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를 삼킨 3점슛' 바야흐로 외곽의 시대 ①
[루키] 편집부 = 무아지경이었다. 손을 떠난 공은 족족 림 그물을 출렁였다. 11월 8일(한국시간) 오라클 아레나는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109-97로 앞선 4쿼터 종료 2분 23초 전,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한 선수를 향해 환호했다. 스테픈 커리(28,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였다.
커리는 이날 한 경기 최다 3점슛 기록을 새로 썼다. 다시 한 번 NBA 연감에 진한 발자국을 새긴 것. 외곽 라인 바깥에서 무려 13개의 3점슛을 꽂았다. 성공률이 무려 76.5%였다. 웬만한 빅맨의 자유투 성공률보다 높은 수치. 커리는, 그리고 현대농구는 외곽슛에 관한 모든 기록을 하나둘 고쳐 쓰고 있다. 여러 징후가 한 목소리로 웅변한다. 우리는 지금 '외곽의 시대'에 살고 있다.
◆ 통계로 본 달라진 흐름…과거에는 '골밑'이 중심
NBA는 1979-80시즌에 3점슛 제도를 도입했다. 이때부터 지난 시즌까지 각 구단 3점슛 시도 수를 살펴봤다. 연도별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기준을 잡았다. 1,800개를 바로미터로 삼았다.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최근 3년간 외곽슛 시도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도입 34년째를 기점으로 외곽 활용법에 대한 달라진 흐름이 읽혔다.
1979-80시즌부터 1994-95시즌까지 기준점을 넘긴 구단은 없었다. 어떤 팀도 단일 시즌 1,800개 이상 3점슛을 시도하지 않았다. 외곽슛을 번외 선택지로 여긴 시대였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은 지금과 달랐다. 7.24m보다 멀리서 던지는 슛은 '양념'일뿐 메인 디시가 아니었다.
당대를 풍미한 1~3번 명단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마이클 조던(1.2개), 클라이드 드렉슬러(0.7개), 알렉스 잉글리시(0.1개), 제프 말론(0.4개), 조지 거빈(0.5개), 도미니크 윌킨스(1.1개·이상 1990-91시즌 이전 평균 외곽슛 시도 수) 등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3점을 던지는 걸 꺼렸다. 외곽슛과 이를 통한 스페이싱을 중시하는 현대 농구와는 확실히 구분됐다.
1990년대 중반까지 득점원들은 미드 레인지에서 1대1 돌파와 수비수 달고 던지는 풀-업 점퍼, 예민한 등 감각ㆍ스텝을 활용한 포스트-업 무브, 강력한 림 어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요즘은 사라진 포스트-업을 즐기는 포인트가드도 꽤 있었다. 마크 잭슨, 게리 페이튼 등이 주인공이다.
반면, 스트레치형 빅맨ㆍ장신 슈터는 희귀했다. 샘 퍼킨스, 데틀레프 슈렘프, 앤트완 워커 등 열 손가락에 추릴 만큼 적었다.
(2부에서 계속...)
사진 제공 = 언더아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