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과 노비츠키를 합치면 그게 바로 아데토쿤보②
[루키] 이민재 기자 = 밀워키 벅스의 제이슨 키드 감독은 야니스 아데토쿤보를 두고 "르브론 제임스와 덕 노비츠키를 합친 선수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일 수 있을 터. 그러나 아데토쿤보는 키드 감독의 말을 점점 현실로 만들어내고 있다.
밀워키는 지난 9월 아데토쿤보와 4년간 1억 달러에 연장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그는 오는 2020-21시즌까지 밀워키에서 활약하게 되었다.
아데토쿤보는 리그 내 가장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뛰어난 신체조건과 기술, 매년 성장하는 기량 등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 결과 밀워키는 1억 달러라는 거액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과연 아데토쿤보는 어떤 선수일까. 신체조건과 플레이스타일로 그를 살펴보자.
플레이 스타일
데뷔 당시 아데토쿤보는 스몰포워드였다. 유럽에서 뛰던 2년 동안 포인트 포워드 역할을 맡으며, 드래프트 당시 "시야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스몰포워드로서 다재다능함을 뽐낼 것으로 보였다.
그러던 중 2015-16시즌 중대한 변화가 있었다. 2016 올스타전 이후 아데토쿤보의 역할이 바뀐 것. 키드 감독은 아데토쿤보에게 포인트가드 역할을 주문했다. 팀내 전반적인 경기 리딩을 맡는 등 볼 소유 시간이 더욱 길어졌다. 실제로 전반기 경기당 평균 2.4분 동안 볼을 소유한 그는 후반기 들어 5.8분으로 그 시간이 늘어났다. 거의 2배가량 볼 소유 시간이 늘어나면서 책임감 역시 늘어났다.
이는 2014년부터 키드 감독이 조금씩 준비한 부분이었다. 아데토쿤보는 "2년차 프리시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키드 감독이 나에게 오더니 '오늘은 네가 포인트가드다'고 말했다. 나는 그날 경기를 망친 기억이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그때 당시 나는 6턴오버 정도를 기록했다. 우리 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스페이싱 농구는 형편없었다. 그럼에도 키드 감독은 나에게 '플레이 메이킹을 잘했다'고 칭찬했다"고 말했다.
이후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그게 바로 2015-16시즌 애틀랜타 호크스전이었다. 아데토쿤보는 "경기 시작 15분 전 키드 감독이 나에게 '아데토쿤보, 너가 오늘 주전 포인트가드다'고 했다. 그 말을 통해 키드 감독이 나를 얼마나 믿는지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기회였으니 말이다. 나는 당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뛰어야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아데토쿤보는 이전과 다르게 더 좋은 플레이를 펼쳤다. 득점보다는 패싱 게임에 신경 썼다. 선수들이 쉽게 캐치-앤-슛을 던지도록 도왔다. 이전보다 더 많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아데토쿤보의 두 번째 도전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키드 감독은 역사상 최고의 포인트가드 중 한 명이다. 그리고 그는 나의 감독이다. 그가 나를 포인트가드 자리에 둔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 일이다. 그는 나에게 정말 많은 조언을 해줬다. 이를 통해 나는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있다.“ 아데토쿤보의 말이다.
키드 감독은 "아데토쿤보는 연습 때 포인트가드 포지션에서 굉장히 편안해 보였다. 따라서 사이즈에 관계없이 실제 경기에서도 포인트가드로 기용하려 했다"며 아데토쿤보 롤 변경 이유를 밝혔다. 키드 감독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선배 게리 페이튼에게 아데토쿤보를 소개해주기도 했다. 페이튼은 "아데토쿤보는 포인트가드로서 재능이 있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아데토쿤보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2015-16시즌 전반기 평균 15.9점 7.1리바운드 2.8어시스트 1.0스틸 1.2블록을 기록한 그는 후반기 들어 18.8점 8.6리바운드 7.2어시스트 1.4스틸 1.9블록으로 펄펄 날았다. 대부분 기록이 모두 향상하며 자신의 진가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트리플-더블은 덤이었다. 전반기 단 한 개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후반기에서는 5개의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프랜차이즈 역사상 벅스 선수가 한 시즌에 트리플-더블 4개 이상 기록한 유일한 선수로 등극한 순간이었다.
모두 아데토쿤보 활약에 놀랐지만 정작 당사자는 당연한 결과였다고 밝혔다. 그는 "나와 동료들, 코칭 스태프는 내가 플레이메이킹을 잘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선수들은 나를 믿어줬다. 그들은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고, 코트 곳곳에서 플레이하기 편하도록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아데토쿤보의 스타일은 정통파 포인트가드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볼을 소유하면서 공격과 패싱 게임을 동시에 노리는 공격형 가드에 가깝다. 상황에 따라 상대 선수와의 미스매치를 활용하는 포스트-업, 2대2 게임 등 공격적인 모습이 눈에 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한 부분도 많다. 풀타임 포인트가드로서 보완해야 할 점은 당연히 있을 터. 이러한 약점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데토쿤보는 "볼 핸들러로서 선수들에게 알맞은 위치를 조정해주는 게 가장 어렵다. 그런 점에서 매튜 델라베도바, 말콤 브로그던과 같이 뛸 때 도움이 많이 받는다. 그들 모두 볼 핸들러이므로 경기 조립이 더욱 쉽다"고 말한다.
아데토쿤보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다. 자신의 약점을 파악, 이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몰포워드에서 포인트가드로 변신하는 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는 "나는 항상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 내가 잘못했던 부분을 체크해서 적어놓는다"고 말한다. NBA.com의 스티브 아슈버너는 2014-15시즌 아데토쿤보의 일화를 공개했다. 아슈버너는 "당시 밀워키는 LA 레이커스와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경기 전 아데토쿤보가 코치에게 찾아가 '레이커스전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물었다. 코치가 '수비 리바운드'라고 답하자 아데토쿤보는 노트에 이를 받아적었다. 이어 그는 '공격에서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라고 물은 뒤 코치의 말을 또다시 받아적었다"라고 말했다. 얼마나 열심히 훈련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지 알 수 있는 대목.
더욱 놀라운 점은 2년이 지난 2016-17시즌에도 아데토쿤보는 노트를 가지고 다닌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훈련이나 시합 때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 수많은 실수를 다 기억할 수 없다. 그래서 그 문제점들을 노트에 적고 '2주전에 내가 이런 실수를 했구나. 오늘 경기에서는 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할 수 있다. 여전히 노트 정리를 한다"고 말했다. 1억 달러의 주인공이 되었음에도 공부하는 자세는 여전하다.
노력은 시즌 이후에도 계속됐다. 2016년 오프시즌은 그에게 또 다른 기회였다. 아데토쿤보는 "연습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름에는 그리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벅스의 수키 홉슨 컨디셔닝 코치, 션 스위니 코치와 2주 동안 그리스에서 같이 운동했다. 형(타나시스 아데토쿤보, 현재 유럽에서 프로 선수로 활약 중)과 훈련도 빼놓지 않았다. 이후 그리스 국가대표팀과 훈련도 했다. 이후 돌아와 스위니 코치와 LA에서 땀방울을 흘렸다”며 "나는 단 한 번도 혼자서 훈련한 적이 없다. 모두 코치와 함께 운동했다. 코치와 같이 소통하면서 서로 원하는 부분을 알아가기 위함이다. 내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이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BOX | "내 포지션은 없다"
최근 NBA는 포지션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스트레치형 5번이 생길 만큼 어느 누구나 3점슛을 던진다. 게임 메이킹도 비슷하다. 파워포워드인 드레이먼드 그린(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이 팀내 어시스트 1위인 것도 일맥상통한다.
아데토쿤보도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어떤 것으로 한정 짓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아데토쿤보는 "현재 NBA에서 어떤 선수에게 ‘너의 포지션은 센터야’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빅맨 선수들이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센터이면서 플레이 메이킹을 하는 선수와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마크 가솔도 경기 리딩을 잘하는 선수다. 센터임에도 말이다. 따라서 나 역시 나를 '포인트가드'라고 포지션을 제한하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BOX | ‘치명적인 약점’ 슈팅
앞서 언급했듯 아데토쿤보는 노력형 선수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약점 노트를 가지고 다닐 정도다. 그러나 데뷔 때부터 현재까지 아쉬운 부분은 바로 '슈팅'이다. 루키 시즌 커리어-하이 3점슛 성공률 34.7%를 기록한 그는 15.9%(2014-15시즌), 25.7%(2015-16시즌), 25.4%(2016-17시즌)의 3점슛 성공률을 각각 올리고 있다.
이는 리그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 시즌 경기당 2.5개 이상의 3점슛을 던지는 선수는 총 176명이다. 그중 아데토쿤보의 3점슛 성공률은 169위다. 그 밑에 단 7명밖에 없을 정도. 최악의 효율을 기록 중이다.
다행인 점은 장거리 2점슛인 롱2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4.8m~3점슛 라인까지 롱2 지역의 야투 성공률이 데뷔 시즌 22.0%에서 올 시즌 39.1%까지 올라갔다. 상대가 중거리슛을 내주는 새깅 디펜스를 펼쳐도 2점슛에서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테토포는 "점프슛이 점점 향상되고 있다. 나는 점프슛 없이 돌파와 플레이 메이킹, 자유투 획득 등으로 상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점프슛 능력까지 갖춘다면 상대가 더욱 막기 힘들 것이다"면서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