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드림팀 추억하기 ⑨ 2010 미국 대표팀
[루키] 이승기 기자 = 세계대회에 NBA 스타들이 총출동하면 무조건 다 우승할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원조 드림팀'이 출범한 후 벌써 24년이 흘렀다. 그간의 미국 대표팀이 겪은 영욕의 세월을 찬찬히 회상해봤다. 아홉 번째 시간에는 2010 터키 세계선수권대회 미국농구대표팀 이야기를 준비했다.
2010 터키 세계선수권대회
미국 대표팀
센터 라마 오덤, 타이슨 챈들러, 케빈 러브
파워포워드 케빈 듀란트, 루디 게이
스몰포워드 안드레 이궈달라, 대니 그레인저
슈팅가드 천시 빌럽스, 에릭 고든
포인트가드 데릭 로즈, 러셀 웨스트브룩, 스테픈 커리
감독 마이크 슈셉스키
또 하나의 미국팀
미국이 마지막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94년이었다. 이후 세 번의 대회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에 미국은 16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우승 트로피를 되찾고자 했다.
그런데 2010 미국 대표팀의 선수 구성이 상당히 재미있다. 미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을 한 명도 뽑지 않았다. 완전히 새로운 팀을 구성한 것이었다.
당초 미국의 목표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그래서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를 기점으로 한 3년짜리 계획을 세웠다.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카멜로 앤써니 등을 주축으로 했던 당시 멤버들은 어디까지나 ‘2008 올림픽 프로젝트’의 구성원들이었다. 처음부터 2010 세계선수권대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미국농구협회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의 로스터를 구분 지었다. 올림픽은 올림픽대로, 세계선수권은 세계선수권대로 선수들을 육성하려는 것이었다. 특히, 세계선수권대회에는 당장의 슈퍼스타보다는 특급 유망주들을 앞세워 참가하고자 했다. 이는 올림픽에 이어 세계선수권대회마저 집어삼키려는(?) 미국의 장기적인 계획이자 투자였다.
이에 따라 1988년生 선수들이 대거 선정됐다. 케빈 듀란트와 러셀 웨스트브룩, 스테픈 커리, 데릭 로즈, 케빈 러브, 에릭 고든까지 총 여섯 명. 로스터의 절반이나 88년생이었다. 미국은 만 21~22세의 어린 유망주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쌓게 해주려 시도한 것이었다. 또, 젊은 선수들이 엇나가지 않도록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줄 수 있는 베테랑들(라마 오덤, 천시 빌럽스, 타이슨 챈들러 등)도 뽑았다.
실험적인 로스터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은 이 대회에서도 ‘스몰볼’ 실험을 계속했다. 파워포워드인 라마 오덤을 아예 선발 센터로 기용했고, 케빈 듀란트를 파워포워드로 썼다. 때에 따라서 케빈 러브를 센터로, 루디 게이를 파워포워드로 활용하기도 했다. 대니 그레인저 역시 슈팅가드부터 파워포워드까지 여러 포지션을 넘나들었다.
가드 포지션 선수들끼리는 명확한 구분이 없었다. 커리, 웨스트브룩, 로즈, 고든 모두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병행했다. 상황에 맞게 역할을 바꿔가며 호흡을 맞췄던 것이다. 선발 라인업으로는 로즈와 빌럽스가 함께 뛰었다.
단, 포지션과 상관없이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강력한 수비다. 특히 앞선의 압박수비가 중요하다. 미국은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대회 평균 10.4개의 스틸을 기록, 전체 1위에 올랐다. 상대의 실책을 유도한 뒤 쉬운 득점을 올리는 방식은 이미 지난 2008 베이징 올림픽 당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인사이드의 열세를 극복하는 방법이었다.
16년만의 우승
결과부터 말하자면, 미국이 16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모두 석권하며 세계농구의 정상에 복귀하는 순간이었다.
평균 득실 마진 24.4점차로 9전 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조별예선 도중 패할 뻔했던 순간도 있었다.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는 4쿼터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는 승부가 연출됐다. 미국은 70-68로 신승했는데, 만약 브라질이 시도한 마지막 공격이 성공했다면 결과는 알 수 없었다. 이때의 2점차는 미국이 이 대회에서 거둔 최소 점수차 승리였다.
이후 세 경기에서 미국은 각각 37, 35, 55점차 완승을 거두며 8강에 올랐다. 덕분에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미국은 8강전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다소 고전했지만 10점차로 승리했고, 4강에서도 우승후보 리투아니아를 89-74로 제압했다. 듀란트는 무려 38점을 폭발시키며 미국의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결승전 상대는 주최국 터키. 듀란트는 이번에도 28점을 기록하며 NBA 득점왕의 위엄을 뽐냈다. 오덤은 15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 듀란트의 뒤를 잘 받쳤다. 미국은 터키를 81-64로 물리치고 대망의 우승컵을 품었다.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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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FI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