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먹으면 1년, 1년이 다르다고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함지훈은 데뷔와 동시에 프로 무대에서 성공 신화를 쓰며 현대모비스의 스타로 자리잡았다. 특유의 안정감 있는 포스트업 공격과 감각적인 골밑 마무리로 '함던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양동근 코치와 함께 현대모비스 왕조를 세운 기둥이었다.
데뷔 후 15년 동안 우승만 5번을 경험했다. 여느 선수들이라면 쉽게 만들지 못할 엄청난 커리어다. 황금 세대로 불리는 2007년 드래프트 동기들을 살펴봐도 함지훈만큼 우승을 맛봤던 선수는 없다.
어느덧 함지훈은 한국 나이 39살의 백전노장이 되어 현대모비스를 이끄는 중이다. 지난 시즌에는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10.2점 4.7리바운드 3.6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놀라운 투혼을 보였다. 함지훈은 지난 시즌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최고령 국내선수였다.
21-22시즌 평균 두 자릿수 득점 기록 최고령 선수(만 나이 기준)
1. 함지훈(현대모비스): 37세
2. 이정현(KCC): 35세
3. 오세근(KGC인삼공사): 34세
4. 김선형(SK): 33세
5. 김시래(삼성): 32세
프로 데뷔 후 맞이하는 15번째 여름. 두 아이의 아빠인 함지훈은 육아에 집중하며 휴식기를 보냈다.
"가족 여행을 다녀왔고 요즘엔 육아하느라 많이 바빴어요. 들어보니 내가 시즌 중일 때 와이프가 늘 했던 거라고 하더라고요. 잘 몰랐는데 막상 해보니 너무 힘들었어요. 첫째가 초등학교 갈 나이가 됐고 둘째도 이제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됐거든요. 그래서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보냈다가 데리러 갔다가, 다시 학원에 보냈다가 그러면서 하루가 다 갔던 것 같아요."
"저희 아내 입장에서는 그래도 제가 있는 게 훨씬 낫죠. 육아를 분담해서 할 수 있으니까요. 비시즌을 보내면서 육아에 대한 미안함이 제일 크게 느껴졌습니다. 많이 힘들었겠다 싶었어요. 그런데 이제 또 시즌 준비를 해야 하니까 육아를 많이 도와주지 못할 것 같아요. 보약이나 한 채 지어서 아내한테 줘야 할 것 같습니다."
1984년생으로 한국 나이 39살이 된 함지훈은 올해도 늘 그렇듯 성실하게 비시즌을 보내는 중이다.
"비시즌 휴가를 받으면 항상 첫 2주는 아무래도 살이 쪄요. 팀 소집 앞두고서는 몸을 만들어야 하니까 개인 운동을 하고 살도 빼면서 준비를 합니다. 올해도 다르지 않아요."
"물론 이제 나이가 많다 보니 저도 몸 상태가 어떨지에 대해서는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마음이 있어요. 올해도 비시즌을 다 보내봐야 제 몸 상태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형들이 항상 하셨던 말씀이 나이를 먹으면 1년, 1년이 다르고 회복도 느리다고 하셨거든요. 다만 저는 아직까지는 그 얘기가 그렇게 와닿지는 않아요.(웃음) 앞으로 시간이 더 흐르면서 그런 걸 경험하지 않을까 싶어요."
새 시즌 함지훈은 현대모비스의 최고참 선수다. 지난 두 시즌 동안 팀을 함께 이끌어준 1년 선배 이현민(1983년생)이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함지훈의 리더십이 앞으로 더 중요해졌다. 더불어 리빌딩에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에서 함지훈은 젊은 선수들과 여전히 경쟁을 펼쳐야 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안 그래도 최근에 현민이 형과 전화를 했어요. 고생했다고 얘기해줬죠. 비시즌에도 정신이 없어서 얼굴은 따로 못 봤는데 시간 될 때 따로 만나서 밥 한끼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일단 이번 비시즌에 다들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현민이 형은 은퇴하셨지만 이제 새로운 (김)현민이도 왔고 (장)재석이도 여전히 건재하니까 충분히 해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젊고 어린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밀리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오래 뛰었다고 해서 특별한 위치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어린 선수들과 경쟁을 하는 건 당연하다고 보고, 그렇게 경쟁하면서 시즌을 준비하면 자연스럽게 시즌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함지훈의 남은 목표는 여전히 우승이다. 그는 "(양)동근이 형과 우승 개수를 똑같이 맞추고 은퇴하고 싶다"라고 했다.
양동근 코치는 선수 시절 총 6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맛봤다.(2007, 2010, 2013, 2014, 2015, 2019) 함지훈은 그에 한 번 모자란 5번(2010, 2013, 2014, 2015, 2019)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은퇴하기 전에 우승을 한 번은 더 하고 싶어요. 동근이 형이랑 우승 횟수를 똑같이 만들고 싶습니다.(웃음)"
"보니까 동근이 형이 저보다 우승 반지가 하나 더 많더라고요. 반지 개수를 (동근이 형과) 똑같이 맞춰서 손에 끼우고 은퇴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저도 우승을 해보면서 느낀 거지만 우승이 정말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다른 여건도 많이 갖춰져 있어야 하고 운도 많이 작용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은 운이 좋을지 안 좋을지 한 번 지켜보려고요.(웃음)"
사진 =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