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나오면서 1시간을 울었습니다"

2022-06-11     용인, 이동환 기자

김현민이 현대모비스에서 농구 인생 제2막을 연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김현민은 지난 7일 현대모비스 농구단 공식 유튜브 '피버스 TV' 촬영 차 현대모비스 훈련 체육관을 이적 후 처음 방문했다.

이날 김현민은 함께 훈련 체육관을 찾은 함지훈, 이우석, 신민석과 인사를 나누고 조동현 수석코치, 성준모 전력분석 팀장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유튜브 촬영이 끝난 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장을 꼼꼼히 둘러보는 등 차분히 팀 합류를 준비하는 모습이었다.

김현민은 "설렌다. 연습경기할 때도 와봤던 곳이지만 이렇게 와서 보니 느낌이 다르다"며 웃어보였다.

"설레네요. 앞으로 농구를 해야 할 곳이어서 둘러봤는데 그냥 연습 경기할 때 봤을 때와 확실히 다르게 느껴져요.  앞으로 계속 여기서 농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니까 시선 자체가 달라지고 더 자세히 둘러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올해는 김현민의 농구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다. 10년 넘게 몸 담았던 KT를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김현민은 지난 2011년 드래프트를 통해 KT에 입단했다. 오직 KT에서만 11년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5월 FA 자격을 얻은 김현민은 KT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남지 못하게 됐다. FA 시장에서 KT와 재계약에 합의하지 못했고, 결국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김현민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며 KT를 떠나던 순간의 감정을 설명했다.

"KT에서 짐을 싸고 나오면서 감독님도 뵙고 코치님들도 뵀어요. 서로 웃으면서 인사하고 나왔죠. 그리고 차를 타고 집에 가고 있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기 시작하더고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휴게소에 차를 세웠어요. 그러고 거의 한 시간 정도를 운 것 같아요. 이게 KT 선수로서의 마지막 퇴근길이고, 다시는 이 팀에 내가 갈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니까 씁쓸하기도 하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어요. 그래서 한참을 운 것 같아요. 그땐 정말 힘들었는데 오늘 현대모비스 체육관에 새롭게 출근해보니 그래도 뭔가 설레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요. 지금은 KT를 나오면서 힘들었던 게 좀 괜찮아졌어요."

현대모비스는 김현민이 프로 데뷔 후 찾은 두 번째 팀이다. 김현민은 함지훈, 장재석과는 다른 자신만의 강점을 활용해 팀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일단 현대모비스 구단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저라는 선수에게 관심을 가져주시고 영입을 위해 불러주신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한 마음이에요."

"솔직히 (함)지훈이 형은 너무 잘하시잖아요. 농구는 정말 흠이 없는 분이에요. 다만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시니까 체력적인 부분에서 제가 투입이 되면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장)재석이는 또 저와 스타일이 다르고요. 그래서 지훈이 형과 재석이가 쉴 때 제가 적재적소에 투입이 돼서 상황, 상황마다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몇 년 전부터 3점슛을 쏘기 시작했잖아요. 아무래도 저는 스페이싱이 가능한 빅맨이라고 생각해요. 외국선수 수비에서도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리고 제가 훈련하거나 경기할 때 항상 파이팅을 많이 하고 같이 뛰는 선수들의 사기를 올려주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소리도 많이 질러요. 그게 현대모비스에서 어린 선수들과 시너지를 일으켜서 팀이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현대모비스엔 김현민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인물이 있다. 앞서도 언급한 조동현 수석코치다.

조동현 코치가 KT에서 감독을 맡았던 시절, 김현민 역시 팀의 주축 빅맨으로 활약했다. 둘은 현대모비스에서 이제 다시 만나게 됐다.

"조동현 코치님이 전화를 주셔서 저를 영입하고 싶다고 얘기해주셨어요. 코치님의 그 전화가 너무 반갑더라고요. 진짜 생각도 못했거든요."

"솔직히 저는 현대모비스가 제게 오퍼를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현대모비스는 주전급 빅맨이 2명이나 있는 팀이잖아요. 저한테는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코치님이 전화로 '너의 아픔을 내가 잘 안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여기로 와서 몸 한 번 잘 만들어서 농구를 해보자고 하셨어요. 정말 감사하고 좋았어요."

김현민은 KT에서 보낸 지난 11년을 돌아보며 자신을 '고인 물이 됐던 선수'라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리고 현대모비스에서 생애 첫 우승 반지를 손에 끼고 싶다는 다짐도 드러냈다.

"제가 KT에 오래 있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 루즈해졌던 게 사실이에요. 고인 물 같은 선수가 됐죠. 고이고 고이다 보니 썩은 물이 됐었어요.(웃음) 솔직히 선수로서 나태해지고 자기 발전에 대한 욕심도 어느 순간 줄어들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이번에 새롭게 이적을 한 것이 저도 농구선수로서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현대모비스에 가는 게 결정되고 주변에서 그런 얘기도 많이 해주더라고요. 우승 한 번 할 수 있겠다고요. 스스로 제 인생에서 우승 반지를 한 번 끼고 은퇴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해봤는데, 현대모비스에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주변에서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으로 갔으니 우승 한 번 하고 은퇴하면 좋지 않겠냐는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유재학 감독님이 제 부족한 부분을 잘 잡아주실 것 같아서 기대도 많이 돼요."

현대모비스 팬들에게 "KT 시절의 자신을 잊어달라"는 당부와 함께 울산에서 보낼 새 시즌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항상 상대편 선수로 현대모비스 팬분들을 뵀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제 현대모비스에 오게 됐네요. 울산 팬 분들의 열정과 선수들에 대한 애정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많이 나 있어요. 저도 울산에 와서 그런 모습을 많이 봤었고요. 그래서 기대가 많이 돼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고, 그동안 보셨던 KT에서의 김현민은 잊어주세요.(웃음) 이제는 현대모비스의 김현민으로 기억해주시고 많이 응원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사진 =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