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독 밀리어네어' 드로잔이 최고가 되기까지 ③

2016-12-17     ROOKIE

[루키] 편집부 = 토론토 랩터스는 지난 7월 더마 드로잔(27, 201cm)에게 5년간 1억 3,900만 달러를 선물했다. 구단의 미래 밑그림을 명확히 한 것. 드로잔을 카일 라우리와 함께 팀 간판으로 공인한 셈이다. 시즌 초반이긴 하나, 드로잔은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현재 평균 28.3점을 기록, 리그 3위에 올라 있다. 랩터스 역시 18승 8패를 거두며 동부 컨퍼런스 2위, 애틀랜틱 디비전 1위를 달리고 있다.

드로잔은 개막 후 5경기에서 내리 30점 이상을 쓸어 담으며 진기록을 썼다. 1986-87시즌 마이클 조던(시카고 불스)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 50년 동안 시즌 첫 5경기에서 연속 30점 이상을 작성한 선수는 5명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조던과 1980-81시즌 애드리안 댄틀리(유타 재즈), 1978-79시즌 마퀴즈 존슨(밀워키 벅스), 1972-73시즌 네이트 아치발드(캔자스시티-오마하 킹스)가 주인공이다. 이 가운데 조던, 댄틀리, 아치발드는 그 해 득점왕을 차지했다.

긍정적인 신호다. 21년 전 창단한 ‘젊은 팀' 토론토는 아직 득점왕을 배출한 적이 없다. 데이먼 스타더마이어, 빈스 카터, 덕 크리스티, 크리스 보쉬 등 많은 스타가 뛰었지만 득점 1위를 차지한 이는 없었다. 데뷔 8년차 드로잔이 출사표를 던졌다. 올스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넘어 최고 득점기계까지 넘본다. 개인 커리어는 물론 구단 역사까지 새로 쓸 기세로, 시즌 초반부터 맹렬한 함포 사격을 퍼붓고 있다.

드로잔은 과녁이 하나 더 있다. 현재 그는 통산 10,171점을 기록중이다. 보쉬가 갖고 있는 프랜차이즈 역대 최다득점(10,275점)이 눈 앞에 있다. 현대농구에서 3점슛 없는 슈팅가드가 이 정도 퍼포먼스를 보일 것이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드로잔은 선배 슈퍼스타가 그랬듯 차곡차곡 목표 한 개씩을 지우개로 지우고 있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 공룡이 된 슬럼독

그는 데뷔 첫해부터 주전 2번으로 낙점됐다. 코트를 밟은 77경기 가운데 65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물음표가 달렸다. 경기당 평균 8.6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제이 트리아노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볼 호그 기질이 다분한 ‘림만 바라보는 망아지'란 혹평을 듣기도 했다.

비판만 있지는 않았다. 빼어난 운동능력과 미드 레인지에서의 날랜 움직임, 베테랑 못지않은 슈팅 정확성 등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토론토 지역 언론 『토론토스타』는 “트레이시 맥그레디도 평균 두 자릿수 득점에 3년이 걸렸다. 드로잔의 데뷔 시즌 야투율은 맥그레디 신인 시절보다 4.8%나 높다. (팀 선배보다)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뛰었으면서도 질적인 면에서 뒤지지 않았다. 남다른 재능을 지닌 스윙맨"이라며 연고 팀 유망주를 변호했다.

드로잔이 두각을 나타내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재력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2년이었다. 이듬해 기록이 껑충 뛰었다. 평균 17.2점을 챙겼다. 정확히 2배나 상승한 곡선을 그린 것. 소포모어 징크스는 다른 사람 얘기였다. 올스타 슈팅가드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였다.

데뷔 5년째인 2013-14시즌엔 평균 22.7점을 수확했다. 자유투 획득 수가 몰라보게 늘어났다. 직전 시즌에 비해 큰 폭으로 뛰었다(5.2개 → 8.0개). 적극적인 림 어택으로 데뷔 첫 평균 20점대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에는 커리어 하이인 23.5점을 거뒀다. 고질적 약점으로 꼽혔던 3점슛 성공률도 33.8%까지 끌어올렸다. 할 줄 아는 것을 차근차근 늘려가며 무결점 공격수로 착실히 성장하고 있다.

2016-17시즌 드로잔은 데뷔 7년째를 맞아 리그 최고 득점기계로 거듭났다. 드로잔은 11월 17일 골든스테이트전에서 34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쓸어 담았다. 페인트 존을 끊임없이 두들겼다. 자유투를 17개나 빼앗았고 모두 집어넣었다. 3쿼터에만 19점을 넣었다. 추격 불씨를 제대로 살렸다. 팀은 골든스테이트에 121-127로 졌지만 드로잔은 반짝반짝 빛났다. 

또, 개막 첫 11경기 가운데 9경기에서 30점 이상을 수확했다. 1987-88시즌 마이클 조던 이후 최초다. 이 구간 동안 366점을 쌓았다. 최근 40년 동안 첫 11경기에서 드로잔보다 많은 점수를 올린 선수는 단 6명뿐이다(릭 배리, 조던, 댄틀리, 알렉스 잉글리시, 카림 압둘-자바, 스테픈 커리). 올 시즌은 물론 과거로 기준을 넓혀도 역대급 초반 행보를 보내는 선수가 드로잔이다.

그를 보면 1980년대가 떠오른다. 마치 타임슬립 드라마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외곽슛이 (필수가 아닌) 번외 선택지였던 3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일리걸 디펜스 탓에 개인 전술 중요성이 매우 컸던 그때 그 시절의 플레이를 2016년 겨울에 펼치고 있다.

드로잔은 3점슛 비중이 극도로 적은 공격수다. 외곽 라인 생산성과 스페이싱을 중시하는 현대 농구와 대별된다. 그가 주로 구사하는 패턴은 미드 레인지에서의 1대1, 수비수를 달고 던지는 풀-업 점퍼, 돌파 과정에서 얻는 자유투다. 매우 ‘유니크한' 방법으로 기록지를 채우고 있다.

이는 올 시즌 평균 3점슛 성공/시도 수만 봐도 알 수 있다(0.5개 성공/1.6개 시도). 동 포지션 제임스 하든(3.0/8.4), CJ 맥컬럼(2.7/5.8), 클레이 탐슨(3.0/7.9), 잭 라빈(2.5/6.7) 등과 비교할 때 크게 떨어진다. 센터 요원인 칼-앤써니 타운스(1.4/4.0), 드마커스 커즌스(1.6/4.6)보다도 낮다.

드로잔은 3점슛 대신 기민한 드리블링과 다양한 페이크,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슛 릴리스로 코트를 휘젓는다. 공중에 떴을 때 진가를 발휘하는 바디 밸런스도 ‘향수'를 자극한다. 초창기 조던, 클라이드 드렉슬러, 조지 거빈, 제프 말론을 떠올리게 한다. 성적과 스타일 모두 상품성을 지녔다.

드로잔은 연구 대상이다. 이 선수의 득점 그래프와 토론토의 성적 추이를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등번호 10번이 그리는 ‘슈퍼스타 성장기'는 쏠쏠한 재미를 안길 것이다. 개천에서 태어나 용이 되어 승천한 드로잔. 그는 올겨울 가장 뜨거운 선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