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브룩 vs 듀란트, 1차 전쟁의 관전 포인트
[루키] 강하니 기자 = 드디어 만난다. 러셀 웨스트브룩과 케빈 듀란트가 4일 오전 11시(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재회한다.
이제는 동료가 아닌 적이다. 지난 여름 웨스트브룩과 듀란트의 행보는 크게 갈렸다. 웨스트브룩은 소속팀 오클라호마시티와 4년 연장계약을 맺으며 잔류했다. 반면 듀란트는 웨스트브룩의 잔류에 앞서 골든스테이트 이적을 선언했다.
시즌 개막 전부터 웨스트브룩과 듀란트는 사이가 좋지 않아 보였다. 둘의 관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듀란트는 웨스트브룩과의 우정에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정작 웨스트브룩은 듀란트와의 관계에 대해 시큰둥한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둘 사이가 상당히 냉각돼 있음을 모두가 느끼고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무려 8년을 함께 한 콤비의 드라마틱한 재회. 과연 러셀 웨스트브룩과 케빈 듀란트 중 누가 웃게 될까?
▲ ‘득점 1위’ 러셀 웨스트브룩, 또 폭주할 수 있나?
러셀 웨스트브룩의 시즌 초반은 경악할 만한 수준이다. 현재까지 치른 4경기에서 웨스트브룩은 평균 기록으로 트리플-더블을 달성하고 있다. 평균 기록이 37.8점 10.5리바운드 10.0어시스트다. 경기당 11.5개의 자유투를 얻어내고 있고, 1.5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괴물’이라는 표현 외에는 형용할 길이 없다.
웨스트브룩은 개막전부터 32점 12리바운드 9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 미수에 그쳤다(?). 그리고 이어진 피닉스전에서는 51점 13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기록함과 동시에 올시즌 첫 50-10-10의 주인공이 됐다.(사실 남은 시즌 동안에도 웨스트브룩 외에 누가 이 기록에 근접할 수 의문이다.)
이후 2경기에서도 웨스트브룩의 활약은 계속됐다. 레이커스를 만나 33점 11리바운드 16어시스트로 2경기 연속 트리플-더블을 기록했고, 3일에는 35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서부 강호 LA 클리퍼스를 원정에서 잡았다. 경기 막판 승부에 쐐기를 박는 클러치 슛도 웨스트브룩의 몫이었다. 웨스트브룩의 폭주 속에 오클라호마시티는 개막 4연승을 달리며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골든스테이트전에서 웨스트브룩이 어떤 활약을 펼칠지 관심이 모인다. 일단 체력 문제는 있을 수밖에 없다. 웨스트브룩은 전날 클리퍼스전을 치르고 휴식일 없이 골든스테이트를 상대한다. 제아무리 ‘괴물’ 웨스트브룩이라도 부담스러운 일정이다.
골든스테이트는 웨스트브룩을 막기 위해 클레이 탐슨을 내세울 전망. 지난해 서부지구 결승에서도 골든스테이트는 수비가 좋은 탐슨을 웨스트브룩의 핵심 수비수로 활용했던 바 있다. 결국 웨스트브룩과 탐슨의 공수 매치업 대결에서 경기가 요동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양 팀 모두 스위치 수비를 즐겨하는 만큼 듀란트가 웨스트브룩을 막는 미스매치 상황도 적지 않게 나올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웨스트브룩이 턴오버를 범하지 않게 얼마나 침착하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 OKC 빅맨들 VS 불안한 GSW 골밑 수비
하지만 웨스트브룩 혼자만 잘해서는 안 된다. 그를 도와줄 조력자들의 활약이 시급하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빅맨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골든스테이트는 올시즌 골밑 수비가 유난히 약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앤드류 보것이 나간 빈 자리를 자자 파출리아, 데이비드 웨스트가 메우고 있지만 적어도 골밑 수비에서는 그리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NBA.com에 따르면 주전 멤버들이 코트에 있는 시간 동안 골든스테이트는 경기당 평균 31.5점을 페인트존에서 내주고 있다. 리그에서 무려 4번째로 높은 수치다. 지난 시즌 동일한 부문에서 27.6점을 내준 것에 비해 약 4점이 상승했다. 결국 경기당 야투 2개 정도를 페인트존에서 더 내주고 있는 셈이다.
지난 서부지구 결승에서 오클라호마시티는 빅맨 물량을 활용해 골든스테이트의 골밑 수비를 집중 공략했던 바 있다. 이번 경기 역시 비슷한 전략으로 효과를 본다면 경기가 보다 수월하게 풀릴 수 있다. 스티븐 애덤스, 에네스 캔터가 적극적으로 림 근처에서 슛을 시도하며 골든스테이트 수비를 괴롭혀야 한다.
반대로 골든스테이트는 골밑 수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포워드들의 도움 수비가 중요하다. 포지션 내에서 골밑 수비 능력이 좋은 드레이먼드 그린, 케빈 듀란트가 파출리아, 웨스트를 도와 적극적으로 도움 수비를 해줄 필요가 있다. 이 작업에 제대로 이행되지 못할 경우 샌안토니오와의 개막전 같은 골밑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골든스테이트가 어느 때보다 골밑 수비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
▲ 여전한 커리-듀란트 콤비, 그리고 클레이 탐슨
골든스테이트는 시즌 초반 공격 효율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평균 득점은 113.8점으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문제는 슛 성공률이다. 특히 골든스테이트의 주무기인 3점슛이 들쑥날쑥하다. 올시즌 골든스테이트의 3점슛 성공률은 29.3%로 리그 22위에 불과하다. 지난 시즌 41.6%를 기록하며 리그 1위를 기록한 것과 너무나 대비되는 모습. 이 같은 3점포의 위력 감소는 시즌 초반 골든스테이트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테픈 커리, 케빈 듀란트는 그래도 이름값을 해주고 있다. 특히 이적생 듀란트는 평균 28.5점 9.0리바운드 4.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리그 최고급 선수다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야투 성공률이 57.5%에 달한다. 3점슛 성공률이 좋지 않지만, 3점슛 라인 안에서 워낙 위력적인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어 공격 효율 자체는 그다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클레이 탐슨이다. 프리시즌에 뜨거운 슛 감각을 보였던 클레이 탐슨은 정규시즌 개막과 동시에 엄청난 슈팅 난조에 시달리고 있다. 평균 16.8점을 기록 중이지만 야투율 40.9% 3점슛 성공률 10.7%를 기록하고 있다. 시즌 개막 후 탐슨은 28개의 3점슛을 던졌는데 그 중 단 3개만 성공헀다. 특히 최근 2경기에서는 13개를 던져 모두 실패했다. 전혀 탐슨답지 않은 모습이다.
프리시즌을 보면 골든스테이트는 탐슨의 슈팅 감각이 좋으면 경기가 매우 수월하게 풀리는 모습을 보였다. 커리와 듀란트가 늘 평균 이상을 해내는 상황에서 탐슨의 슛이 터지기 시작하면 공격 화력에서 상대를 손쉽게 압도해버리기 때문이다.
반대로 탐슨의 슛 감각이 지금처럼 바닥을 칠 경우 커리와 듀란트가 공격을 이끌면서 다소 어렵게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 탐슨이 경기당 7개의 3점슛을 던질 만큼 골든스테이트의 공격 기회를 소모하고 있는 탓이다. 골든스테이트 특유의 몰아치는 공격이 나오려면 탐슨이 슈팅 감각을 회복해 기복을 줄여야만 한다.
▲ 원맨팀과 시스템 농구의 맞대결
사실 객관적 전력 차이는 존재한다. 웨스트브룩은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이지만, 골든스테이트는 그런 레벨의 선수를 4명이나 보유했다. 나머지 조력자들의 면모도 골든스테이트가 훨씬 화려하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일정의 불리함까지 안고 있어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원맨팀과 시스템 농구의 맞대결이다. 오클라호마시티는 공격 작업의 거의 모든 부분을 러셀 웨스트브룩에 의존한다. 웨스트브룩의 2대2 게임, 포스트업 공격, 속공 전개를 통해 공격을 풀어나간다. 나머지 선수들이 공격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못하다. 웨스트브룩 도우미로 영입한 빅터 올라디포는 아직 기복이 있다.
반면 골든스테이트는 시스템 농구를 추구한다. 리그 최고급 슈터를 3명이나 보유했다. 이들을 살려줄 ‘포인트 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이 있고, 스몰라인업의 보물 안드레 이궈달라도 있다. 커리, 탐슨, 듀란트가 스크린을 받거나 서로 스크린을 걸어주며 순간적으로 림으로 돌진하는 컷인 동작, 3점슛 라인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동작이 굉장히 정교하고 빠르다. 이후의 야투 성공률도 높다. 경기를 보다보면 ‘아름답다’는 찬사가 절로 나온다.
그래서 4일 오전에 있을 두 팀의 맞대결은 극과 극의 만남으로 느껴질 수 있다. 철저하게 1명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팀과 화려한 라인업을 보유했음에도 탄탄한 시스템 농구를 펼치는 팀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이 경기가 더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동지가 아닌 적이 되어 코트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러셀 웨스트브룩과 케빈 듀란트. 그리고 지난 서부지구 결승에서 최고의 명승부를 만들어내는 두 팀의 리턴 매치. 과연 이 경기는 어떤 양상으로 진행될까? 오클라호마시티와 골든스테이트의 시즌 첫 맞대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사진 제공 – NBA 미디어센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