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초의 PO 10전 전승 우승! 새역사를 쓴 주역 5인방을 만나다

2021-06-13     이학철 기자

[루키=이학철 기자] 2020-2021시즌 최후의 승자는 KGC였다. KGC는 정규리그 1위에 빛나는 KCC와 조우한 챔피언결정전에서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모두 승리를 거두며 왕좌에 올랐다. 6강과 4강, 챔피언결정전까지 치른 10경기 전승. 역대 최초의 기록을 만들어냈다. 

KGC의 우승에는 시즌 종반 합류한 외국 선수인 자레드 설린저의 역할이 가장 컸다. 그러나 탄탄한 국내 선수진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이와 같은 대기록은 분명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문성곤, 오세근, 변준형, 이재도, 전성현을 <루키 더 바스켓>이 만나봤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1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코트 위의 진공청소기, 문성곤

평균 5.3점. 문성곤이 챔프전에서 남긴 득점 기록이다. 분명 공격 코트에서 문성곤의 기여도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떨어졌다. 그러나 문성곤은 현재 KGC에서 가장 뛰어난 가치를 지닌 포워드 중 한 명이다.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을 바탕으로 KGC 수비 전술의 핵심으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 

여기에 챔피언결정전에서는 평균 6.8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뛰어난 리바운드 능력도 함께 선보였다. 특히 공격 리바운드를 평균 2.3개나 잡으며 동료들에게 수없이 많은 2차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다. 과연 문성곤이 이토록 뛰어난 리바운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문성곤(이하 문): 저는 골밑으로 계속해서 들어가려고 했던 것이 나름의 비결인 것 같아요. 제러드 설린저가 외국 선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줘서 골밑의 높이가 낮아졌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리바운드를 많이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전성현(이하 전): 성곤이는 언제든지 골밑에 들어가 있어요(웃음). 제가 가끔 나와서 쏘라고 짜증을 내기도 하는데 그래도 자기는 무조건 리바운드를 잡을테니 저보고 쏘라고 하거든요. 그런 리바운드 하나가 있었기 때문에 저희 팀이 기가 오르는 부분도 있었어요. 굉장히 큰 플러스 요인이 된 것 같아요. 또 공격 리바운드는 가치가 더 크잖아요.
오세근(이하 오): 무엇보다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리바운드거든요. 제가 이번 시즌에 경기도 많이 뛰지 못하고 몸싸움도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을 성곤이가 채워주면서 팀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리바운드가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정말 큰 힘이 됐던 것 같아요.

KGC가 98-79로 대승을 거두며 기선을 제압했던 1차전. KCC는 문성곤에게 외곽슛을 내주는 새깅 디펜스를 들고 나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KCC의 패착 중 하나가 됐다. 문성곤은 1차전 3쿼터에서만 3개의 3점슛을 꽂아 넣으며 KCC의 수비를 뚫어냈다. 

문: 일단은 당연히 새깅을 할거라고 생각은 하고 나왔어요.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를 팀원들과 많이 이야기를 했어요. 슛이 들어갔을 때는 그 수비를 이겨냈다는 생각을 해서 너무 기뻤어요.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수비상을 수상한 문성곤은 2년 연속 해당 상을 수상하며 리그 최고의 수비수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여기에 플레이오프에서 우승까지 거두며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문성곤이다. 그러나 문성곤은 여전히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문: 우승도 좋고 타이틀도 다 좋은데 시즌 자체는 저는 제일 좋지 않았던 시즌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플레이오프 와서 우승을 한 것은 만족을 하고 있는데 시즌을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만족하지 못하는 시즌이에요. 비시즌에 계획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안됐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불만으로 많이 쌓여있는 것 같아요. 다시 이번 비시즌 동안 준비를 잘해봐야죠.

 

 

큰 무대에서 부활한 라이언킹, 오세근

정규시즌의 오세근은 우리가 알던 라이언킹의 모습이 아니었다. 48경기에 출전해 평균 득점이 10.0점에 그쳤고 수비에서도 발이 느려진 모습을 보이며 김승기 감독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그렇기에 오세근에게 이번 우승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오: 개인적으로는 시즌 초반부터 부침이 있었는데 그걸 잘 이겨내고 우승을 해서 기쁘고요. 팀적으로는 워낙 능력이 있는 친구들이 많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걱정을 했던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또 마지막에 설린저가 합류하면서부터 시너지가 극대화가 되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서 너무 기쁘게 생각합니다. 

특히 챔피언결정전에서 오세근은 전성기, 아니 그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4경기 평균 20.0점 6.3리바운드의 활약. 오세근의 완벽한 부활은 KGC가 전승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였다. 

오: 송교창 선수보다 힘 싸움에서 앞서기 때문에 자신 있게 했던 것 같아요. 또 코트 위에서 같이 뛰는 동료들이 저를 잘 믿어줬어요. 코트에서 믿음을 저한테 주는 것이 느껴져서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서 했던 것이 잘 풀렸던 것 같아요. 그냥 정말 말 그대로 몸 컨디션은 시즌 내내 비슷했어요. 제 스스로 마음의 여유를 가졌던 것이 제일 큰 요인인 것 같아요.

KGC에서만 3번째 반지를 손에 넣은 오세근이다. 2011-2012시즌과 2016-2017시즌에는 플레이오프 MVP까지 손에 넣으며 힘차게 포효했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의 활약 역시 뛰어났기에 3번째 플레이오프 MVP에 대한 희망도 있었으나, 그 자리는 설린저에게 내줘야 했다.

오: 사실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그런데 설린저가 워낙 4차전에서 독보적인 활약을 해줬기 때문에 팀도 이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팀이 우승을 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 힘들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뜻 깊은 시즌이었던 것 같아요.
루키 더 바스켓(이하 루더바): 앞선 2번의 우승과 이번 우승의 차이점은 어떤게 있을까요?
오: 솔직히 느낌만 말씀드리면 첫 번째 우승했을 때가 가장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2번째 우승을 했을 때도 되게 어렵게 우승을 해서 너무 좋았어요. 다만 이번 시즌에는 정말 후배들도 절정의 기량을 뽐내면서 팀원들과 같이 이뤄낸 우승인 것 같아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루더바: 그렇다면 2020-2021시즌의 KGC가 역대 최강이라 손꼽을 수 있을까요?
오: 역대 최강이죠. 10연승은 역대 최초의 기록이잖아요. 아무도 반박은 못 할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 기록이 나올지 모르겠어요. 당연히 앞선 2번의 우승도 되게 좋은 멤버들과 함께였지만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멤버들을 생각해보면 정말 역대급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이재도

2013-2014시즌 KT 소속으로 KBL 무대에 첫 발을 내딛었던 이재도. 그런 그는 이번 시즌 들어 가장 뛰어난 활약을 선보였다. 정규리그 54경기에 모두 나서며 평균 12.7점 5.6어시스트의 활약.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다. FA를 앞두고 있던 이재도에게 이번 시즌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시즌이기도 했다. 

이재도(이하 이): 그게 제일 아마 컸던 것 같아요. FA 시즌이었기 때문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 시즌을 보내고자 휴가 때문에 비시즌, 시즌까지 계속 생각하면서 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다행히도 그렇게 신중하게 준비했던 부분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또 운이 좋다고도 많이 생각을 했고 여러 가지 좋은 하늘의 기운들이 와서 좋은 개인기록과 팀 성적이 온 것 같아요.
오: 하늘의 기운까지 왔어? (웃음)
이: 왜나면 FA 시즌이라고 준비를 신중하게 한다고 해서 그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잖아요(웃음). 다행히도 이런 좋은 선수들과 했었던게 하늘의 기운까지 왔다고 저는 생각해요.

다만 6강과 4강에서의 활약은 정규시즌과 비교해 다소 떨어졌다. 손목에 부상을 안은 채로 경기에 나섰기에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던 상황. 그렇다면 당시 이재도의 부상 정도는 어땠을까.

이: 다 끝나니까 얘기하는 거지만 너무 아팠어요(웃음). 공을 오는 것을 잡을 때도 통증이 있었고 드리블도 치기가 힘들었어요. 플레이오프 기간인데 제가 다친 것을 말해서 외부적으로 알리고 싶지 않았고, 그것 때문에 못했다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어요. 저도 이 정도로 심각할지 몰랐는데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해서 놀라긴 했는데, 또 이런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 그런 것은 잊고 뛰었던 것 같아요.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이재도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많이 달라졌다.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FA를 맞이한 이재도는 LG와 보수 총액 7억원에 3년 계약을 맺으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 사실 저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고 좋은 팀원들과 함께 하면서 얻은 결과라고 생각해요. 개인기록으로 보면 2년차 때부터 5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시즌도 그걸 유지해야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그러다보니 평가도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리그 최고의 슈터가 되다, 전성현

전성현에게 이번 우승은 처음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벤치에서 보내긴 했지만 2016-2017시즌 이미 우승을 경험한 적이 있다. 다만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우승 반지를 손에 넣은 것은 이번 시즌이 처음.

전: 아무래도 그때랑은 많이 다른 느낌이죠. 그때는 거의 뛰지도 못하는 선수였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짧은 시간 안에 또 다시 우승을 주축으로 뛰면서 할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저한테는 엄청 뜻 깊은 한 해고 영광스러운 국가대표도 가게 됐고. 너무 좋은 한 해인 것 같아요.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전성현의 존재감이 가장 빛났던 경기는 3차전이다. 무려 28점의 맹활약. 특히 3쿼터에서만 무려 12점을 폭발시키며 신들린 듯한 활약을 선보였다. 

전: 제가 2차전에서 무득점이었잖아요. 팀원들에게도 미안했고 스스로에게도 화가 났었어요. 경기를 다시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원래 제가 하던 플레이를 하지 않고 슛 타이밍도 멈칫거리면서 쏘고 그런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3차전 때는 몇 경기 남지 않았으니 자신 있게 해보자고 했던 것이 잘 풀리게 된 것 같아요. 3쿼터에는 말 그대로 미친 사람 같았어요(웃음). 너무 감이 좋아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봤어요. 다행히 그게 잘 들어갔기에 망정이지 안 들어갔으면 큰일 났죠.

이번 플레이오프 도중 김승기 감독의 전성현을 향한 칭찬이 화제가 됐다. 역대 KBL 최고의 슈터로 손꼽히는 문경은의 이름이 거론된 것. 김승기 감독을 전성현을 향해 “문경은 감독의 현역 시절만큼 올라온 것 같다”며 극찬했다. 

전: 그래가지고 제가 그 다음 경기에서 부진했어요(웃음). 우리나라 최고의 슈터였던 분 옆에 제 이름을 붙여 주신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영광스럽고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기도 했죠. 사실 신경을 많이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신경이 쓰였나 봐요.

그렇다면 주위 동료들이 바라 본 전성현은 어떤 선수일까?

오: 슛에 대해서는 정말 일가견이 있는 것 같아요. 일정한 폼과 빠른 타이밍, 자신감이 한데 어우러져서 좋은 선수로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봐왔지만 그 때도 슛이 워낙 강점인 선수였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었던 것 같아요.
이: 가드 입장에서 같이 뛰어본 선수 중에서는 성현이가 제일 뛰기 편한 것 같아요. 말도 안되는 타이밍과 확률로 슛을 넣어주니까 어시스트가 자동으로 올라가요. 또 가장 좋은 것은 무리를 하는 플레이가 크게 없어요. 가드들이 공을 가지고 해야 되는게 많은데 패스를 줘도 슛 찬스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무리하지 않고 바로 다른 움직임을 위해 공을 주고 움직이는게 많아서 1번 입장에서는 이런 슈터랑 뛰는게 마음이 편해요.

 

 

코리안 어빙의 화려함, 변준형

3년차 시즌을 보낸 변준형은 정규리그에서 처음으로 평균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11.0점). 이처럼 뛰어난 활약을 보인 변준형은 처음으로 겪는 챔피언결정전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주눅들지 않으며 제 기량을 보였다. 

변준형(이하 변): 긴장은 되지 않았어요. 경기를 빨리 하고 싶었고 설레기도 했어요. 저희 팀을 믿어서 이긴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원래는 좀 떠는 스타일인 것 같은데 유독 이번에는 하나도 떨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특히 2차전에서 변준형의 존재감은 돋보였다. 설린저와 전성현이 나란히 부진했던 경기. 접전이 이어지던 와중 변준형은 스탭백을 활용해 3점슛 2개를 림에 꽂으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변: 공격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날 또 슛 감이 좋았어요. 시간이 없는 것을 봐서 자신 있게 찬스가 나면 쏴야겠다 생각했는데, 평소 잘한다고 생각했던 것을 자신 있게 쏘고자 했던 것이 들어간 것 같아요.
루더바: 코리안 어빙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변: 가끔 팀원들이 어벙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좀 우습게 장난식으로 불러주시는 것 같아요. 저도 코리안 어빙이라고 부르면 좀 부담스러워요. 차라리 그렇게 장난식으로 불러주시는게 더 좋은 것 같아요. 사실 그게 리그 초반에는 부담이었어요. 제가 아이솔레이션을 하면 저희 팀원들이 공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거기에 부담을 느껴서 슬럼프가 오기도 했던 것 같은데 중반 이후로는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다시 다잡았던게 나중에 다시 잘될 수 있었던 원동력인 것 같아요. 
전: 잘 어울리지 않아요? KBL에서 솔직히 아이솔레이션을 맡길 수 있는 선수가 몇이나 되겠어요. KBL에서 1대1 능력은 최고인 것 같아요.

이번 챔피언결정전을 마친 후 김승기 감독은 국내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남긴 바 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변준형에 대해서는 “남은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언급을 하기도 했다.

변: 챔피언결정전을 치르면서 더 성장한 것 같아요. 이번 시즌이 가장 많이 성장한 것 같고 생각이나 마인드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많이 느껴서 내년에는 조금 더 집중적으로 노력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김승기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변준형을 지명한 이후 KCC의 이정현처럼 키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해왔다. 그런 이정현을 파이널에서 상대했던 느낌은 어땠을까.

변: 처음 신인으로 들어왔을 때부터 이야기를 하셨는데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었죠. 신인 때는 저한테도 자신이 없었고 그랬는데 지금은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정현이형이랑 챔프전에서 만났는데 저는 솔직히 정현이형을 막고 싶었는데 성곤이 형이 수비를 너무 잘하셔서...(웃음)
문: 준형이한테 막으라고 했는데 안막더라고요. 
변: 막으려고 했는데 못 막겠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성곤이형한테 저 진짜 못 막겠다고, 막아달라고 하니까 막아주셨어요. 좀 이런 부분이 팀 적으로 많이 시너지가 난 것 같아요. 

 

 

5인방이 생각하는 설린저 효과

아무래도 이 선수, 제러드 설린저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었다. KGC가 플레이오프에서 10전 전승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던데는 설린저와 국내 선수들의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그렇다면 이들 5인방이 느끼는 설린저 효과는 무엇이었을까?

문: 설린저가 오기 전에는 정말 많은 트랩, 로테이션을 하면서 수비적으로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자기 매치업을 압도할 수 있는 선수가 와버리니까 수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면서 제 매치에 조금 더 집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변: 수비할 때 필요할 때만 들어가고 하니까 체력적으로 세이브가 많이 된 것 같아요. 그러면서 공격에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설린저가 공을 가지고 하는 플레이에도 능해서 리딩에 대한 부담도 많이 줄었던 것 같아요. 

이: 저희가 리바운드가 꼴찌였는데 설린저가 온 이후로는 많이 뺏기지 않았던게 저희가 주도권을 많이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수비에서 트랩을 안들어가니까 체력적으로 많이 세이브가 되어서 공격에서 효율이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오: 워낙 능력이 있는 선수지만 제일 높게 평가하고 싶은 것은 수비 리바운드에요. 라건아만 보더라도 트랜지션이나 공격 리바운드에 능한데, 수비 리바운드에서 완벽하게 잡아줘서 팀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됐어요. 패스 능력도 워낙 좋아서 자리를 잡으면 찬스가 많이 나서 그런 부분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또 팀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어요. 그 부분도 큰 것 같아요.

전: 제일 장점은 캐치가 빨라요. 선수의 장단점을 정말 빨리 파악해요. 그걸 코트에서 활용하는 센스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원래 외국 선수들은 패턴에 적응하는게 오래 걸리는데 그 친구는 일주일도 안돼서 패턴을 다 외워버리더라고요. 그런게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또 저는 개인적으로 정규리그 때 밑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해요. 외국 선수 이야기를 안 할수가 없어요. 솔직히 KBL에서 포워드 외국 선수로 성공을 하기 쉽지 않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 외국 선수를 데리고도 3,4등을 왔다갔다 했잖아요. 그 힘든 시간을 겪었기 때문에 그 부분만 해결이 된다면 저는 충분히 우승할거라 생각했거든요. 그게 해결이 되다 보니까 다들 너무 신이 난 것 같아요. 트랩, 로테이션 수비만 하다가 진이 빠져서 시소게임에서 진 경기가 너무 많거든요. 제가 감독님이랑 술 한 잔 하면서 감독님이 맥컬러랑 라타비우스 고민하시길래 감독님 무조건 맥컬러 바꿔주세요 하면서 약속까지 받았거든요. 결과적으로 해피엔딩이 되어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