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를 삼킨 3점슛' 바야흐로 외곽의 시대 ②
[루키] 편집부 = 무아지경이었다. 손을 떠난 공은 족족 림 그물을 출렁였다. 11월 8일(한국시간) 오라클 아레나는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109-97로 앞선 4쿼터 종료 2분 23초 전,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한 선수를 향해 환호했다. 스테픈 커리(28,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였다.
커리는 이날 한 경기 최다 3점슛 기록을 새로 썼다. 다시 한 번 NBA 연감에 진한 발자국을 새긴 것. 외곽 라인 바깥에서 무려 13개의 3점슛을 꽂았다. 성공률이 무려 76.5%였다. 웬만한 빅맨의 자유투 성공률보다 높은 수치. 커리는, 그리고 현대농구는 외곽슛에 관한 모든 기록을 하나둘 고쳐 쓰고 있다. 여러 징후가 한 목소리로 웅변한다. 우리는 지금 '외곽의 시대'에 살고 있다.
(1부에서 계속됩니다.)
◆ 통계로 본 달라진 흐름…현대는 ‘3점의 시대'
1995-96시즌 '양궁 농구'의 원조가 나타났다. 제이슨 키드-짐 잭슨-저말 매쉬번이 뛰었던 댈러스 매버릭스였다. '3J'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들은 이 해 3점슛 2,039개를 던졌다. 성공률도 36.0%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팀 성적은 형편없었다. 26승 56패로 서부지구 미드웨스트 디비전 6위에 머물렀다.
이듬해 3구단이 더 '1,800 클럽'에 가입했다. 마이애미 히트, 휴스턴 로케츠, 애틀랜타 호크스였다. 마이애미는 팀 하더웨이(590개)ㆍ보션 레너드(183개)ㆍ댄 말리(201개)가 끊임없이 상대를 바깥에서 괴롭혔다. 휴스턴은 맷 말로니, 마리오 엘리, 맷 불러드 등 7명이 세 자릿수 시도를 했다. 플레이스타일에 변화를 준 드렉슬러(335개)·찰스 바클리(205개)도 외곽슛을 꽤 던졌다. 팀 성적은 괜찮았다. 세 팀 모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이후 4년간 명맥이 끊겼다가 2001-02시즌에 다시 '1,800 클럽' 팀이 나왔다. 이때부터 10시즌 동안 꾸준히 외곽슛 시도 '1,800 라인'을 넘은 팀이 하나 이상 상주했다.
여기서도 하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단순 숫자만으로도 농구 트렌드가 많이 변했음이 보인다. 정확히 10년 전 NBA 30구단의 평균 3점슛 시도 수는 16.9개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이 수치는 24.1개로 크게 늘었다. 팀 야투 가운데 외곽슛이 차지하는 비중이 21.2%에서 28.5%로 뛰었다. 상위 11구단을 따로 집계하면 이 수치는 33.5%로 껑충 뛴다. 이 가운데 10개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파이널 무대에 진출한 골든스테이트(36.2%), 클리블랜드(35.2%)도 포함돼 있다. 한 경기에서 야투 3개 중 한 개를 외곽에서 쏴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다.
한 시즌 3점슛 시도 1,800개 이상을 기록한 팀의 숫자는 2013-14시즌 15구단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듬해 16구단, 2015-16시즌에는 22구단에 달했다. 외곽의 시대가 열렸다. 17개월 전 파이널에서 "점프슛 위주의 공격 패턴을 지닌 팀은 우승할 수 없다"는 농구계 오랜 격언이 깨진 뒤 우후죽순 '3점 농구’를 구사하는 팀이 늘어났다.
2015-16시즌에는 커리가 홀로 외곽슛 402개를 꽂았다. 자신이 썼던 종전 최고 기록(286개)을 넉넉히 따돌렸다. 팀 성적도 훌륭했다. 골든스테이트를 한 시즌 역대 최다승(73승) 구단으로 이끌었다.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 모두 외곽 라인 바깥에서 풀어 가는 농구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입증했다.
'AFP통신'은 올여름 최근 변화를 분석하는 기사를 썼다. 이 매체는 현대농구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쇼크가 시간이 흘러 스몰볼, 커리, 대릴 모리 등과 화학적 결합을 이뤘다. 이젠 거스를 수 없는 '뉴 웨이브'가 됐다. NBA의 물줄기를 바꿔버린 것이다. 스몰볼은 리그를 지배했고 센터는 3점을 던지기 시작했다. 미국은 28년 전 서울 올림픽에서 슛 거리가 긴 스페인, 유고, 소련의 빅맨진에게 호되게 당했다. 결국 소련과의 4강전에서 무릎을 꿇은 미국은 동메달에 그치는 수모를 겪었다. 그때의 충격이 드림팀 결성, 코치K 장기 집권을 거쳐 전술적으로도 새 모델을 창조했다."
"커리는 비교 카테고리에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을 추가했다. 20년 만에 정규 시즌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 선수가 경기당 평균 3점슛 5.1개를 꽂았다. 경이적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명 슈터 조건 가운데 하나인 '180 클럽'이 이렇게 쉬운 기록이었던가. 물론 파이널 2연패에는 실패했다. 마지막에 헛발을 디뎠다. 그러나 커리의 플레이 하나 하나는 신기원이었다. 한 번도 그처럼 농구했던 선수가 없었다. NBA는 물론 세계 농구계에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는 외곽슛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확립했다. 3점슛의 시대가 열렸다. 훗날 손주 세대에게 자신 있게 얘기할 것이다. 2010년대는 '외곽의 시대'였다고."
사진 제공 = 언더아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