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승균의 클러치] '수호신의 공백' 극복 못한 오리온, 전자랜드는 4강으로!
[루키=추승균 칼럼니스트] 정규리그 1위팀 KCC의 4강 플레이오프 파트너는 전자랜드로 결정됐다. 인천 전자랜드가 16일, 이승현까지 출전시키며 승부수를 던진 고양 오리온을 이기고 3승 1패로 6강 플레이오프를 통과했다.
시작부터 우세했던 전자랜드의 분위기
결론적으로, 분위기에서 승패가 갈렸다고 생각한다.
양 팀의 분위기 차이는 1차전부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좋은 분위기를 유지한 전자랜드, 그리고 무거운 공기를 극복하지 못한 오리온의 차이는 분명했다.
전자랜드는 시리즈 초반부터 앞 선에서의 수비 압박이 돋보였다. 또한 식스맨인 민성주, 이윤기, 박찬호가 투입될 때마다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외국 선수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전자랜드는 시즌 막판에 외국 선수 2명을 모두 교체했다. 조나단 모트리와 데본 스캇은 모두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5경기밖에 뛰지 않았기 때문에, 정규리그에서의 모습은 팀에 맞춰가는 과정이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모트리는 특히 플레이오프에서 단순히 팀에 맞춰가며 플레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공격 횟수를 늘려가면서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이로 인해 전자랜드의 옵션이 더 늘어났다.
3승 1패로 시리즈를 마치고 다음 라운드에 올랐지만, 전자랜드도 아쉬움은 있다. 고참 선수들의 역할이다.
특히 박찬희의 존재감은 많이 아쉬웠다. 코트에 들어갔을 때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김낙현의 체력 안배 등을 감안하면 박찬희의 역할이 분명 필요하다.
수호신의 결장 극복하지 못한 오리온
오리온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분위기 자체가 나빴다. 내부적으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제3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전체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가 시리즈 내내 이어졌다.
아무래도 이승현의 초반 결장이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오리온에서 이승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핵심적인 선수가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고, 여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에는 시간도 경험도 부족했다.
누가 들어가도 팀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았다. 우왕좌왕하는 느낌이 많았다.
디드릭 로슨에 민성주가 붙으니, 모트리에 대한 대응에 마땅한 방법이 나오지 않았다. 이종현에게 기대를 했지만, 정규리그에서 많은 쓰임을 가져가지 않았기에 플레이오프에서 갑자기 묘수가 되기는 쉽지 않았다.
이종현이 통하지 않을 때, 다른 선수를 투입하거나 전략적으로 대처하는 부분도 유기적이지 못했다. ‘이승현 없는 농구’가 사실상 처음이었기에 나타난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주축 선수인 이승현이 없는 만큼, 다른 선수들이 한 발 더 뛰는 농구를 펼쳐야 하는데, 적극성에서도 오리온은 전자랜드에 밀렸다. 이승현이 없다는 부분이 오리온의 자신감과 함께 적극성도 빼앗아 간 느낌이었다.
데빈 윌리엄스의 문제는 이미 수차례 지적된 부분이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오리온의 3차전 분전과 한계
초반 2경기를 내준 상황에서 오리온은 3차전을 잡았다.
일단 로슨이 민성주에 대해 적응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고, 이대성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1-2차전에서 혼자 하는 플레이가 많았던 이대성이 이타적인 모습을 보이며, 오리온의 볼 흐름이 고양에서의 두 경기와는 달리 상당히 좋았다.
이대성은 언제든지 자기 공격을 해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선수다.
외국 선수 1옵션인 윌리엄스의 문제와 이승현이라는 핵심 선수의 부상 결장으로 인해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초반에는 너무 컸던 것 같다. 하지만 3차전 이후에는 이타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대성의 활약은 4차전에도 이어졌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분위기에서는 오리온이 전자랜드를 넘지 못했다. 이승현이 복귀했지만 확실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초반에 리드를 지켰지만, 허일영도 발목을 다치는 등 악재가 이어졌다.
4차전, 중요한 순간에 오리온의 주전 선수들 대다수가 코트에 없었다.
한호빈, 김진유, 최현민, 임종일 등이 최선을 다했지만, 승부처에 주축 선수들이 코트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전자랜드는 시리즈를 준비할 때부터 오리온에 이승현이 정상적으로 뛴다는 가정을 했다는데, 이러한 준비의 차이가 긍정적인 결과를 만드는데 일익을 담당했다고 본다.
라이징 스타로 눈도장 찍은 전현우
안양 KGC의 6강 플레이오프를 보고 나서, 제러드 설린저가 가장 돋보였지만 전성현을 MVP로 뽑고 싶다고 한 바 있다. 전자랜드도 마찬가지다. 모트리를 빼고 말할 수 없는 시리즈였지만, 개인적으로 전현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자랜드에서 국내 선수 에이스라면 김낙현을 꼽을 수 있다.
김낙현은 1차전부터 오리온이 강한 압박으로 자신을 괴롭혔지만, 빠른 슛타이밍을 가져가며 이를 잘 극복했다. 하지만 시리즈 내내 이런 플레이를 이어갈 수는 없다. 상대에게 잡힐 때도 있고, 슛 밸런스가 흐트러지거나 흐름이 끊어질 때가 있다. 상대에게는 이런 순간이 기회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전자랜드에서는 전현우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
정영삼이 좋지 않았던 전자랜드는 차바위 역시 수비는 열심히 해줬지만 공격에서는 적극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때마다 전현우가 등장했다.
정규리그 때도 좋은 모습을 보인 전현우지만 큰 경기에서도 확신을 줄 만큼 검증된 선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전현우는 팀 승리에 확실한 가교를 놓았다. 어린 선수가 플레이오프에 이런 큰 역할을 해주는 것은 팀에 정말 큰 힘이 된다.
베테랑의 역할과 효율적인 농구
5위팀 전자랜드가 4위 오리온을 이겼다. 이제는 1위 전주 KCC다.
전자랜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베테랑인 박찬희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벤치가 아닌 코트에서 조금 더 모습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베테랑들도 마찬가지다.
일단 차바위의 공격적인 역할이 필요할 것 같다. 차바위는 오리온과의 시리즈에서 적극적인 수비로 많은 공헌을 했다. 하지만 공격에서의 역할은 아쉬웠다. 슛을 제외하면 공격에서의 적극성은 높지 않았다. 동료를 찾는 모습이 지나치게 많았다.
스스로한테 오는 기회는 자신 있게 가져가줘야 한다. 공격을 해야 할 타이밍에서 주저하면 팀 전체의 공격 흐름이 끊긴다.
전자랜드 공격의 핵심은 김낙현과 모트리다. 여기에서의 공격이 막히면 힘들어진다. 오리온과의 3차전에서 나타났던 모습이다. 전자랜드의 공격 형태는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그래도 3차전을 제외한 다른 경기에서는 전현우가 막힌 혈을 뚫어줬다. 전현우가 아직 어린 선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4강 플레이오프 이후에는 베테랑들이 전현우가 했던 역할을 함께 해줘야 한다.
전체적인 전력에서 정규리그 우승팀인 KCC가 전자랜드보다는 확실히 우위에 있다. KCC는 확실한 에이스, 강한 외국 선수, 구심점이 되는 베테랑 선수, 인-아웃의 벨런스, 경험 많은 지도자 등 다양한 강점을 갖고 있다.
전자랜드가 정상적으로 KCC의 인-아웃을 모두 막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다 잡겠다고 달려들다가는 수비하다가 지쳐서 끝날 수도 있다.
결국 줄 것은 주고, 상대의 약점을 찾아 집요하게 효율적으로 파고드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도 경험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의 준비를 잘 할 거라 생각한다.
외국 선수 싸움에서의 변수
다만, 외국 선수 부분에서는 변수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일단, 라건아를 외국 선수라고 가정하자.
전자랜드의 모트리와 스캇은 정규리그에서 라건아와 제대로 붙어본 적이 없다.
6라운드 대결은 일찌감치 가비지 게임이 되면서 정상적인 대결을 펼치지 못했다. 만약 라건아가 파울트러블에 걸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경기가 상당히 복잡해질 것 같다.
애런 헤인즈는 영리하고 노련한 선수지만 인사이드에서 힘의 대결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팀에 갓 합류한 조 알렉산더에게 KBL 데뷔 경기부터 큰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욕심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외국 선수의 맞대결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느냐는 부분이 전자랜드와 KCC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뜻밖의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 =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