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데렐라] "38점 14리바운드!" 션 킬패트릭
[루키] 이승기 기자 = "38점 14리바운드"
앤써니 데이비스나 드마커스 커즌스의 기록이 아니다. 리그 엘리트 빅맨의 기록이 아닌, 드래프트조차 되지 못했던 한 무명 슈팅가드의 기록이다.
오늘의 신데렐라는 브루클린 네츠의 슈팅가드 션 킬패트릭(26, 193cm)이다.
커리어 최고의 활약
30일(이하 한국시간) 브루클린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린 2016-17시즌 정규리그 경기에서 브루클린 네츠가 2차 연장 접전 끝에 LA 클리퍼스를 127-122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킬패트릭이었다. 그는 홀로 38점 14리바운드 3점슛 4개를 터뜨리며 대역전극을 이끌어냈다.
브루클린은 3쿼터 종료 때만 하더라도 패색이 짙었다. 클리퍼스의 강력한 수비에 고전하며 73-86, 13점차로 뒤졌다.
선발 슈팅가드로 출전한 킬패트릭도 대단히 부진했다. 14개의 야투 중 11개를 놓치며 3쿼터까지 7점에 그쳤다.
그런데 4쿼터에 반전이 일어났다. 킬패트릭이 갑자기 신들린 활약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4쿼터 12분을 모두 소화하며 홀로 20점을 퍼부었다. 10개의 야투 중 7개가 들어갔고, 3점슛은 3개를 던져 모두 넣었다.
가히 충격과 공포였다. 클리퍼스는 킬패트릭의 맹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 사이 13점차 리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양 팀은 정규시간 내에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킬패트릭은 연장전에서도 6점을 올리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클리퍼스는 저말 크로포드의 동점 3점슛에 힘입어 승부를 2차 연장으로 끌고 갔다.
킬패트릭은 2차 연장에서도 5점을 보탰다. 4쿼터부터 2차 연장까지 22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무려 31점을 쏟아냈다. 믿을 수 없는 퍼포먼스였다.
브루클린은 킬패트릭의 환상적인 활약 덕분에 최근 7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킬패트릭을 오늘의 신데렐라로 선정한 이유다.
킬패트릭은 누구?
션 킬패트릭은 폭발적인 득점력을 갖춘 슈팅가드다. 2014-15시즌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유니폼을 입고 NBA에 데뷔했다.
킬패트릭은 신시내티 대학 시절부터 출중한 득점력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부푼 꿈을 안고 참가했던 2014 드래프트에서 시원하게 낙방하고 말았다.
대학 4학년까지 모두 마친 탓에 다른 참가자들보다 나이가 많았고, 이미 기량이 완성되어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도 문제였다. 또, 실제 신장이 189cm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도 큰 악재였다. NBA에서 슈팅가드로 뛰기에는 키가 너무 작았던 것이다.
킬패트릭은 낙담하지 않았다. 섬머리그에 참가하고, D-리그 팀과 계약을 맺으며 기량을 갈고 닦았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미네소타와 10일 계약을 맺은 것이었다.
2015-16시즌에도 D-리그에서 뛰었는데, 덴버 너게츠와 10일 계약을 두 번 맺는 등 나름대로 기량을 인정(?) 받았다. 계약 만료 후, 다시 D-리그에 복귀한 킬패트릭은 D리그 올스타전에 참가하고, D-리그 서드 팀에 뽑히기도 했다.
2016년 2월 말, 브루클린이 킬패트릭과 10일 계약을 체결했다. 킬패트릭은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19점을 올리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에도 몇 차례 훌륭한 득점력을 선보였다.
이에 감탄한 브루클린은, 킬패트릭과 3년간 225만 달러에 계약했다. 드디어 정식 NBA 선수가 된 것이었다. 킬패트릭은 2015-16시즌 네츠 소속으로 평균 13.8점 2.0리바운드 FG 46.2% 3점슛 36.1%(1.5개) FT 89.8%를 기록, 확실히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2016-17시즌, 킬패트릭은 브루클린의 주요 득점원으로 자리잡았다. 주로 벤치에서 출전하다 최근에는 선발로 나서고 있다. 최근 4경기에서는 평균 33.9분을 소화하며 24.8점 5.8리바운드 3.8어시스트 FG 47.3% 3점슛 38.5%의 폭발적인 활약을 펼쳤다.
[Bonus] 킬패트릭, 한국에서 뛸 뻔?
몇 해 전, 킬패트릭이 KBL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신청서를 낸 적이 있었다. 해외 외국인선수 정보에 정통한 국내의 모 기자는, 킬패트릭의 이름을 발견하고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 기자는 국내 프로농구 감독들에게 "국내에서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선수"라며 킬패트릭을 뽑아야 한다고 추천했다. 하지만 감독들은 "키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킬패트릭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당시 프로농구는 신장제한이 없었고, 모두가 빅맨을 선호했으니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니다.
유일하게 관심을 가졌던 이는 강동희 前 동부 감독이었다. 그는 킬패트릭의 동영상을 찾아보며 상당히 흥미를 보였고, "킬패트릭은 신장에 관계없이 통할 기량"이라며 다음 시즌에 뽑고 싶어 했다는 후문.
하지만 킬패트릭이 한국에 오는 일은 없었다. 강동희 前 동부 감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되며 KBL에서 영구제명됐다. 킬패트릭은 신시내티 대학에서 4학년까지 성실히 마치고 NBA 무대에 도전했다.
( ※ 냉정하게 보면, 킬패트릭 정도의 선수가 한국에서 뛸 가능성은 상당히 낮았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트라이아웃 참가신청서는 냈지만, 참가비는 내지 않았다. 형식상으로 서류만 제출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