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서베이 총정리’ 신인들이 직접 꼽은 미래의 스타는?
[루키] 편집부 = 해마다 NBA 사무국은 신인 선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루키 서베이(Rookie Surbey)’라고 불리는 이 조사는 시즌 개막을 약 석 달 앞둔 8월 초에 이뤄진다. 케빈 듀란트, 알 호포드, 제프 그린, 알 쏜튼 등이 데뷔했던 2007년부터 시작됐다. 서머리그 동안 자웅을 겨룬 신인들은 자신이 눈여겨본 선수를 질문지 답란에 적는다. 팬들은 이를 통해 ‘선수가 인정하는 선수’가 누구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NBA 사무국은 2016-17시즌 데뷔를 눈앞에 둔 신인 38명에게 총 10가지 질문을 던졌다.
루키 서베이가 갖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실제 동기들에게 인정받은 선수가 그해 정규 시즌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올 시즌 신인 가운데 가장 훌륭한 슈터는 누구인가’라는 항목에서 지지율 58.8%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데빈 부커는 단 1년 만에 피닉스 선즈 미래로 떠올랐다.
부커는 지난 시즌 76경기에 나서 평균 13.8득점 3점슛 성공률 34.3%를 기록했다. 2015년 12월 27일(이하 한국 시간) 필라델피아전부터 꾸준히 피닉스 주전 슈팅가드로 중용된 뒤에는 평균 17.9점을 넣었다. 제프 호나섹 전 감독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경기력을 보였다. 올여름엔 르브론 제임스, 코비 브라이언트, 지미 버틀러 등 많은 전․현직 스타들이 꼽은 ‘차기 시즌 가장 발전이 기대되는 선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조셉 영 사례도 있다. 영은 지난해 ‘올 시즌 최고의 스틸 픽이 될 선수는 누구인가’ 항목에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지율 12.1%를 얻어 바비 포티스, 저스티스 윈슬로, 타이어스 존스 등을 제쳤다. 영은 지난 시즌 중반, 주전 포인트가드 조지 힐의 개인사정 공백(아내 출산)을 훌륭하게 메우며 마일스 터너와 함께 팀의 미래로 올라섰다. 지난 1월 18일 덴버전부터 1월 23일 골든스테이트전까지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챙기기도 했다. 빼어난 공격력으로 프랭크 보겔 감독의 좁은 로테이션 구멍을 뚫어냈다. 이 기간 평균 14.0점 6.7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40%를 기록했다. 출전시간이 22분 안팎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눈부신 공격 생산성을 뽐냈다.
이 밖에도 ‘선수’의 남다른 안목을 증명하는 사례는 많다. ‘누가 가장 올해의 신인으로 유력한가’라는 질문도 이제 막 프로에 발을 들인 신인들의 혜안이 돋보인다. 적중률이 상당히 높다. 최근 9년 동안 올해의 신인 명단을 보면 위 질문에서 3위 이내로 입성한 선수들이 영광을 누렸다. 케빈 듀란트(2007년, 1위)와 블레이크 그리핀(2009년, 1위), 데미안 릴라드(2013년, 2위), 앤드류 위긴스(2014년, 2위), 칼-앤써니 타운스(2015년, 3위) 등이 그 증거다. 2013-14시즌 신인왕 마이클 카터 윌리엄스 정도를 제외하면 선수들은 이미 여름부터 ‘거물’을 제대로 알아봤다.
◆ ‘신인의 선택’ 크리스 던, 스테판 마버리 이후 최고 ‘늑대 지휘자’ 꿈꾸다
올 시즌 ‘신인의 선택’은 크리스 던이었다. 던은 10가지 질문 가운데 4개 항목에서 1위를 차지했다. 루키 서베이 최다 1위 영예를 안았다. 던은 벤 시몬스(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브랜든 잉그램(LA 레이커스) 등을 제치고 2016-17시즌 신인왕 후보 1순위로 뽑혔다. 38명 가운데 11명에게 선택 받았다. 지지율 29%로 각각 25.8%, 19.4%에 그친 잉그램과 시몬스를 따돌렸다. 던은 최고 수비수ㆍ플레이 메이커에도 1위에 선정됐다. ‘가장 웃긴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서도 LA 클리퍼스 다이아몬드 스톤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설문 조사 4관왕에 오르며 올해 가장 ‘핫한’ 신인으로 인정받았다.
던은 2016년 NBA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미네소타의 부름을 받았다. 193cm, 93kg의 탄탄한 신체 조건을 갖춘 선수다. 1번 포지션을 기준으로 나무랄 데 없는 하드웨어를 자랑한다. 눈부신 돌파 능력이 일품이다. NBA.com은 지난 7월 서머 리그를 정리하는 기사에서 “던의 최대 장점은 림에 쉽게 이를 수 있는 폭발적인 운동 능력이다. 또 오픈 기회에 놓인 동료에게 수월하게 패스할 줄 알고 안정적인 볼 핸들링 능력까지 지녔다”고 평가했다.
◆ 잉그램부터 버디 힐드까지… 다양성 확보한 ‘신인 생태계’
앞으로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갈 가능성이 가장 큰 신인으론 ‘ACC(Atlantic Coast Conference) 올해의 신입생' 출신 잉그램이 뽑혔다. 잉그램은 서머리그 5경기에 나서 평균 12.2점 야투 성공률 41.2% 3점슛 성공률 25.0%를 올렸다. 그리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직접 잉그램과 부딪힌 선수들은 그의 잠재력을 인정했다. 루크 월튼 LA 레이커스 신임 감독은 “잉그램이 올스타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잉그램은 뛰어난 신체 조건을 자랑한다. 206cm의 큰 키에 두 팔을 벌렸을 때 길이가 222.5cm에 이른다. 큰 키에 마른 체격, 눈부신 농구 센스, 공격과 수비에 두루 잠재력을 지닌 선수라는 점에서 케빈 듀란트의 신인 시절이 떠오른다는 전문가가 많다. 3번 포지션이 약한 레이커스에 맞춤형 퍼즐로 자리할 확률이 높다.
그는 레이커스에서 스몰포워드로 뛸 가능성이 크다. 잉그램은 NCAA는 물론 NBA 기준으로 봐도 동 포지션 최고의 신체 조건을 지녔다. 몸무게(86kg)는 많이 나가지 않지만 다른 장점이 워낙 많다. 그를 지도했던 마이크 슈셉스키 듀크 대학 감독은 “떡 벌어진 어깨와 긴 팔, 유연한 풋워크를 갖췄다. 웨이트 트레이닝만 꾸준히 한다면 하드웨어 면에선 나무랄 데가 없는 선수"라며 제자의 타고난 몸을 칭찬한 바 있다.
큰 키에도 정확한 중거리 슛을 쏠 줄 안다. 슈팅 능력만 놓고 보면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시몬스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다. 서머리그에선 상대 스크린 수비에 슛 공간을 쉬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디나이 수비를 뿌리치는 동작도 매끄럽지 못했다. 그러나 패스할 때와 슛을 쏴야할 때를 구분할 줄 안다는 평을 받았다. 디시전 메이킹 능력이 탁월해 프로 경험만 조금 붙으면 자연스레 쉬운 길을 찾는 능력이 쌓일 것으로 보인다.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낙구 지점을 포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대인방어는 물론 리바운드에도 재능을 보였다. 또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2차 공격'을 쏠쏠하게 활용할 줄 안다. 포스트업과 페이스업에 두루 능해 현대 농구에 최적화된 장신 포워드로 꼽힌다. 월튼 감독의 농구가 레이커스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나타날지 미지수지만 속공과 하이 앤드 로 게임이 모두 가능하다는 점은 잉그램이 가진 최대 매력이다. 조던 클락슨, 디안젤로 러셀, 줄리어스 랜들 등 팀 내 젊은 피와 좋은 시너지를 낳을 만한 특성을 지녔다.
최고의 슈터로는 버디 힐드(뉴올리언스 펠리컨스)가 뽑혔다. 이견의 여지가 없다. 65.7%의 지지를 받아 10개 항목 통틀어 최다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서머리그에서 경기력은 NCAA 시절 최고 스코어러로 평가받았던 그것과 거리가 멀었다. 장기인 3점슛 부문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야투 성공률이 32.7%에 그쳤고 3점슛 성공률도 22.9%에 머물렀다. 심각한 야투 난조에 시달리며 전문가들의 우려를 샀다. 힐드는 미국 스포츠 매체 ‘SB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정규 시즌엔 다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지만, JJ 레딕과 코트니 알렉산더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가능성이 있다는 혹평을 받았다.
◆ 드존테 머레이, ‘샌안토니오 29순위 전통' 이어갈까
최고의 스틸 픽으로는 1라운드 전체 29순위로 지명된 드존테 머레이(샌안토니오 스퍼스)가 꼽혔다. 머레이는 득표율 16.1%를 기록하며 6.5%에 그친 타일러 율리스(밀워키 벅스)를 따돌렸다. 2대2 게임에서 빼어난 볼 핸들러 노릇을 맡을 수 있고 1대1 수비, 리바운드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평이다. 토니 파커, 패티 밀스에 이은 팀 내 제 3의 포인트가드로서 쏠쏠한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 데뷔 시즌은 15분 안팎 동안 코트를 밟으면서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농구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보낼 확률이 높다.
좋은 선례도 있다. 1990년대 중반 코리 알렉산더와 2010년대 초반 코리 조셉이다. 두 선배 모두 샌안토니오에 전체 29순위로 지명돼 포인트가드 수업을 받았다. 알렉산더는 1995-96시즌 에이버리 존슨, 닥 리버스에 이은 3번째 포인트가드로 루키 시즌을 치렀다. 조셉은 2011-12시즌 파커, 밀스, TJ 포드를 보좌하며 데뷔년도를 보냈다. 프로 데뷔 초창기에 리그 최고 효율성을 자랑하는 ‘포포비치 시스템’을 익혔다(알렉산더는 밥 힐 감독 밑에서 데뷔 첫해를 보냈고 두 번째 시즌부터 포포비치 감독과 함께 했다).
롱런의 기초를 닦는데 샌안토니오만한 팀이 없다. 지난해 10월 선수들이 직접 투표하는 ‘NBPA 시상식'에서 포포비치 감독은 ‘가르침을 받고 싶은 지도자‘ 부문 1위에 선정됐다. 선수와 가족처럼 끈끈한 관계를 맺으면서 빼어난 전략과 목적 있는 움직임을 주문하는 성향이 득표로 이어졌다. 처음 프로 코트를 밟는 머레이에게 이보다 든든한 지원군은 없다. 실제 알렉산더는 10년 동안 NBA 코트를 누비며 장수했다. 조셉도 토론토 랩터스의 핵심 식스맨으로 성장하며 NBA 선수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머레이도 동기들의 눈도장에서 확인할 수 있듯 잠재력은 충분하다.
‘최고의 운동능력을 지닌 신인’으로는 ‘대니 에인지의 남자’ 제일런 브라운(보스턴 셀틱스)이 선정됐다. 브라운은 올해 서머리그에서 가장 큰 환호성을 이끌어낸 선수 가운데 한 명이었다. 큰 키에 빼어난 스피드를 갖춘 포워드로 재능을 발휘했다. CBS스포츠가 꼽은 서머리그 랭킹 1위에도 뽑히는 등 에인지 단장이 ‘던을 지나친 이유’를 증명했다. 아이재아 토마스, 에이브리 브래들리, 마커스 스마트 등으로 이뤄진 단신 가드진과 빠른 농구를 펼치면서 ‘로스터 높이'까지 보완해 줄 재원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브라운은 키 201cm, 몸무게 101kg의 탄탄한 신체 조건이 돋보이는 스윙맨이다. 지난 겨울 NCAA 전국 토너먼트 지역 예선에서 매우 빠른 공수 전환 속도로 단숨에 NBA 스카우트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비 리바운드를 잡은 뒤 상대 코트로 넘어가는 속도가 프로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시속 30km가 넘는 순간 스피드를 지녔다. 여기에 왕성한 활동량까지 자랑한다. 서머리그에서도 트랜지션 게임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였다.
그는 서머리그 6경기에서 평균 16.0점 6.2리바운드 1.3어시스트를 챙겼다. 서머리그 세컨드 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더 눈여겨볼 지표는 그의 자유투 획득 수다. 경기당 평균 10.1개를 얻었다. 수비수와 몸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볼을 쥘 때는 물론, 손에 들고 있지 않을 때에도 림에 다가가는 적극성이 돋보였다.
브라운은 ‘브래드 스티븐스 표 농구’에 다양성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티븐스 감독은 코트를 밟는 5명 모두가 바지런히 스크린을 걸기를 바란다. 또, 공이 없을 때의 활발한 움직임을 통해 오픈 기회를 잡는 것을 중요시한다. 경기 속도도 빠르다. 보스턴은 지난 시즌 경기 속도 부문에서 리그 4위를 차지했다. 많이 움직이면서 빠른 농구를 펼치는 팀이라 뛰어난 체력은 필수다. 특정 선수에게 34분 이상의 출전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빼어난 활동성과 속도를 지닌 브라운은 이 같은 보스턴 농구의 특성과 잘 어울린다. 더욱이 보스턴에는 토마스를 제외하면 돌파 요원이 거의 없다. 운동능력이 뛰어나며 림 쪽으로 침투할 때 전투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브라운은 보스턴의 공격 선택지를 다양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 ‘3년 연속 1위' 케빈 듀란트, 식지 않는 ‘듀란툴라 인기'
신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에는 득점왕 4회 수상에 빛나는 케빈 듀란트(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뽑혔다. 이 부문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최근 골든스테이트 이적과 관련한 비판 여론에도 흔들리지 않는 인기를 자랑했다. 지지율 29.7%를 얻으며 공동 2위를 기록한 카멜로 앤써니, 러셀 웨스트브룩, 르브론 제임스(이상 9.4%)를 크게 따돌렸다. 지난해 21.2%, 2년 전엔 25%를 챙긴 바 있다.
비공식 211cm에 이르는 큰 키에도 가드처럼 드리블하고 중거리 점퍼를 꽂는 기량을 갖춰 많은 후배들이 그를 롤모델로 삼고 있다. 브루노 카보클로(토론토 랩터스), 아테토쿤포, 프랭크 카민스키(샬럿 호네츠) 등이 듀란트를 우상으로 언급했다. ‘올림픽 효과'도 어느 정도 득표율에 영향을 미친 듯했다. 듀란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국가 대표로 나서 미국의 남자농구 3연패에 크게 한몫했다. 특히 세르비아와의 결승전에서 30점 4어시스트 3가로채기를 올리며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전반에만 24점을 쓸어 담으며 미국의 96-66, 30점 차 대승에 이바지한 바 있다.
사진 제공 = 아디다스, NBA 미디어 센트럴, 나이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