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도쿄농구: 올림픽 지배한 릴라드 타임... 프랑스 8강행 확정(7/28)
올림픽 농구가 막을 열었다. [이동환의 앤드원]에서는 올림픽 남자농구 본선 결과를 매일 정리하고 그와 관련한 스토리를 전하려 한다.
대회 4일차인 28일에는 총 4경기가 열렸다. 독일은 나이지리아를 접전 끝에 누르고 첫 승을 신고했다. 대회 첫 경기에서 프랑스에 일격을 당했던 미국은 이란을 대파했다. 호주는 이탈리아를 제압하고 본선 2연승을 질주했다.
미국(A조, 1승 1패) 120-66 이란(A조, 0승 2패)
1쿼터: 28-12
2쿼터: 32-18
3쿼터: 22-13
4쿼터: 38-23
미국
데미안 릴라드 21점 5어시스트 3점슛 7개
데빈 부커 16점 4리바운드
제이슨 테이텀 14점 4리바운드 3점슛 2개
잭 라빈 13점 4리바운드 8어시스트 3점슛 2개
이란
하메드 하다디 14점 7리바운드
모헤마드 잠시디 14점 3어시스트 3점슛 2개
나비드 리자에이파르 13점 2리바운드 3점슛 3개
미국이 이란을 격파하고 올림픽 첫 승을 신고했다.
26일 열린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미국은 4쿼터 클러치 타임에 심각한 경기력을 보이며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바 있다. 이 패배로 올림픽 본선 25연승이 중단됐고, 프랑스에는 2019 농구월드컵에 이어 메이저 대회 2연패를 당하는 치욕을 겪었다.
하지만 이란전에서 미국은 ‘세계 최강’다운 압도적인 힘을 보여줬다. 프랑스전에서 30% 중반대에 머물렀던 팀 야투율은 55.3%로 치솟았다. 3점은 39개를 던져 19개를 성공했다. 데미안 릴라드가 3점슛 7개를 터트린 것을 포함해 케빈 듀란트, 크리스 미들턴, 즈루 할러데이 등 6명의 선수가 3점을 2개씩 성공했다.
*미국 대표팀 역대 올림픽 단일 경기 3점슛 성공 순위*
1위 29개(vs 나이지리아, 2012년)
2위 21개(vs 리투아니아, 2004년)
3위 20개(vs 아르헨티나, 2012년)
4위 19개(vs 이란, 2021년)
전반을 60-30 더블 스코어로 가볍게 마무리한 미국은 경기 한 때 57점 차 리드를 잡는 등 여유 있는 경기를 펼치며 승리를 챙겼다. 지난 경기에서 긴 비행시간과 시차 적응 문제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던 데빈 부커, 즈루 할러데이, 크리스 미들턴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릴라드는 이날 경기로 올림픽 단일 경기에서 7개 이상의 3점슛을 성공한 역대 4번째 미국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와 함께 이 리스트에 등록돼 있는 선수는 카멜로 앤써니, 클레이 탐슨, 케빈 듀란트다.
경기 후 릴라드는 미국이 충분히 금메달을 차지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저는 우리가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경기(체코전)가 가장 중요합니다.”
“프랑스전이 끝나고 지난 이틀 동안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선수들끼리 많이 나눴습니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서로에 대해 엄청난 존중심을 가지고 있고, 서로를 많이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무대에서 서로 맞대결도 펼친 사이이고요. 그렇기 때문에 (프랑스전에 지고 나서) 서로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각자가 희생하고 팀의 일부가 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오늘 경기에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해 코트에서 함께 모여서 길을 찾아냈고요.”
한편 36살의 나이로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 출전한 이란의 하메드 하다디는 대패에도 미국을 상대로 경기를 치른 경험을 하게 돼 기쁘다고 이야기했다.
“미국은 세계 최강 팀입니다. 미국과 경기하면서 좋은 경험을 했고 미국, 프랑스 같은 팀과 경기를 하며 상대가 우리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입니다.”
이날 승리로 조별리그 성적 1승 1패를 기록한 미국은 31일 체코를 만난다. 같은 날 이란은 프랑스를 상대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독일(B조, 1승 1패) 99-92 나이지리아(B조, 0승 2패)
1쿼터: 24-21
2쿼터: 29-26
3쿼터: 24-24
4쿼터: 25-18
독일
요하네스 포이그트만 19점 7리바운드
모리츠 바그너 17점 3리바운드
다닐로 바텔 14점
마오도 로 13점 9어시스트
나이지리아
조던 느와라 33점 7리바운드 3점슛 7개
미예 오니 15점 3점슛 5개
프레셔스 아치우와 9점 2리바운드
독일이 나이지리아를 꺾고 본선 첫 승을 수확했다.
리드 체인지가 13회, 동점 상황이 14번이나 나왔을 정도로 엎치락뒤치락했던 명경기였다. 이날 경기에서 두 팀이 리드를 가져간 시간은 독일이 17분 50초, 나이지리아가 14분 6초로 큰 차이가 없었다.
경기 초반 강력한 림 어택을 앞세워 독일이 먼저 리드를 잡았지만, 이후 나이지리아가 3점포를 앞세워 반격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50-50 동점으로 전반이 끝난 가운데 나이지리아는 3점슛이 잇따라 림을 가르며 3쿼터 한 때 11점 차까지 앞서나갔다.
하지만 독일이 이후 꾸준한 페인트존 득점 생산으로 나이지리아 수비를 무너뜨렸고, 4쿼터 중반부터 리드를 잡으며 결국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선수는 모리츠 바그너였다. 강력한 림 어택으로 나이지리아의 허술한 페인트존 수비를 마음껏 찢었다. 호쾌한 덩크도 계속 선보였다.
1997년생으로 아직도 만 24세의 젊은 선수인 바그너는 독일을 대표하는 ‘노비츠키 키드’ 중 한 명이다. 2014년 불가리아에서 열린 U-18 FIBA 유럽선수권에서 독일의 우승을 이끌었고, 이 해 곧바로 분데스리가 성인 팀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5년 미시간 대학에 입학한 바그너는 2018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전체 25순위로 LA 레이커스의 지명을 받았다. 2017년 U-20 유럽선수권에서는 대회 득점왕에도 이름을 올렸다.
NBA 데뷔 이후 부침을 겪으며 두 차례의 트레이드와 한 차례의 방출을 겪은 바그너는 지난 4월부터 올랜도 소속으로 NBA 코트를 다시 밟았다. 현재 자유계약 선수가 된 바그너는 3일 시작하는 NBA FA 시장에서 오퍼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때문에 NBA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이번 올림픽은 바그너에게 중요한 무대일 수밖에 없다. 한편 그의 4살 터울 동생 프란츠 바그너는 30일 열리는 NBA 드래프트에서 10순위 이내 지명이 유력한 대형 유망주이기도 하다.
*모리츠 바그너 이력*
2014년 U-18 유럽선수권 우승
2014년 분데스리가 성인 무대 데뷔
2015년 미시간 대학 입학
2018년 NBA 드래프트 지명(1라운드 25순위)
2019년 워싱턴 위저즈로 트레이드
2021년 보스턴 셀틱스로 트레이드 후 방출(3월)
2021년 올랜도 매직과 계약(4월)
이날 독일은 총 99점을 쏟아냈다. 이는 독일이 올림픽 농구에서 기록한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 기록한 96점. 당시 경기에서 헨릭 뢰들 독일 대표팀 감독은 선수로서 코트를 밟았다.
이날 패배로 조별리그 성적 0승 2패를 기록한 나이지리아는 마지막 경기에서 어떻게든 승리를 챙기고 조 3위로 8강 막차 탑승을 노려야 하는 입장이 됐다. 하지만 하필 마지막 경기의 상대가 2연승을 질주 중인 호주라는 점은 걱정이다.
경기에는 패했지만 나이지리아의 3점포는 매서웠다. 특히 최근 밀워키 벅스 소속으로 NBA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조던 느와라는 3점슛 7개 포함 35점 7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무시무시한 슛감을 선보였다. 유타 재즈에서 뛰고 있는 미예 오니도 15점으로 활약이 좋았다. 4쿼터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확 밀려버린 것이 아쉬운 경기였다.
경기 후 마이크 브라운 나이지리아 감독은 상대에 자국 올림픽 득점 신기록을 내준 수비력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리 팀의 핵심적인 정체성은 수비에 있습니다.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우리는 좋은 수비력을 구축했다고 판단했고, (훈련과 연습경기에서) 수비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늘처럼 수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올림픽에서는 어떤 팀도 이기기 어렵습니다. 수비가 좋지 않았어요. 3점슛 허용률이 47%였고 자유투도 23개나 던지게 해줬으니까요. (이런 수준의 수비 문제가 있다면) 그걸 극복하기 승리하기는 어렵습니다.”
독일과 나이지리아는 오는 31일 각각 호주, 이탈리아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호주(B조, 2승 0패) 86-83 이탈리아(B조, 1승 1패)
1쿼터: 25-25
2쿼터: 19-20
3쿼터: 21-17
4쿼터: 21-21
호주
조크 란데일 18점 7리바운드
패티 밀스 16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
닉 케이 15점 7리바운드
조 잉글스 14점 4리바운드 5어시스트
이탈리아
시모네 폰테키오 22점 4리바운드
니코 매니언 21점 3리바운드 7어시스트
아킬레 폴로나라 12점 7리바운드 3점슛 2개
호주가 이탈리아를 잡고 금메달을 향한 항해를 이어갔다. 양 팀 모두 두 자릿수 이상 리드를 잡은 적이 없을 정도로 치열한 경기였다. 매쿼터 시소 게임을 펼친 끝에 4쿼터 중반 8점 차 리드를 잡은 호주가 이탈리아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승리를 챙겼다.
이날 호주의 가장 큰 승리 원동력은 리바운드. 공격 리바운드 16개를 포함 총 44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30개의 이탈리아를 압도했다. 호주는 공격 리바운드를 통해 얻은 포제션을 효율적으로 득점으로 연결, 세컨드 기회 득점에서도 이탈리아를 17-5로 압도했다. 벤치 득점에서 22-41로 크게 뒤졌음에도 이길 수 있었던 이유였다.
더불어 호주는 이날 성공한 총 32개의 야투 중 26개를 어시스트를 통해 만들어내는 완벽한 조직력도 보여줬다. 패티 밀스와 조 잉글스는 나란히 5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이탈리아는 좋은 야투 감각(33/66)을 보였음에도 리바운드 간수가 전혀 안 된 것이 아쉬웠다. 스위치 빈도가 높았던 호주의 대인 방어도 효과적으로 뚫어내지 못했다.
NBA 골든스테이트 소속의 니코 매니언이 21점 7어시스트로 맹활약했고 시모네 폰테키오는 지난 경기에 이어 또 다시 20점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벤치 에이스이자 정신적 지주인 베테랑 다닐로 갈리나리가 이틀 전 독일전과 달리 단 5점으로 비교적 조용했던 것이 아쉬웠다.
*역대 올림픽 호주-이탈리아 맞대결 결과(3승 2패 호주 우위)*
1976년 호주 72-79 이탈리아 (이탈리아 승)
1980년 호주 84-77 이탈리아 (호주 승)
1984년 호주 82-93 이탈리아 (이탈리아 승)
2000년 호주 65-62 이탈리아 (호주 승)
2021년 호주 86-83 이탈리아 (호주 승)
이날 승리로 호주는 통산 올림픽 승률을 5할로 맞췄다. 도쿄 올림픽이 역대 14번째 올림픽 출전인 호주는 이탈리아를 잡아내며 통산 올림픽 성적 53승 53패를 기록했다. 더불어 조별리그 성적은 2승 0패가 되며 8강 진출이 매우 유력해졌다. 이탈리아는 1승 1패를 기록했지만 독일(1승 1패)에 타이 브레이커를 가진 덕에 조 2위 자리를 유지했다.
프랑스(A조, 2승 0패) 97-77 체코(A조, 1승 1패)
1쿼터: 22-28
2쿼터: 29-12
3쿼터: 26-16
4쿼터: 20-21
프랑스
에반 포니에 21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
난데 드 콜로 17점 8어시스트
빈센트 포이리에 14점 7리바운드
토마스 후에르텔 11점 7어시스트
체코
얀 베슬리 19점 5리바운드 4스틸
온드레이 발빈 18점 8리바운드 3점슛 2개
토마스 사토란스키 14점 3리바운드 10어시스트 3점슛 2개
프랑스가 체코를 대표하고 본선 2연승을 질주했다.
1쿼터에 체코의 공격에 많은 득점을 헌납한 프랑스는 22-28로 뒤진 채 2쿼터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티모스 루와우-캐버럿의 3점포 2방으로 쿼터 중반 역전에 성공한 프랑스는 2쿼터에 체코의 공격을 단 12점으로 막는 단단한 수비를 과시하며 51-40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전반을 끝냈다. 프랑스는 후반에도 체코의 공격을 37점으로 막아냈고, 결국 20점 차 대승으로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했다.
프랑스의 강력한 수비에 체코는 17개의 실책을 범했고, 이는 곧 프랑스의 역습 득점으로 이어졌다. 이날 프랑스의 상대 실책에 이은 득점 생산은 총 22점으로 체코(10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수비 강화에 이은 역습으로 모멘텀을 가져오는 흐름을 적절하게 활용한 것이다.
반면 체코는 1쿼터의 좋았던 분위기가 2쿼터부터 아예 이어지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1쿼터에 체코는 9개의 3점슛을 던져 무려 8개를 성공하는 기이한 슛 감각을 보였는데, 2쿼터부터는 슛감이 노골적으로 평균 회귀 법칙을 따라가며 흐름을 내줬다. 1쿼터 이후 체코의 3점슛 성공률은 충격적이기도 0%였다.(8개 시도, 0개 성공) 3점슛 성공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는 것도 놀랍지만, 프랑스가 2쿼터부터 체코의 3점슛 시도 자체를 8개로 틀어막은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체코의 프랑스전 쿼터별 3점슛 기록*
1Q: 8/9(88.8%)
2Q: 0/3(0%)
3Q: 0/4(0%)
4Q: 0/1(0%)
이날 승리로 조별리그 성적 2승 0패를 기록한 프랑스는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나란히 1승 1패를 기록 중인 미국, 체코를 상대로 타이 브레이커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남은 이란전에서 패하더라도 타이 브레이커 룰로 인해 조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즉 프랑스는 벌써부터 8강전을 준비하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2012년과 2016년 올림픽에서 잇따라 6위에 머문 프랑스는 이제 21년 만의 4강 진입을 꿈꾼다. 프랑스가 올림픽 본선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것은 단 세 번. 그 중 두 번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그 중 가장 최근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었다. 2014년, 2019년 농구월드컵에서 잇따라 동메달을 차지하고 2011년 유로바스켓 준우승, 2013년 유로바스켓 우승, 2015년 유로바스켓 3위를 차지한 프랑스는 이상할 정도로 올림픽 성적과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세계 최강 미국을 잡으며 일찌감치 8강행을 확정한 이번 올림픽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프랑스 대표팀 2010년 이후 주요 국제 대회 성적*
2011 유로바스켓: 2위
2012 올림픽: 6위
2013 유로바스켓: 1위
2014 농구 월드컵: 3위
2015 유로바스켓: 3위
2016 올림픽: 6위
2017 유로바스켓: 12위
2019 농구 월드컵: 3위
2021 올림픽: ?(8강 확정)
한편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이란을 잡고 올림픽 무대에서 사상 첫 승을 거둔 체코는 이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8강 진출을 놓고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친다. 객관적 전력에서는 많이 뒤진다는 평가이지만, 체코는 아직 8강 희망을 놓치 않고 있다.
“미국을 상대로 플레이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우리는 미국을 상대로 싸울 것이가 최선을 다해볼 겁니다. 결과는 그 다음의 일이겠죠. 미국은 프랑스에게 첫 경기를 졌고, 더 이상 이변의 희생양이 되길 원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미국을 상대할 겁니다. 잃을 게 없는 입장이거든요. 우리의 농구를 보여드릴 거고 미국을 상대로 치르는 경기를 즐길 생각입니다.”(얀 베슬리, 체코)
사진 = FIB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