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든 남자' KB스타즈 김완수 감독
“김완수가 누구야?”, “그 사람이 누군데 감독이 돼?” 2021-2022시즌을 앞두고 청주 KB스타즈가 김완수 신임 감독 부임 소식을 전했을 때 주변에 있던 농구인들이 필자에게 던진 말이다. 여자농구판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잘 알지 못했던 김완수 감독. 그러나 그는 오랜 시간 지금 이 자리에 서기 위해 무려 17년을 보냈다. 그리고 성공했다. 모두가 안 될 것이라고 했을 때 그는 선입견을 깨고 당당히 통합우승을 이끈 지도자가 됐다.
지난 4월 20일, 언제 겨울이었냐는 듯 따뜻한 햇살을 가득 품은 서울 성수동 카페에서 김완수 감독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그의 표정은 밝았다. 7개월 전, 근심이 가득했던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 잘 지냈냐는 인사에 “그동안 못 만난 사람들 만나고 다녀요. 고마운 사람들이 많거든요. 인터뷰도 많이 잡혔습니다. 작년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네요”라며 활짝 웃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2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부담, 편견, 시샘, 질투
KB스타즈는 지난해 여름 김완수 감독을 선임했고 하나원큐로부터 강이슬을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보였다. 박지수 입단 이후 만년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5번의 도전 끝에 단 1번 정상에 섰던 것이 변화의 이유였다.
그들의 선택에 대해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김완수 감독에 대한 물음표가 많았다. 당시에도 17년 지도자 경력을 지닌 베테랑이었지만 프로 무대에선 코치 경력이 전부였다. 선수 시절 이름값에 집착하거나 아마농구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모르는 게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선수 생활이 짧았어요. 그래서 지도자를 하면서도 프로 감독이 되어 성공하고 싶었죠.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두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KB스타즈에서 기회를 줬어요. 사실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이 판에서 KB스타즈는 모든 분들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봐주려고 했던 것 같아요. 면접을 한 3번 정도 본 것 같아요. 주변에서 (강)이슬이 때문에 나를 데려왔다는 등 여러 소문이 돌더라고요. 이슬이도 그랬겠지만 저 역시 마음이 불편했죠. 그냥 열심히 하려고 했어요. 보여줘야 증명하는 거니까”라고 이야기했다.
외부의 시선은 차가웠지만 김완수 감독을 아는 사람들은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그는 모두를 언급할 수는 없지만 한 명, 한 명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가 아마농구 지도자로 시작했잖아요. 그때 만난 분들과 10년 넘게 연락하고 있어요. KB스타즈 감독이 된 후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저 같은 사람이 성공해야 지금 아마농구에서 고생하는 많은 지도자들이 꿈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다시 생각해도 감사하네요.”
박지수와 강이슬이 있는 KB스타즈는 막강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평가였다. 그러나 김완수 감독에게는 기회이자 부담이었다. 우승해야 본전, 만약 우승하지 못한다면 모든 비판과 비난은 본인의 몫이 될 것이 뻔했다.
김완수 감독은 “감독이 된 건 너무 좋았는데 걱정이 없지는 않았어요.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는 목표뿐이었죠. 감사하게도 구단에서 부담을 주지는 않았어요. 솔직히 저보다는 (박)지수가 더 부담이 컸겠죠. 아마 우승 못 했다면 둘이서 욕을 엄청 먹지 않았을까요.(웃음) 그래서 지수 부담을 줄여주고 싶었어요. 다른 선수들에게 말했죠. 그동안 지수한테 맡겨왔으면 이제는 너희들이 해줘야 한다고요. 우리는 지수의 팀이 아니라 지수가 있는 팀이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선수들이 한계를 깼잖아요. 예전에는 지수 때문에 이겼다면 이제는 다른 선수들도 자기가 하면 된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라며 웃음 지었다.
화려했던 결과, 그 안에 숨겨진 노력
KB스타즈는 2021-2022시즌 최소 경기 정규리그 1위, 그리고 무패 플레이오프 우승 등 V2를 달성했다. 어느 때보다 화려한 시절을 보냈다. 겉으로만 보면 탄탄대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완수 감독은 좋은 결과를 위해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 그 시작은 오프 시즌부터였다.
“가장 먼저 했던 게 동기부여를 심어주는 거였습니다. 멘탈 코치님과 상의해서 여러 글과 영상을 준비했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에는 아이들이 관심을 주지 않다가 벌금 카드를 쓰니 잘 따르더라고요.(웃음) 시즌 중에도 동기부여에 대한 부분은 집중적으로 신경 썼어요. 특히 우리은행과 만났을 때는 3분 정도의 영상을 준비해 선수들에게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어떤 선수들은 울기도 하더라고요. 대신 코트 위에선 큰 힘을 얻은 것 같아 효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구단에서도 발 벗고 나서서 동기부여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제게 주더라고요. 정성이 대단했던 게 팬들의 인터뷰 영상이 있었는데 모든 선수들의 이름이 나올 수 있도록 모음 영상을 제작한 거였어요. 정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훈련 방식, 그리고 지도 방식에도 차이점을 뒀다. 사실 WKBL 6개 구단을 살펴봤을 때 오프 시즌에 주전급 선수들의 훈련량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우리은행은 제외) 어쩔 수 없는 사정은 있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 WKBL 특성상 한 시즌을 치른 주축 선수들의 경우 재활로 오랜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시즌이 됐을 때 벤치에 오래 머무는 선수들이 더 많은 지적을 받고 또 많은 훈련량을 가진다. 김완수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변화를 줬다.
“지수의 팀이 아닌 모두의 팀이 되려면 그동안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도 언제든지 뛸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게 중요했습니다. 훈련을 통해 조금이라도 기량이 올라온 것 같으면 자신감을 얻는 건 금방이니까요. 또 모두에게 평등한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습니다. 많이 뛰어야 하는 선수들보다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더 혼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불만이 많아질 수밖에 없잖아요. 주전이든 아니면 벤치 멤버든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정말 노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것 같아요. (김)소담이는 멘탈 이슈가 있었는데 이제는 울지 않는 선수가 됐고 (최)희진이는 최고참인데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죠. 다른 선수들도 정말 잘해줬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선수들이 잘 준비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심성영 대신 허예은을 중용한 것 역시 김완수 감독의 신의 한 수였다. 심성영 역시 좋은 가드지만 포인트가드는 아니다. 좋은 자원을 보유하고도 그들을 진두지휘할 야전사령관에 목말랐던 KB스타즈는 김완수 감독의 허예은 중용과 함께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김완수 감독은 “(허)예은이는 가드로서의 재능도 있지만 코트 위에서 그 누구에게도 눈치를 보지 않는 대담한 선수예요. 심지어 제 눈치도 보지 않죠.(웃음) 포인트가드는 코트 안에서 선장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심)성영이는 그런 부분에선 조금 부족했던 게 사실이에요. 다만 예은이와 성영이가 공존하기를 바랐어요”라고 말했다.
물론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한 선택이었다. 허예은의 기량과는 별개로 부족한 경험, 그리고 뛰어나지 않은 신체 능력 등 여러 약점보다 강점에 중점을 두었기에 가능한 부분이었다.
“예은이가 피지컬이 좋은 가드는 아니에요. 스피드가 빠른 편도 아니죠. 그래서 더 느리게 플레이하라고 했어요. 타이밍을 빼앗으면 더 빠르게 보인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거든요. 또 박자에 대한 부분도 강조했어요. 제 생각에는 예은이가 일본의 마치다 루이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요. 그 믿음을 꼭 현실로 만들어줬으면 좋겠네요.”
통합우승 그 이후…
김완수 감독은 통합우승 이후 가장 먼저 故 선가희를 떠올렸다. 그에게 통합우승을 선물하겠다던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보지 못한다는 마음에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 했다.
“우승한 후에 가희가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그 친구를 떠나보냈을 때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가희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봤기 때문에 마음이 더 아픈 것 같아요. 당시 가희는 정말 열심히 뛰는 선수였고 또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KB스타즈에서 다시 만났을 때도 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더라고요. 뒤끝이 없고 또 출전 시간을 못 받아도 불만을 드러내기보다는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물었던 아이였어요. 또 어렸을 때 어머니가 안 계시다 보니 일찍 성숙해지기도 했죠. 그런 가희에게 통합우승을 선물해 기쁘다가도 또 슬펐어요. 참… 그때처럼 힘들었던 때가 또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이어 김완수 감독은 “내일(4월 21일)이 가희의 49재에요. 가희 아버님, 그리고 선수들과 함께 갈 예정입니다. 사실 아버님께서 가희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통합우승하는 걸 보고 하겠다고 했거든요. 다행히 통합우승을 하면서 가희를 마음 편히 보내줄 수 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자식을 먼저 잃은 부모의 마음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잖아요. 그러면서도 자신보다 우리를 더 생각해줬습니다. 제게는 또 다른 가족이 생긴 듯해요. 항상 마음속 깊이 생각하고 살 겁니다”라고 말했다.
잠시 슬픈 얼굴을 한 김완수 감독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가르친 선수들, 특히 (윤)예빈이나 다른 아이들 덕에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 아이들과 함께하지 못했다면 저 역시 없었을 테니까요. 우승의 기쁨보다는 제자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가족들, 묵묵히 뒤에서 응원하고 또 도와준 분들에게 감사했어요. 아내가 많이 고생했는데…. 이제는 고생시키지 않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통합우승을 했기에 김완수 감독에 대한 부임 초기 비판적인 시선들은 어느 정도 걷힌 지 오래다. 그 역시 증명하고 싶어 했고 결국 결과로 보여줬다.
김완수 감독은 “보여주고 싶었어요. 또 증명하고 싶었죠. KB스타즈는 항상 강팀이었지만 우승은 많이 하지 못한 팀이었잖아요. 제가 이룬다면 많은 걸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뒤돌아보면 여러 일들이 많았어요. 특히 우리은행을 만났을 때는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정규리그와는 달리 챔피언결정전과 같은 큰 무대에서 이긴 적이 없으니까 이해는 했어요. 근데 이미 우리가 강팀인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어요. 왜 우리가 져야 하는지 몰랐죠.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했어요. 이제는 우리가 강팀이고 우리은행이 눈치를 봐야 한다고 말이죠. 우리가 그들에 대해 준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우리에 대해 준비하는 게 옳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결국 우리가 승리했잖아요. 증명하고 싶었던 것을 6~70% 정도는 채운 듯해요. 하지만 만족은 없습니다. 아직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도 많아요. 그들이 성장해서 지금의 KB스타즈가 완전체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에게 확인시켜주고 싶습니다. 남은 3~40%만 채우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믿습니다”라고 확신했다.
김완수 감독이 바라는 KB스타즈의 미래
통합우승을 해냈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KB스타즈는 또 하나의 왕조를 세우려 한다. 과거의 신한은행, 그리고 우리은행처럼 말이다.
김완수 감독은 “지금 우리 선수들은 다음 시즌에도 최고일 겁니다. 의심하지 않아요. 그러나 더 완벽해지려면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이 성장해야 해요. 내부 육성이 다음 시즌의 화두일 겁니다. 통합우승은 오프 시즌 시작과 함께 잊을 생각입니다. 우리는 아직 목마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남들이 봤을 때 제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과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전 그렇지 않아요”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마농구에 있을 때 가장 큰 재미는 어린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좋은 학교에 진학시키는 거였어요. 아마 저뿐만 아니라 모든 아마농구 지도자가 가지고 있는 재미와 보람이 아닐까 싶어요. 아마와 프로의 차이는 분명하지만 이곳에서도 그 재미를 느끼고 싶습니다. 물론 프로는 FA와 트레이드가 있기 때문에 100% 확신할 수는 없지만 모든 선수들이 KB스타즈를 봤을 때 ‘아 저기서 뛰고 싶다, 저기에선 우승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고자 합니다. 자신감은 확실히 있습니다.”
그렇다면 김완수 감독의 다음 시즌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단호하게 “통합우승”이라고 밝혔다.
“당연히 통합우승이 아닐까요. 프로 무대에선 승리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잖아요. 근데 승리하면서도 모든 선수들이 성장하는 시즌이 됐으면 합니다. 우리가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마치 그런 것처럼 하나의 팀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승리는 알아서 따라오게 되어 있으니까요(웃음).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게 패하고 싶습니다. 또 지수 때문에 이기고 지는 팀이 되는 건 싫어요. 이번 시즌에 증명한 것들에 어린 선수들의 성장까지 더한 멋진 시즌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