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상민’ 만큼 어색한 ‘LG 조성민’

2017-02-01     서정필

 

[루키] 서정필 기자 = "10년만에 반복된 급작스런 이별."

부산kt 소닉붐 간판스타 조성민(34·190㎝)이 1월 마지막 날 창원 LG 세이커스로 전격 트레이드 됐다. LG에 조성민을 내준 kt는 포워드 김영환(33·195㎝)과 다음 시즌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다. kt와 조성민의 팬들에게는 KBL 탄생 20주년을 하루 앞두고 터진 충격적 소식이었다.


KCC 팬들에겐 익숙한...

전신(前身) 대전 현대 시절부터 전주 KCC는 누가 뭐래도 이상민(現 서울 삼성 감독)의 팀이었다. 이상민은 1997-98시즌부터 2006-07시즌까지 KCC의 심장이었다. 조성원, 추승균, 조니 맥도웰, 재키 존스, 제이 웹, 찰스 민렌드, RF 바셋 등과 함께, 기아자동차가 등장하기 전 이충희, 이원우, 박수교, 이문규를 앞세워 실업 농구를 호령하던 현대전자의 영광을 재현해 낸 그가 다른 유니폼을 입는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다

그런데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다. 2006-07년 시즌 후 FA로 서장훈을 영입한 KCC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보호선수 명단에서 이상민을 제외했다. 당시 삼성이 이상민을 보상선수로 지명하면서 전주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전주 실내체육관에 원정 버스를 타고 도착하는 이상민의 모습, 당시로서는 다음 생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지스 팬 70명이 KCC 서초동 사옥을 찾아가 항의하는 등 꽤 긴 몸살 끝에, 이상민은 썬더스 유니폼을 입고 전주 실내체육관 플로워에 설 수 있었다. 보호선수 숫자가 너무 적었다는 점, 그리고 상대 구단의 상징적인 존재를 꼭 데려가야 했느냐는 비난이 들끓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어이없이 이상민과 이별한 전주 팬들의 상실감을 달래기는 힘들었다.

 

 


충격에 빠진 kt 팬들

조성민의 LG 이적 소식을 담은 기사 댓글에는 kt 팬들의 한 숨이 그대로 느껴진다. 조성민은 말 그대로 kt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kt의 시즌 분석 첫 머리에는 조성민이 있었다. 내용의 골자는 조성민의 활약 여부에 따라 kt의 한 해 농사가 결정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정신적 지주'. 상투적이기는 하지만 kt에서 조성민이 차지하던 자리를 설명하기에 이것만큼 적당한 단어를 찾기 힘들다. 올 시즌에는 부상 때문에 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그것은 kt 팬들에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이미 kt의 조성민은 2000년대 초반 원주 삼보 시절의 허재나 마찬가지다. 이미 한 경기 한 경기의 기록이 의미 없는, 벤치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존재라는 뜻이다.

 

세월이 약?

부산과 창원이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kt 팬들이 조성민을 창원으로 보내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프로는 비즈니스고, 다음 시즌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하나 더 챙긴 kt의 선택이 훗날 선견지명으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하지만 팬이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비즈니스라는 점과 조성민이 가진 상징성을 볼 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프랜차이즈 스타와의 이별, 그 과정에서 예의를 바라는 건 무리한 바람일까? 아직 ‘LG 조성민’은 10년 전 ‘삼성 이상민’만큼이나 어색하다.

 

사진 제공 = 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