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의 깔깔농구] OKC, 로테이션 수정 좀 합시다
[루키] 이승기 기자 = "도너번 감독님, 로테이션 수정 좀 합시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최근 3연패 수렁에 빠졌다. 6일(한국시간) 썬더는 휴스턴 로케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접전 끝에 116-118로 석패했다.
재미있는 것은 빅터 올라디포가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1승 3패로 경기력이 좋지 않다는 것. 그런데 이는 우연이 아니다. 올라디포가 복귀함에 따라, 기존의 로테이션이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썬더의 최근 벤치 생산력은 올라디포의 복귀 이전과 비교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대로 가면 주전과 벤치가 모두 죽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오클라호마시티에게 합리적인 벤치 로테이션은 무엇일까.
★ 올라디포와 고든의 차이
먼저 올라디포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이날 휴스턴과의 경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 팀의 2옵션 대결이었다. 휴스턴의 에릭 고든은 그야말로 펄펄 날며 팀 승리를 이끌었지만 올라디포는 4쿼터를 제외하면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두 선수의 결정적인 차이는 슈팅력이다. 고든은 단연 이번 시즌 리그 최고의 슈터다. 141개의 3점슛을 성공시키며 전체 1위에 올라 있을 뿐만 아니라, 성공률도 무려 43.0%에 달한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외곽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올라디포의 3점슛 성공률도 빼어나다. 이미지(?)와는 달리 39.2%나 된다. 그런데 고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진다. 올라디포는 지난 시즌까지 평범한 3점슈터였고, 기복 심한 슈팅력은 언제나 그의 발목을 잡아왔다.
이번 시즌 올라디포의 3점슛 성공률이 올라간 이유는 간단하다. 오픈 슛 기회가 많아진 덕분이다. 올라디포는 코너에서 멀뚱멀뚱 3점슛 찬스를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게 문제다. 올라디포의 3점슛 성공률은 올라가겠지만, 팀 전체로 봤을 때는 손실이 더 크다.
★ 올라디포 활용법
올라디포를 '코너 3점맨'으로 기용해서는 안 된다. 이러려고 데려온 게 아니다. 올라디포는 벤치 에이스 역할을 맡아야 한다. 공을 주고 마음껏 코트 위를 활보하게 해야 한다. 그의 경기력은 그래야 살아난다.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넘나들며 뛰었던 인디애나 대학시절처럼 기용해야 한다.
올라디포와 러셀 웨스트브룩이 같이 뛰는 것은 지극히 비효율적이다. 올라디포가 할 줄 아는 모든 것을, 웨스트브룩이 더 잘한다. 그래서 웨스트브룩이 메인 볼 핸들러 역할을 맡는다. 그러면 올라디포는 할 게 없다. 그러니까 코너로 빠져서 3점슛 기회나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휴스턴이 제임스 하든과 에릭 고든을 함께 주전으로 쓰지 않는 것도 같은 이치다. 고든은 식스맨으로 보직을 변경한 후, 더욱 막강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라디포 역시 식스맨 롤을 맡아야 한다. 그래야 올라디포도 살고, 팀도 살아난다.
물론 하든과 고든은 코트 위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런데 웨스트브룩과 올라디포 콤비보다 훨씬 효율이 좋다. 이유는 간단하다. 슈팅력의 차이 때문이다.
고든은 괴물같은 3점슛 능력을 지녔다. 덕분에 하든이 공을 몰 때 공간을 넓혀줄 수 있고, 패스를 받으면 빼어난 캐치앤샷 능력으로 3점슛을 꽂아넣을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든이 퍼포먼스를 펼치면 하든이 외곽에서 3점슛 기회를 살핀다. 하든 역시 3점슛 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웨스트브룩과 올라디포의 3점슛은 형편없다. 기복이 너무 심해서 믿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코트 위 공간이 좁아지고, 공격 전개가 어려워진다. 둘 다 외곽에 있으면 동선도 겹친다. 둘을 따로 뛰게 해야 한다.
웨스트브룩의 옆에는 3점슈터가 필요하다. 백코트 파트너로는 올라디포보다 앤써니 모로우나 알렉스 아브리네스가 더 낫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라디포가 없을 때, 이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물론 수비에서 큰 손실이 나겠지만, 그보다는 공격에서의 이득이 더 크다. 카일 코버를 영입하는 팀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아니라 오클라호마시티여야 했다.
★ 벤치 로테이션 수정
벤치 로테이션도 이대로는 안 된다. 빌리 도너번 감독은, 올라디포의 복귀 이후 기존의 '잘 되던' 로테이션을 포기하고 시즌 초의 '안 되던' 로테이션을 다시 들고 나왔다. 이는 패착이다. 최근 3연패라는 결과가 잘 말해주고 있다.
올라디포가 돌아온 이후, 조프리 로베르뉴와 앤써니 모로우가 로테이션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그런데 두 선수는 올라디포가 없을 때, 썬더 로테이션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던 선수들이다. 모로우는 공간을 넓히고, 로베르뉴는 내외곽의 가교 역할을 잘해줬다. 이들이 갑작스레 빠지자, 썬더의 벤치 타임이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끔찍해졌다.
도너번 감독은 제레미 그랜트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그가 있으면 스몰라인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랜트는 최근 생산력이 많이 하락했다. 이 선수에게 30분 가까운 출장시간을 부여하기 보다는, 로베르뉴나 모로우를 더 기용하는 것이 전술운용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길이다.
에네스 칸터도 더 써야 한다. 현재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웨스트브룩을 제외하고 가장 안정적으로 득점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칸터다. 벤치 타임 때는 그를 확고부동의 1옵션으로 삼고, 출장시간을 늘려줄 필요가 있다. 올라디포와 칸터를 중심으로 벤치 로테이션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 융통성 발휘 필요
도너번 감독은 토너먼트에 강하다. NCAA 토너먼트와 2016 플레이오프를 통해 확실히 증명됐다. 그런데 호흡이 긴 정규리그에서는 융통성이 조금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다.
이날 휴스턴의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1쿼터 막판 하든을 벤치로 불러들이지 않았다. 또, 고든을 투입해 1쿼터 종료 때까지 기용했다. 14점차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정확한 판단이었다. 로케츠는 1쿼터 막판 3분 동안, 하든과 고든의 활약을 바탕으로 9점을 만회했다. 덕분에 휴스턴은 5점차까지 따라붙은 채 1쿼터를 마쳤고, 2쿼터 중반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반면 도너번 감독은 본인이 정한 로테이션을 철저하게 지키는 느낌이었다. 정확히 예상할 수 있는 시간대에 웨스트브룩을 넣고, 뺐다. 벤치 로테이션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활약을 펼쳤던 칸터도 정해진 시간 이상 기용하지 않았다.
이날 스티븐 아담스는 수비에서 몇 차례나 아쉬운 장면을 보였다. 던지지도 않는 네네의 외곽슛을 견제하다 골밑을 수차례나 비워줬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아담스 대신 칸터를 기용하는 것이 나아보였다. 실제로 칸터는 이날 22분만 뛰고도 15점 13리바운드를 올렸다.
또, 도나타스 사보니스는 아직 신인이다. 이날 그는 코트 위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외곽수비는 정말 처참한 수준이었다. 사보니스보다는 칸터를 조금 더 기용하는 것이 어땠을까 싶다.
아담스와 칸터를 동시에 기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실제로 오클라호마시티는 2016 플레이오프 2라운드 샌안토니오 스퍼스와의 시리즈에서, 아담스와 칸터를 동시에 기용해 큰 재미를 봤다.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그러한 장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 험난한 1월 일정
현재 오클라호마시티는 매우 큰 위기에 봉착했다. 단순히 3연패에 빠진 것이 문제가 아니다. 1월 일정이 대단히 험난하다. 15경기 중 무려 12차례나 원정경기를 치러야 한다.
당연히 선수들의 체력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썬더가 더욱 풍부한 로테이션을 가동해야 하는 이유다. 어차피 이러한 상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더 다양한 로테이션을 실험할 필요가 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현재 21승 16패를 기록, 서부 컨퍼런스 7위에 위치해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1월 일정을 잘 넘겨야 한다. 이번 1월은 도너번 감독의 능력을 볼 수 있는 한 달이 될 것이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