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2004' 꿈꾸는 미네소타 ‘젊은 늑대들'

2016-10-18     ROOKIE 기자

[루키] 편집부 = 강팀이 되기 위한 모든 채비를 마쳤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험뿐이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Again 2004 꿈꾸는 '젊은 늑대들'

12년째 봄 농구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케빈 가넷, 샘 카셀, 라트렐 스프리웰, 월리 저비악 등이 주축이었던 2004년이 미네소타의 마지막 플레이오프 무대였다. NBA 플레이오프 포맷이 16구단으로 늘어난 1984년 이후 미네소타보다 더 오래 봄 농구 무대를 밟지 못한 팀은 없다. 2015-16시즌에도 29승 53패를 기록했다. 서부 컨퍼런스 13위에 그쳤다. 부진한 성적으로 로터리 픽을 확보한 뒤 유망주를 수집하고 공수 중심을 잡아 주는 베테랑을 영입해 리빌딩을 완성하는 과정을 꾸준히 진행했지만 결과는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 시즌 미네소타가 조명을 받았던 적은 2016년 4월 6일, 단 하루뿐이었다. 당시 정규 시즌 최다승을 향해 달려가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연장 접전 끝에 124-117로 눌러 스포츠지 1면을 장식했다. 그 밖에는 별다른 의미를 찾기가 어려웠다.

 

미네소타는 리그에서 가장 재능 있는 로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젊은 늑대들’은 최근 2년 동안 올해의 신인(앤드류 위긴스, 칼-앤써니 타운스), 라이징 스타 챌린지 MVP(위긴스, 잭 라빈)를 싹쓸이했다. 위긴스, 타운스, 크리스 던, 라빈, 골기 젱, 타이어스 존스, 네만야 비엘리차, 샤바즈 무하마드 등 모든 포지션에 걸쳐 젊고 재능 있는 원석들이 가득하다. 미국 스포츠 매체 ‘CBS스포츠’는 지난 7월 ‘올 시즌 가장 기대되는 여섯 팀’ 가운데 하나로 미네소타를 꼽기도 했다.

 

 

◆ 늑대 부활 시발점 될 ‘양질의 포인트가드'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NCAA 최고 포인트가드 던을 지명했다. 전체 5순위 지명권으로 공수에서 안정된 기량을 갖춘 정통파 포인트가드를 손에 넣었다. 던은 뇌진탕 증세로 서머리그에서 단 2경기 출장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여러 동료 및 관계자에게 호평을 받았다. 던은 1번 포지션을 기준으로 나무랄 데 없는 하드웨어(193cm, 93kg)를 자랑한다. 서머리그에서도 탄탄한 체격을 바탕으로 힘 있는 돌파를 선보였다.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수비 솜씨도 고무적이었다. 경기 조율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자원임을 증명했다. NBA.com은 “던은 뛰어난 수비수다. 풍부한 수비 재능은 그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프로비던스대학교 시절 2년 연속 소속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은 가로채기를 수확하기도 했다. 1순위 지명권을 지녔던 필라델피아 76ers는 벤 시몬스를 지명했지만, 자릴 오카포를 트레이드 매물로 던을 영입하려고 했을 정도로 던에게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공수에서 완성형 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루키 서베이에서도 4관왕을 차지하며 ‘선수가 인정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기존 리키 루비오의 잦은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던 미네소타는 던이라는 훌륭한 대안을 품에 안았다. 주전 포인트가드 입지를 위협할 수 있는 신인 가드의 존재는 팀 내 건강한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던 외에도 미네소타는 또 한명의 준척급 포인트가드를 얻었다. 예상 밖 수확으로 볼 수 있다. 주인공은 2016년 서머리그 MVP 타이어스 존스다. 존스는 2015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24순위로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다. 오프시즌 최고의 ‘깜짝 스타’였다. 여름 동안 미네소타가 거둔 최대 수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존스는 이제 막 프로에 데뷔한 신인들보다 한 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서머리그를 장악했다. 반 박자 빠른 돌파와 디시전 메이킹으로 코너에 자리한 동료에게 질 좋은 패스를 건넸다. 존스는 서머리그 8경기에 모두 나서 평균 20.4점 6.8어시스트를 쓸어 담았다. 벤 시몬스(필라델피아 76ers), 앨런 윌리엄스(피닉스 선즈), 조던 맥래(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바비 포티스(시카고 불스)와 함께 올-NBA 서머리그 퍼스트 팀에 이름을 올렸다.

 

대부분 D-리그에 머물렀던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 풀타임 백업 1번으로 입지를 단단히 했다는 평이다. 루비오, 던에 이어 팀 내 3번째 포인트가드로서 활약이 기대된다. 루비오 트레이드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만큼 시즌 중 ‘신분 상승’도 기대할 만하다(루비오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 반등 실마리를 마련했다. 미네소타 구단도 “루비오 트레이드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한 상태다. 그러나 여전히 패서가 필요한 새크라멘토 킹스, 필라델피아 등이 트레이드 레이더를 켜두고 있다. 워낙 부상이 잦고 플레이스타일상 던과 좋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도 이적 불씨를 완전히 꺼트리지 않게 하고 있다).

 

존스는 출전 시간만 보장된다면 충분히 제 몫을 다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했다. 탐 티보도 신임 감독은 위크사이드로 볼이 갔을 때 기민한 로테이션 수비를 강조한다. 패스 길을 비롯한 볼 흐름을 읽는 데 강점을 보이는 존스는 수장과의 궁합도 나쁘지 않다. 지난 시즌 팀의 마지막 27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4.7점 3.3어시스트 1.0가로채기를 기록했다. D-리그에서는 아이다호 스탬피드 소속으로 평균 24.7점 3.8리바운드 5.0어시스트를 수확했다.

 

 

 

◆ 수비 전술 대가(大家)가 돌아왔다

유망주 수집을 마쳤다. 승부수를 띄웠다. 티보도 감독 영입이 그 신호탄이다. 미네소타는 지난 시즌 종료 뒤 샘 미첼 감독대행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미첼 감독대행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세상을 떠난 플립 손더스의 빈자리를 잘 메웠으나, 구단은 더 높은 목표를 꿈꿨다. 미네소타의 미래 구상에 미첼은 승선하지 못했다. 빈스 카터의 뉴저지 네츠 이적 후 갈피를 잡지 못하던 토론토 랩터스를 2시즌 연속 플레이오프로 이끌었고, 2007년엔 ‘올해의 감독’상까지 거머쥐며 능력을 인정받았던 그였지만 미네소타와 동행은 여기까지였다.

 

미네소타는 선수 육성과 수비 전술 구축에 일가견이 있는 티보도 前 시카고 불스 감독을 구단 12번째 감독으로 선임했다. 티보도는 프로 감독 데뷔 시즌이었던 2010-11시즌 시카고를 62승 20패로 이끌며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마이클 조던 시대 이후 팀에 첫 60승 시즌을 선물한 것이었다. 데릭 로즈가 MVP로 성장하는 데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티보도는 보스턴 셀틱스 코치 시절부터 수비 전략에 남다른 노하우를 지닌 지도자로 명성을 얻었다. 실제 티보두 합류 직전 시즌이었던 2006-07시즌 보스턴은 평균 99.2실점, DRtg 106.9점으로 각각 리그 18위, 16위에 그쳤다. 그러나 그가 부임한 2007-08시즌에는 평균 90.3실점(-8.9), DRtg 98.9점(-8.0)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해당 부문 리그 2위, 1위로 순위를 끌어올리며 보스턴의 NBA 파이널 우승에 한몫했다.

 

미네소타는 티보도와 5년 계약을 맺었다. 구단 수뇌부는 미네소타의 최대 약점으로 형편없는 팀 수비력을 꼽았다. 제프 밴 건디, 마크 잭슨 등과도 인터뷰했지만 ‘수비 전술 마스터’ 티보도를 감독으로 낙점했다. 미네소타는 최근 2년 동안 수비 효율성 지표에서 리그 꼴찌와 28위에 머물렀다. 2시즌 연속 106점 이상을 실점하며 리그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외곽슛ㆍ공격 리바운드ㆍ스틸 허용 등에서도 20위권 밖에 이름을 올렸다. 퍼리미터, 페인트존 가릴 것 없이 총체적 수비 난국을 겪었다. 이러한 수비력으론 아무리 유망주가 차고 넘쳐도 플레이오프는커녕 디비전 탈꼴찌도 요원하다.

 

티보도 영입은 신의 한 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티보도의 손에서 토니 알렌, 지미 버틀러, CJ 왓슨 같은 눈부신 수비 원석들이 발굴됐기 때문이다. 글렌 테일러 구단주는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을 끄집어내는 데 티보도만한 적임자는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수비력 상승이 기대된다. 2014년 스페인 농구 월드컵에서 미국 대표팀 수비 코치로도 활약했던 그가 우리 팀의 비약적인 향상을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티보도는 보스턴 코치 시절 정교한 수비 전술로 레이 알렌의 느려진 발을 감춘 바 있다. 토니 알렌과 켄드릭 퍼킨스의 중용 또한 티보도의 생각이 반영된 닥 리버스 감독의 작품이었다. 시카고 감독 시절에는 아무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201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30순위 버틀러를 리그 최고 공수겸장으로 성장시켰다. 또, 그는 왓슨을 단일 시즌 DWS(디펜시브 윈 셰어) 2.0을 챙기는 가드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미네소타에도 티보도의 시공(施工)을 기다리는 ‘공터'들이 많다. 던, 위긴스, 타운스 등 투웨이 플레이어(Two-way Player) 기질을 보이는 젊은 선수들이 티보도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 알짜배기 영입으로 잡은 ‘두 마리 토끼’

미네소타 프런트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조던 힐, 콜 알드리치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하며 신임 감독에 힘을 실어 줬다. 약점으로 꼽히던 베테랑 부재를 해결했고 벤치 전력 강화라는 부수입도 얻었다. 미네소타는 알드리치와 3년 2,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힐은 2년 800만 달러로 붙잡았다. FA 시장에서 인사이드 높이를 올려줄 수 있는 쏠쏠한 자원 둘을 품에 안았다.

 

알드리치는 지난 시즌 60경기에 출전해 평균 5.5득점 4.8리바운드 1.1블록슛을 거뒀다. 평균 출전 시간이 13분 18초에 불과했다. 알드리치 기록을 36분 기준으로 환산하면 14.8득점 13.0리바운드 3.1블록슛으로 껑충 뛴다. 지난해 블레이크 그리핀의 부상 공백을 누구보다 훌륭히 메운 선수였다. 야투 성공률도 59.6%에 이른다. 림 프로텍터 노릇을 기대할 수 있는 이타적인 베테랑 빅맨은 팀 리바운드 29위, 블록슛 19위에 그친 미네소타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힐은 지난 시즌 73경기에 출전해 평균 8.8득점 6.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알드리치보다 림 보호 능력은 떨어지지만 슛 거리가 더 길다. 위긴스, 라빈 등 돌파를 즐기는 2, 3번 선수가 많은 미네소타 로스터 특성과 잘 어울린다. 상대 빅맨이 힐의 중거리 슛을 막기 위해 바깥으로 빠져나올 때 스페이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선수의 합류로 미네소타는 타운스-골기 젱-힐-알드리치-가넷으로 이뤄진 양질의 빅맨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컨트롤 타워형 빅맨(타운스)부터 전투적인 수비형 빅맨(젱), 이타적인 림 프로텍터(알드리치), 백전노장 라커룸 리더(가넷)까지 다양한 조합으로 시즌 개막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쏠쏠한 백업 스윙맨으로 활약했던 브랜든 러시까지 영입하며 벤치진 깊이를 더했다.

 

 

◆ ‘보직이 궁금한 1인’ 타운스 활용법을 주목하라

타운스는 미네소타를 넘어 2015-16시즌 리그에서 가장 빛난 젊은 빅맨이었다. ‘스킬 챌린지에서 우승한 빅맨’이라는 수식어는 타운스의 다재다능함을 함축한다. 타운스는 데뷔 첫해 82경기에 모두 나서 평균 18.3점 10.5리바운드 1.7블록슛 야투 성공률 54.2%를 올렸다. 3점슛 성공률이 34.1%에 이를 정도로 슛 거리가 길었고 평균 2.0어시스트를 챙기며 컨트롤 타워 가능성도 내비쳤다. 후반기 활약은 더 놀라웠다. 평균 20.8득점 1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빅맨 바로미터인 20(득점)-10(리바운드)을 찍었다.

티보도 감독이 시카고 시절 조아킴 노아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떠올리면 이번 시즌 타운스 활용법 윤곽이 그려진다. 그에게도 ‘포인트센터’ 배역이 주어질 가능성이 있다. 노아는 크리스 듀혼, 커크 하인릭, 데릭 로즈 등 팀 내 야전사령관들이 경기 운영에 애를 먹을 때 하이 포스트로 나가 패스를 뿌려주는 역할을 맡았다. 타운스도 이러한 플레이를 펼칠 확률이 높다. 내외곽을 두루 오가며 스크린을 건 뒤 롤링 후 직접 마무리하거나 양 코너에 자리한 동료에게 질 좋은 킥아웃 패스를 건넬 가능성이 크다. 미네소타엔 무하마드, 라빈, 위긴스, 던, 러시 등 컷인을 즐기거나 잘할 수 있는 운동 능력 좋은 동료들이 많다. 젱과 하이 앤드 로 게임을 중심으로 하되 이 같은 공격 작업까지 매끄럽게 이어 갈 수 있다면 미네소타는 매우 효과적인 무기 하나를 장착하게 된다.

 

 

 

◆ 위기와 도약 사이…흥행 예감 ‘위긴스 드라마'

위긴스는 다소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 우선 지난 시즌 정체된 성장세가 걸린다. ‘2년차 징크스’까진 아니었지만 볼 핸들링과 점프슛 능력 향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점슛 성공률은 루키 시즌보다 1% 포인트 떨어졌고(31% -> 30%) 평균 리바운드, 어시스트 수도 감소했다. 데뷔 첫해보다 공격 점유율은 더 늘었지만 TS%(슈팅 효율성 지표)는 대동소이했다. 48분당 윈셰어(WS/48)도 0.069로 기대에 못 미쳤다. 최근 10년 동안 2년차 때 팀의 중심으로 올라섰던 스몰포워드들과 비교하면 더 뼈아프다. 고든 헤이워드(0.116), 대니 그레인저(0.111), 안드레 이궈달라(0.116), 루디 게이(0.080)보다 낮았다. 과거 팀 승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라는 혹평을 받았던 글렌 로빈슨(前 밀워키 벅스)의 2년째 시즌(0.052)과 비슷한 수치다. (로빈슨은 이후 팀 내 주도권을 빈 베이커, 레이 알렌, 터렐 브랜든 등에게 넘겨야 했다. 커리어 내내 자기 득점만 생각하는 에이스로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위긴스는 지난 시즌 공격 한 번을 시도할 때 기대 득점 수치가 0.82점에 그쳤다. 같은 스윙맨 요원인 라빈, 무하마드보다 낮았다. 위긴스의 소포모어 시즌이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티보도 신임 감독의 의중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티보도 감독은 시카고 시절 스몰포워드를 중심으로 한 게임 플랜을 많이 보여주지 않았다. 공수 중심을 루올 뎅, 카일 코버, 마이크 던리비 주니어에게 둔 적이 별로 없었다. 위긴스에겐 그리 좋은 신호가 아니다. 티보도 감독이 구상하는 ‘미네소타 농구’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팀 내 무게중심이 위긴스가 아닌 다른 선수(타운스가 가장 유력하다)에게 쏠릴 가능성이 있다. 타운스, 존스의 고속 성장과 정통파 포인트가드 던의 지명, 풍부한 빅맨 자원 등을 고려할 때 자칫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 빅터 올라디포처럼 팀의 리빌딩 중심축에서 미끄러질 수도 있다. 위긴스에게 이번 시즌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위기의 한 해’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사진 제공 = 아디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