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도쿄농구: 슬로베니아-스페인, 동반 8강 진출(7/29)
올림픽 농구가 막을 열었다. [이동환의 앤드원]에서는 올림픽 남자농구 본선 결과를 매일 정리하고 그와 관련한 스토리를 전하려 한다.
대회 5일차인 29일에는 총 2경기가 열렸다. 슬로베니아는 개최국 일본을 대파하고 본선 2연승을 질주했다. 스페인 역시 아르헨티나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2연승에 성공했다. 이로써 C조에서는 슬로베니아와 스페인이 나란히 8강행을 일찌감치 확정했다. 두 팀은 오는 1일 조 1위 자리를 놓고 정면 승부를 치른다.
슬로베니아(C조, 2승 0패) 116-81 일본(C조, 0승 2패)
1쿼터: 29-23
2쿼터: 24-18
3쿼터: 27-23
4쿼터: 36-17
슬로베니아
루카 돈치치 25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
조란 드라기치 24점 4리바운드 2어시스트
블라코 찬차 16점 3리바운드 3점슛 3개
클레멘 프레펠리치 12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일본
하치무라 루이 34점 7리바운드 3점슛 3개
와타나베 유타 17점 7리바운드 2어시스트
히에지마 마코토 10점 3리바운드
슬로베니아가 일본을 완파했다.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무려 48점을 폭격하며 충격적인 올림픽 데뷔전을 치른 루카 돈치치는 이날도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25점 7리바운드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지금은 대표팀에서 은퇴한 고란 드라기치의 동생 조란 드라기치도 24점을 기록했다. 블라코 찬차는 3점슛 3개 포함 16점을 기록했다.
이날 일본은 돈치치의 볼 핸들링에서 시작되는 2대2 게임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수비와 도움 수비를 활용했다. 첫 번째 볼 스크린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스위치를 한 뒤, 돈치치가 아이솔레이션으로 스위치 수비를 공략하려 하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수비수가 곧바로 더블 팀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비법도 돈치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날 돈치치는 단 하나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는 여유 있는 플레이로 일본의 수비를 무너뜨렸다. 일본은 하치무라 루이를 돈치치에게 붙이는 극단적인 매치업도 활용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돈치치는 돈치치였다.
경기 후 일본의 훌리오 라마스 감독은 돈치치에 대해 극찬을 쏟아냈다.
“저는 지난 30년 동안 돈치치럼 단 한 명의 선수가 올림픽 토너먼트를 지배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돈치치는 FIBA 룰에서도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코트의 모두를 살리는 플레이를 하고 사이즈, 시야 그리고 동료들이 이득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경기 준비 능력까지 가지고 있어요.”
“솔직히 올림픽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저는 대회를 준비하면서 스페인이 슬로베니아보다 더 강한 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잘 모르겠네요. 어쩌면 스페인이 여전히 더 강할 수도 있긴 한데, 스페인이 돈치치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그래서 이제는 스페인이 슬로베니아보다 강하다고 확실히 말을 못하겠습니다.”
일본 입장에서도 수확은 있었다. ‘NBA 듀오’ 하치무라 루이와 와타나베 유타는 이번 올림픽에서 강호들을 상대로 꾸준히 경쟁력을 보여주며 NBA 리거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의 진짜 무서운 점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경험치를 쭉쭉 쌓고 있는 대표팀 핵심 선수들이 모두 젊다는 점이다.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노장들을 로스터에 포함시키는 등 ‘영혼까지 끌어모은’ 멤버가 아니라는 얘기. 수년 간 이어져온 일본 대표팀의 세대교체와 시스템 선진화가 이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어쩌면 앞으로 우리와 일본의 격차는 더 벌어질지도 모른다.
*일본 대표팀 주요 선수 출생연도*
하치무라 루이: 1998년생
와타나베 유타: 1994년생
바바 유다이: 1995년생
히에지마 마코토: 1990년생
토가시 유키: 1993년생
다나카 다이키: 1991년생
아비 샤퍼: 1998년생
이날 승리로 슬로베니아는 8강행을 확정지었다. 이어진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패하면서 최소 2위를 확보한 상황. 남은 것은 8강 토너먼트 대진을 위한 순위 경쟁이다.
스페인(C조, 2승 0패) 81-71 아르헨티나(C조, 0승 2패)
1쿼터: 20-25
2쿼터: 20-9
3쿼터: 21-19
4쿼터: 20-18
스페인
리키 루비오 26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3점슛 5개
세르히오 률 10점
파우 가솔 9점 8리바운드
아르헨티나
니콜라스 라프로비톨라 27점 2리바운드 4어시스트
루이스 스콜라 13점 2리바운드
파쿤도 캄파초 10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
스페인이 아르헨티나를 잡고 8강행을 확정했다.
일본전에 이어 이번에도 스페인에서는 리키 루비오의 활약이 빛났다. 루비오는 3점슛 5개 포함 26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FIBA 무대 강자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아르헨티나 수비는 루비오의 2대2 게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승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날 루비오가 기록한 26점은 그의 FIBA 커리어 최다 득점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점인데, 공교롭게도 그 기록의 상대도 아르헨티나였다. 루비오는 2019년 농구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20점을 기록하며 스페인의 우승을 이끈 바 있다.
1쿼터까지 리드를 잡았던 팀은 아르헨티나. 경기 시작과 함께 라프로비톨라의 활약을 앞세워 12-3으로 달아난 아르헨티나가 25-20으로 리드한 채 1쿼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2쿼터 들어 급격히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르헨티나가 스페인의 빗장 수비에 좀처럼 득점을 추가하지 못하는 사이, 스페인은 꾸준히 득점을 쌓으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후반 시작과 함께 43-34로 달아난 스페인은 이후 단 한 번도 아르헨티나에 동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3쿼터 중반 잠시 아르헨티나에 4점 차까지 쫓기기도 했으나, 이내 격차를 두 자릿수로 벌리며 4쿼터를 맞이했다. 3쿼터 2분을 남기고 캄파초가 파울 트러블로 코트를 떠나며 순식간에 주도권을 잃어버린 아르헨티나는 이후 다시 추격을 노렸으나 점수 차는 14점 차까지 벌어졌다. 결국 스페인이 4쿼터 동안 여유 있게 리드를 지키며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벤치 싸움에서 격차가 컸던 경기였다. 스페인은 리키 루비오와 세르히오 률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없었지만, 벤치에서 출전한 식스맨이 고르게 득점에 가세하며 아르헨티나 수비를 흔들었다. 이날 두 팀의 벤치 득점 스코어는 36-19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한편 이날 코트에서는 의미 있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41살 동갑내기인 스페인 파우 가솔과 아르헨티나 루이스 스콜라가 코트에서 맞대결을 펼친 것. 두 노장 모두 이번 올림픽이 사실상 커리어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 될 것이 유력하다. 가솔과 스콜라로 대표되는 두 나라의 한 세대가 이번 올림픽으로 결국 끝나는 셈이다.
스페인의 세르지오 스카리올로 감독도 경기 후 두 노장의 맞대결에 대해 직접 언급했다.
“(파우 가솔과 루이스 스콜라는) 스포츠의 아름다운 역사를 상징하는 선수들입니다. 두 선수는 그런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어요. 정말 가치 있는 선수들이고 농구를 사랑하고 팀에 헌신했던 선수들이죠. 자신의 프로 소속 팀이든 대표팀이든 가리지 않았어요. 코트에서 직접 본보기가 되 다음 세대의 선수들을 이끌어준 선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이 코트에 작별 인사를 하는 날이 오면 정말 슬플 겁니다.”
이날 승리로 스페인은 8강행을 확정지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슬로베니아와 조 1위를 놓고 다툴 예정이다.
반면 2패를 당한 아르헨티나는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을 잡고 와일드카드로 8강행을 노려야 하는 입장이 됐다.
사진 = FIB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