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예빈의 시간이 다시 시작됐다

2022-06-03     태백, 이동환 기자

윤예빈. 2016년 신입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우여곡절을 많이도 겪었다. 촉망받는 유망주였지만 부상으로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2017년, 처음 1군 무대에 데뷔했고 가파르게 성장해갔다.

2020-2021시즌, 윤예빈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삼성생명의 '미라클 우승'을 이끌었다. 어느덧 그는 WKBL을 대표하는 가드가 돼 있었다.

2021-2022시즌은 새로운 고비였다. 비시즌에 대표팀에 소집되는 영광을 누렸지만, 이것이 오히려 그의 비시즌 준비 리듬을 바꿔놓았다. 준비가 평소처럼 되지 않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시즌을 맞이해야 했다. 결국 윤예빈은 날개를 활짝 폈던 2020-2021시즌에 비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인 채 시즌을 마감했다. 소속 팀 삼성생명의 봄 농구도 좌절됐다.

"비시즌 대표팀은 처음이었어요. 몸을 잘 만들었다면 자신감도 생겼을 것이고 시즌 준비를 잘했겠죠. 핑계처럼 들리겠지만 아무래도 준비가 덜 됐던 것 같아요. 성적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던 시기였어요. 이제는 몸을 더 신경쓰려고요.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해야 해요. 그래야 코트에서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다는 걸 지난 시즌을 치르면서 느꼈어요."

윤예빈에게 지난 5월 30일부터 소화하고 있는 태백 전지훈련은 마음의 안식처와 같다. 평소 태백 전지훈련을 통해 많은 걸 얻고 갔다는 것이 그의 설명.

"작년에 대표팀에 소집될 때 정말 걱정했던 게 태백 전지훈련을 빠지게 되는 것이었어요. 저는 저에게 태백 전지훈련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대표팀을 겪어본 언니들은 대표팀이 훈련 강도가 높으니 태백에 가지 않아도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질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줬어요. 하지만 막상 경험해보니 저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언니들의 얘기는 '짬밥'에서 나오는 말이었습니다.(웃음) 저는 아직 그런 언니들처럼 노련미나 쌓아온 게 없었어요. 그래서 대표팀에 가면서 생긴 비시즌 준비의 공백이 시즌 중에 많이 티가 났던 것 같아요."

"올해 오랜만에 태백에 왔는데요, 사실 뛸 때 숨쉬는 것도 힘들어요.(웃음) 하지만 그동안 태백에서 몸이 좋아지는 걸 느껴봤기 때문에 힘들어도 좋아요. 이걸 이겨내야 시즌을 잘 치를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거든요. 잘 버티면서 훈련하고 싶어요."

 

삼성생명에서 윤예빈의 입지는 독특하다. 1997년생이지만 어느덧 그는 어느덧 팀내에서 중고참 혹은 고참이라고 불릴 만한 위치가 됐다. 삼성생명이 어린 선수들을 주축으로 리빌딩을 진행하면서 선수단의 평균 연령대가 많이 어려졌기 때문이다.

고참이 되면 신경쓸 것이 많아진다. 상투적인 이야기이지만 코트 안팎에서 솔선수범해야 하고, 경기력이 흔들릴 땐 동료들을 격려하면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에이스와 리더 역할을 겸하는 선수들이 견뎌내야 하는 무거운 역할이다.

윤예빈은 지난 시즌 자신의 모습에 대해 "언니답지 못했다"고 되돌아봤다.

"언니들이 하나, 둘 은퇴하면서 벌써 제가 자연스럽게 중고참, 고참이 됐어요. 사실 지난 시즌에는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돌이켜보면 언니답지 못했던 것 같아요. 경기만 많이 뛰었지 저도 어린 선수들게 크게 다를 게 없었죠. 저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고, 어린 선수들을 잘 못 챙겼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어린 선수들을 챙기려고 하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되더라고요. 많이 힘들었어요."

"이제는 고참으로서 제 역할을 하면서 선수들을 이끌어야 팀이 잘 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싶어요. 감독님도 그 부분에 대해 강조를 하셨어요. 선수들을 어떻게든 많이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제가 그런 부분을 잘 해내면 동생들이 많이 의지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윤예빈 개인은 비시즌 준비 리듬의 변화, 역할 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소속 팀 삼성생명은 디펜딩 챔피언에서 플레이오프 탈락 팀으로 위치가 내려갔다. 여러모로 그에겐 힘든 시즌이었다.

"이번 시즌은 무조건 잘하고 싶어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던 윤예빈이 갑자기 눈을 또렷하게 뜨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조건 플레이오프는 가야 해요.(웃음) 저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플레이오프 탈락을 함께 경험했잖아요. 오기가 더 생겼을 거라고 생각해요. 욕심이 큽니다. 2년 전 우승은 정말 기적이었어요.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고 일단 지난 시즌보다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은 가지고 있어요.(웃음) 시즌 준비를 다른 팀보다 빨리 시작했고 훈련 태도와 열정도 좋아요. 다치지 않고 준비만 잘하면 지난 시즌보다는 무조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거예요."

임근배 감독은 새 시즌 삼성생명의 농구 색깔을 더 빠르고 공격적인 농구로 정했다. 이런 변화 속에 윤예빈은 개인기와 멘탈적인 부분을 더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심산이다. 그리고 그런 윤예빈을 돕고 있는 인물이 바로 올해 비시즌부터 새롭게 팀에 합류한 이주한 인스터럭터다.

"일단 지치지 않는 체력, 상대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감을 만들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멘탈적인 부분에 신경을 쓰고 있죠. 지난 시즌은 저 스스로 시즌 준비가 안 된 느낌이 컸어요.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는 게 우선이죠. 화려한 것보다는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해갈 생각이에요."

"이번 시즌은 감독님이 공격적인 농구를 강조하고 계시거든요. 그래서 이주한 트레이너 선생님과 함께 훈련을 하면서 개인기를 보완하고 있어요. 함께 훈련을 해보니 너무 좋아요. 우리은행에 계셨던 분이잖아요. 그때 저를 분석하셨던 내용을 많이 얘기를 해주시고 멘탈적으로도 많이 푸시(push)를 해주시면서 도움을 주세요. 앞으로 1대1 능력을 키워서 더 많은 득점을 해볼 생각입니다. 전에는 (배)혜윤 언니가 저를 많이 살려주섰었는데, 제가 1대1 공격이 되기 시작하면 제가 더 동료들을 살리는 모습이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의 기대치에 반드시 보답하겠다는 것이 윤예빈의 각오다.

"지난 시즌에는 팬분들의 기대치에 많이 못 미쳤던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다가오는 시즌에는 그 기대에 무조건 보답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