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드림팀 추억하기 ⑫ 2016 미국 대표팀
[루키] 이승기 기자 = 세계대회에 NBA 스타들이 총출동하면 무조건 다 우승할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원조 드림팀'이 출범한 후 벌써 24년이 흘렀다. 그간의 미국 대표팀이 겪은 영욕의 세월을 찬찬히 회상해봤다. 마지막 시간에는 2016 리우 올림픽 미국농구대표팀을 살펴봤다.
2016 리우 올림픽
미국 대표팀
센터 드마커스 커즌스, 디안드레 조던
파워포워드 카멜로 앤써니, 드레이먼드 그린
스몰포워드 케빈 듀란트, 폴 조지, 해리슨 반즈
슈팅가드 클레이 탐슨, 지미 버틀러, 더마 드로잔
포인트가드 카이리 어빙, 카일 라우리
감독 마이크 슈셉스키
논란의 미국, 어쨌든 우승
미국은 지카 바이러스 확산 공포와 불안한 치안 때문에 리우 올림픽 주최측에서 마련한 숙소를 거부했다. 이들은 선수촌 대신 초호화 유람선 ‘더 실버 클라우드’를 끌고 와 숙소로 사용했다. 이 유람선은 총 8개 층, 196개의 객실로 이루어져 있으며, 운동시설과 카지노, 수영장과 나이트클럽 등 각종 편의시설도 모두 갖췄다. 1박 비용이 우리돈 약 200만 원이 넘고, 스위트룸의 경우는 1,500만 원에 육박할 정도라고. 그야말로 초호화 유람선이다.
미국 선수들은 올림픽 기간 내내 리우데자네이루 시내 관광을 즐겼다. 각종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는가 하면, 해변에서 비치발리볼을 즐기기도 했다. 카멜로 앤써니는 빈민가를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아이들과 길거리농구를 즐겼다. 몇몇 선수들은 스파 시설인 줄 착각하고 성매매업소에 들어갔다가 곧바로 나오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 대표팀의 경기력이었다. 미국은 첫 두 경기에서 중국과 베네수엘라를 각각 57, 44점차로 완파했다. 하지만 그 이후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4쿼터 접전 끝에 이겼고, 세르비아를 상대로는 거의 질 뻔했다. 프랑스와의 경기에서도 100-97로 간신히 숨을 돌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인들조차 미국 대표팀을 비난하고 나섰다. 한가하게 관광이나 즐길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일부 미국인들은 “미국은 금메달을 딸 자격이 없다. 차라리 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다행히, 미국은 8강 토너먼트가 시작되자 정신을 차렸다. 아니, 본색을 드러냈다. 난적 아르헨티나를 105-78로 손쉽게 제압하고 4강에 오른 것. 4쿼터가 통째로 가비지 타임이었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기였다.
4강 상대는 스페인. 2008 베이징 올림픽과 2012 런던 올림픽 결승전에서 만났던 바로 그 팀이었다. 역시 스페인은 강했다. 하지만 미국을 당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은 1쿼터 초반 리드를 잡은 뒤 줄곧 10점 가량의 리드 폭을 유지해나갔다. 스페인은 후반에도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실패했고, 결국 미국이 82-76으로 이겼다.
미국은 결승전에서 세르비아와 마주쳤다. 세르비아는 2014 스페인 농구월드컵 결승전 상대였다. 미국은 이번에도 세르비아에게 아픔을 줬다. 한때 41점차로 앞서는 등 99-66으로 압승을 거뒀다. 미국이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아듀, 코치 K!
미국 대표팀의 수장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이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 지휘봉을 내려놨다. 슈셉스키는 지난 2005년 이후 미국 대표팀의 감독직을 맡아온 바 있다. 그간 슈셉스키는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88승 1패(승률 98.9%)를 기록했다. 2006 세계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그리스에게 패한 이후, 국제대회 76연승을 내달리는 등 무시무시한 성적을 냈다.
슈셉스키는 올림픽 농구 역사상 최초로 세 개의 금메달을 따낸 감독이 됐다. 1984 LA 올림픽과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에는 어시스턴트 코치로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합하면 지도자로서 총 다섯 개의 금메달을 땄는데, 이는 당연히 전인미답의 경지다.
월드컵(前 세계선수권대회) 경력까지 거론하면 더욱 놀랍다. 슈셉스키는 미국 대표팀을 이끌고 2010, 2014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1990, 2006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이처럼 슈셉스키는 올림픽과 월드컵 감독을 맡아 총 5개의 금메달과 2개의 동메달을 따냈다. 이는 향후 100년간은 깨지지 않을 위대한 업적으로 보인다.
슈셉스키 감독은 미국농구에 많은 유산을 남겼다. 최초로 전임제를 실시, 한때 위기에 빠졌던 미국을 다시 세계 최정상에 올려놨다. 뿐만 아니라 그가 대표팀에서 구사하던 ‘스몰볼’은 현재 NBA의 대세가 됐다. 2010년대 초반, 마이애미 히트는 슈셉스키의 스몰볼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와 리그 2연패를 달성하기도 했다.
한편, 슈셉스키의 후임으로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이 확정됐다. 포포비치는 2017년부터 2020 도쿄 올림픽 때까지 미국 대표팀을 이끌 예정이다.
올림픽 히어로
과거 WWE의 슈퍼스타 커트 앵글은 ‘올림픽 히어로’ 기믹으로 미국인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레슬링계를 주름잡았다. 앵글은 실제로 1996 애틀랜타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이기도 했다. ‘올림픽 히어로’ 기믹은 그에게 딱 맞은 옷이었다.
이제 카멜로 앤써니 역시 ‘올림픽 히어로’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남자농구 역사상 가장 많은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앤써니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시작으로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 세 개의 금메달(2008, 2012, 2016)과 한 개의 동메달(2004)을 따냈다. 미국남자농구선수 중 4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이는 앤써니가 유일하다. 또, 통산 세 개의 금메달을 따낸 남자농구선수는 올림픽 역사상 앤써니가 최초다. 이 사실만으로도 FIBA 명예의 전당 입성은 시간문제라고 보면 된다. (여자농구에서는 미국 대표팀의 테레사 에드워즈, 리사 레슬리, 슈 버드, 타미카 캐칭, 다이애나 터라시 등 총 5명이 각각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어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앤써니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미국 대표팀 올림픽 통산 득점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종전 기록은 절친한 친구 르브론 제임스(273점)가 가지고 있었는데, 제임스가 이번 대회에 불참하면서 앤써니가 역전했다. 앤써니는 호주와의 조별리그 경기 도중 1위에 올랐다. 이 경기에서 앤써니는 3점슛 9개 포함, 31점을 터뜨린 바 있다. 앤써니의 올림픽 통산 득점은 336점이다.
앤써니는 이번 대회 금메달을 따낸 뒤 “우리는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뭉쳤다. 내게는 정말 특별한 순간”이라고 운을 뗀 뒤, “난 2004 아테네 올림픽도 겪었다. 최고와 최악의 순간을 모두 맛봤다. 그리고 결국 세 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이는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다. 매우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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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나이키, 손대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