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데이트] 캡틴을 넘어선 진정한 리더, 안양 KGC인삼공사 양희종 ①
같은 유니폼을 입고 벌써 세 번째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농구팬이라면, 그리고 농구에 관심 좀 있어 봤다면 당연히 들어봤을 이름. 그만큼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양희종 선수의 이야기다. KGC 여성팬들의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원조 인삼신기’의 멤버이기도 했던 그는 멋진 외모에 묻히지 않는 실력과 더불어 시원시원하고 남자다운 성격까지 겸비하면서 남성팬까지 두루 보유한, KBL의 대표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양희종 선수의 손끝에서 KGC의 창단 첫 우승이 결정 되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안양의 아이돌이었던 그가 이제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그리고 팀에서는 선수들에게 따뜻한 조언과 따끔한 충고를 건네는 최고참 선수가 되었다. 2017년 7월, 바스켓데이트 코너에서 만났던 양희종 선수를 4년 만에 다시 만났다. 두 번째 바스켓데이트, 이번에는 무려 ‘결혼예찬론자’의 결혼 조언까지... 동료들이, 그리고 팬들이 왜 그를 좋아하는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양희종 선수와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1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세 번째 반지
박지영(이하 ‘지영’): 우승 축하드립니다.
양희종(이하 ‘희종’): 감사합니다.
지영: 9년 전, 4년 전, 올해까지 벌써 세 번째 우승이네요?
희종: 최근 10년으로 치자면 명문구단이라고 할 수 있죠! 가장 많이 우승한 구단, 신흥 강자! 10년 뒤에는 7개의 별을 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지영: 10년 뒤에는 감독을 하고 계신건가요?
희종: 아니... 큰일 날 소리하시네요.
지영: 3번의 우승이라... 참 운이 좋은 선수인 것도 같습니다.
희종: 맞아요. 특히 올 시즌은 후배들 덕을 많이 본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코칭스태프,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까지 최고의 조합이 아니었나 싶어요.
지영: 지난 두 번의 우승은 팀의 중심에 있었다면, 이번엔 조금 뒤에서 후배들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셨던 것 같아요. 감회가 많이 달랐나요?
희종: 올해는 많이! 뒤에 있었죠.(웃음) 사실 예전엔 정신없이 우승을 보고 달렸었죠. ‘앞으로 3경기만 더 이기면 된다’, ‘두 번만 더 이기면 된다’, 이런 생각이 많았는데, 한 발 뒤에서 지켜보니, 우리 팀이 지금 뭐가 필요한지 더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 조언이나 응원도 해주며, 여유가 생긴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지영: 농구를 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나요?
희종: 객관적으로 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개인 능력들이 워낙 좋지만 누구나 순간적으로 실수할 때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찾아서 얘기해줬고, 후배들도 잘 받아줬어요. 서로간의 관계들이 워낙 좋았어요.
지영: 우승의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희종: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면서 신구조화가 가장 잘 어우러지지 않았나 싶고요. 아무래도 (제러드) 설린저 선수가 국내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각 포지션 별로 다 채워주면서 화룡점정을 찍지 않았나 해요. 설린저는 정말 ‘농구를 이렇게 잘할 수 있나’ 싶을 정도였어요. 노력도 정말 많이 한 선수였는데, 원정경기를 가면 노트북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 다른 팀 선수들 영상을 분석하려고 계속 보더라고요. 잘 할 수밖에 없는 선수였고, 배울 점이 많은 선수였죠.
인기 많은 리더, 그리고 꼰대?
지영: 예전부터 KGC에서 양희종 선수의 곁을 지켰던 선수들 중, 이제는 오세근 선수밖에 남지 않았네요. 두 선수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희종: (오)세근이가 올 시즌 희로애락을 많이 겪었어요. 세근이 개인적으로 심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걸 결국에는 스스로 내려놓기도 하면서 극복해 내더라고요. 속으로 ‘그래, 누가 뭐라고 해도 너는 오세근이지’라는 생각을 했고, 챔프전 때도 세근이의 역할이 참 컸어요. 큰 경기에서 그런 역할을 해주는 선수는 쉽게 나올 수 없거든요. 또 한 번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었죠. 앞으로 얼마나 함께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세근이도 많이 힘들 거예요. 농구도, 육아도.(웃음)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마음 편하게 농구 했으면 좋겠어요. 저보다 농구를 더 잘하고, 더 나은 선수이기 때문에 저는 형으로서 응원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지영: 오세근 선수 뿐 아니라 양희종 선수도 찬란했던 전성기 시절보다는 내려놓는 게 많은 시기가 아닐까 싶은데 아쉬운 부분은 없는지 궁금해요.
희종: 선수라면 당연히 그런 마음을 갖는 게 정상이라고 봐요. 저 역시 그런 과정들이 있었고, 그걸 겪으면서 제가 더 성장했던 것 같아요. 내려놓는 것이 힘든 거지, 내려놓고 나면 별거 아니거든요. 삶이 그렇더라고요. 이런 과정들이 저에게는 더 좋은 공부가 된 것 같습니다. 이제는 편하게 인생을 즐기면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요.
지영: 도인 같으세요!
희종: 하산해도 될까요?(웃음) 저뿐만 아니라 다른 운동선수들, 그리고 각 분야의 모든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과정이잖아요? 잘하는 후배들이 있으면 같이 함께 하면서 극대화를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고요. 내려놓는다고 해서 제 역할이 없어지는 건 아니거든요. 다른 할 일을 찾아가면 좋을 것 같아요.
지영: 리더는 괜히 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희종: 말하고 보니 좀 슬프네요. 하하.
지영: 저도 느끼는 게 참 많습니다.
희종: 좋은 분 만나서 빨리 결혼하세요!
지영: 아... 네... 알겠습니다.(웃음) 그런 의미에서 문성곤 선수는 어떤 후배인가요? 데뷔 때부터 양희종 선수처럼 되고 싶다며, 롤 모델로 꼽았었거든요!
희종: (문)성곤이는 참 성실해요.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은 같은 선수 입장에서 봐도 대견한 부분도 있고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힘든 역할을 자진해서 하기 때문에, 저 뿐 아니라 감독님도 엄청 예뻐하실 거예요. 정말 팀에 필요한 선수죠. 한 가지 걱정은 무리해서 뛰다보니 부상을 당할까봐 염려되죠. 지금은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면 몸이 아프더라고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강약조절을 잘해서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영: 후배들이 양희종 선수를 많이 따르고 좋아하더라고요. 비결이 뭘까요?
희종: 큰 형인데 좋아한다고 해야죠.(웃음) 매번 한솥밥 먹어야 하는데! 밥을 많이 사서 그런가? 뭘 많이 먹여야 말 한마디라도 좋게 나오고 그런 거 아니겠어요?
지영: 나무위키에 여성 팬 못지않게 남성 팬도 많이 보유한 유일한 선수라고 나오더라고요.
희종: 나무위키가 정확한 편이네요!(웃음) 남자들이 보기에 진정성 있고 의리 있고, 그런 이미지여서 그런 거 아닐까요?
지영: 지금 이 시점에서 놓고 볼 때, 후배들을 대하는 양희종은 꼰대인가요?
희종: 하하. 네! 제 안에 꼰대 있어요. 잘 삐치기도 하고. 안 그러려고 노력은 하는데...(웃음) 하고 나서 후회 하는 편이에요. 주변 스태프들한테 “방금 나 꼰대 같았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그래도 잔소리도 가끔 하고 해야 팀이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신 있게 하던 대로 하려고 합니다.
지영: 소신 있는 꼰대! 알겠습니다.
희종: 어린친구들이랑 많이 친해지려고 공부도 하고, 신조어도 찾아보기도 했어요. 예전에 은퇴하신 모 선배는 아이돌 이름을 다 찾아보기도 하더라고요. 그 생각이 나더라고요. 나도 노력을 좀 해야겠다!
②편에 계속...
사진 = 루키 사진팀,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