언을 해달라는 이야기도 했어요.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분들이 코치들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런 부분은 변함없이 가져가려고 해요.”
달라질 조상현표 LG
냉정히 말해 현재까지도 내년 시즌 LG를 향한 전망을 그리 밝지 않다. 지난 시즌 7위에 머물렀던 로스터가 거의 그대로 유지됐기 때문. 대어급들의 이동이 많았던 이번 FA 시장 역시 잠잠하게 보낸 LG다.
“현실적으로 멤버 구성이 약한 것은 사실이에요. FA 시장에도 들어가지 못했거든요. 결국 (김)준일이의 회복이 관건일 것 같아요. 포스트에서 10~15점 정도는 꾸준히 나와 줘야 해요. 선수들에게는 슛 정확도를 올려달라고 주문을 한 상태에요. 지난 시즌 필드골 성공률이 9위(42.8%)였는데 이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가장 큰 목표는 빠른 트랜지션을 활용한 농구에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체력 훈련도 더 가져갈 생각이고요.”
조상현 감독의 이야기대로 김준일의 회복 여부는 다음 시즌 LG에게 상당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LG의 유니폼을 입으며 큰 기대를 모았던 김준일은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당하며 단 1경기 출전에 그쳤다.
“지난 시즌 포스트에서는 마레이의 득점 말고는 거의 없었어요. 준일이가 있으면 파생되는 공격 옵션이 하나 더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마레이와의 공존은 숙제지만 좋은 조합을 찾으려고 하고 있어요. 관건은 준일이의 몸 상태에요. 본인은 8월이나 9월에 맞춰보겠다고 하고 있는데 절대 무리는 시키지 않으려고 해요.”
LG가 기대하는 또 하나의 전력 보강은 바로 필리핀 선수인 저스틴 구탕의 합류다. 다음 시즌 아시아쿼터 제도가 더 폭넓게 적용되면서 많은 구단들이 필리핀 선수를 영입했고, LG 역시 구탕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했다.
“아시아쿼터를 구단하고 얘기해서 후보들을 추렸어요. 3~4명 정도를 봤던 것 같아요. 저희한테 부족한 포지션은 2번에서 4번인데 그 부분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찾다보니 구탕이 눈에 띄더라고요. 패스도 조금 있는 것 같고 트랜지션 능력도 있어요. 완전히 판을 바꿀 수 있는 선수는 아니지만 우리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영입을 하게 됐어요. 다만 문제는 와서 얼마나 적응을 할 수 있느냐가 될 것 같아요. KBL이 결코 쉬운 리그는 아니거든요. 얼마나 적응을 하고 팀이 추구하는 농구를 이해를 하느냐에 따라서 활용가치가 달라질 것 같아요.”
또한 지난 시즌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던 아셈 마레이는 다음 시즌에도 LG와 함께 한다. 당초 재계약 마감 기한까지는 합의에 실패했지만 이후 LG는 다시 마레이를 잡는데 성공하면서 다음 시즌에도 함께 하게 됐다.
“처음에는 마레이도 다른 곳을 알아보겠다고 해서 알았다고 하고 대신 안 되면 다시 우리팀에 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어요. 본인도 그렇게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는 다른 선수들을 찾아봤는데 이미 일본으로 선수들이 다 빠졌더라고요. 쉽지 않은 외국 선수 시장이었는데 마침 마레이한테 다시 연락이 와서 우선 계약을 하고 2번째 외국 선수를 다른 유형으로 찾아보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어요.”
“슈팅이나 이런 부분에서의 고민은 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전달했어요. 특히 자유투는 확실히 올려줬으면 해요. 포스트에서 빼주는 거나 수비는 너무 좋았는데 슈팅이 조금 아쉬웠거든요.”
앞서도 언급했듯 자신의 프로팀 첫 감독 커리어를 LG에서 시작하게 된 조상현 감독이다. 그렇다면 LG에서 펼쳐보이게 될 조상현 감독만의 농구 색깔은 어떤 색깔일까.
“일단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빠른 트랜지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LG가 5대5에서 많은 골을 넣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거든요. 젊은 팀이면 빠르게 뛰어서 쉬운 득점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또 수비는 변화도 많이 주고 있고 압박도 하고 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어요.”
“현실적으로 멤버만 보면 어려운 것이 사실이에요. 그러나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더불어 우리의 색깔이 잘 정착이 되면 그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싶어요.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서 만들다 보면 봄 농구의 경쟁자가 될 수 있을 않을까 생각해요. 남들의 예상대로 쉽게 하위권으로 떨어지지는 않겠다는 각오가 있어요. 그렇게 팀을 만들 계획이고요. LG가 조금이라도 도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봐요.”
이처럼 LG의 송골매 군단과 함께 힘찬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조상현 감독. 그는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를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LG의 감독이 되면서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고 기대가 되는 부분도 있어요. 선수 생활을 할 때 너무나 많은 응원을 해주셨던 부분도 기억이 나요. 아직도 팬들의 그런 열정이 느껴져요. 경기에 지면 지는 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도 뭔가를 얻어갈 수 있는 팀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미래가 있는 것이고 팬 분들도 그런 부분을 기대하신다고 생각해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좋은 팀을 잘 만들어봐야죠.”
사진 = 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