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여신]승무원 전공생에서 치어리더 팀장으로...정유민 치어리더①

2021-01-06     원석연 기자

[루키=원석연 기자] 지난해만 해도 보기 드물었지만, 바야흐로 자기 어필의 시대인 요즘에는 유튜브하는 치어리더보다 유튜브 안 하는 치어리더를 찾는 게 더 어렵다. 정유민 치어리더 역시 그랬다. 그녀는 7천여 구독자를 자랑하는 제법 잘 나가는 유튜버다. 기자는 인터뷰를 앞두고 사전 조사를 위해 그녀의 유튜브를 염탐했는데, 영상 속 그녀는 꽤 도도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와 첫 만남. “아 그거요? 언니랑 싸우고 찍어서 그래요. 하하하하.” 딱딱한 복숭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물렁한 복숭아였던 정유민 치어리더를 알아보자.

스튜어디스
 
“제 매력이요? 음... 저는 약간 양파 같은? (왜요. 매워요?) 아니, 그게 아니라요. 까도 까도 계속 매력이 나오는 타입이요. 예쁜 거, 귀여운 거, 엉뚱한 거, 또 섹시한 거 이런 게 계속 나와요.”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냐는 당황스러울 법한 질문에 그녀는 뻔뻔하게 대답을 잘했다. 

전문에도 말했지만, 사실 그녀를 SNS나 유튜브, 기사 사진 등으로 접했을 때만 해도 그녀는 기자에게 분명히 도도, 단아함, 우아함 이런 부류였다. 하지만 첫 질문부터 그녀는 내 선입견을 깼다. 예쁘고 귀엽고 섹시한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양파란다. 그것도 자기 입으로. 까도 까도 매력이 계속 나온단다. 까도녀다.
 
성인이 되어서도 사실 치어리더가 될 생각은 없었다. 대학교 땐 승무원이 되려 했다. 차분한 말투에 워낙 생긋생긋 잘 웃어서 승무원도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승무원 전공해서 4학년 때까지 다 마치고 졸업도 했어요. 졸업하고 이제 취업 준비하면서 면접을 보러 다니던 때였어요. 한 군데 면접을 봤는데 최종에서 떨어지고 다른 데를 찾던 어느 날, 동아리 선배가 알바를 소개해주다가 어떻게 오디션을 알게 된 거예요. 그게 치어리더 오디션이었는데...”
 
치어리딩이 완전히 처음은 아니었다. 대학시절, 그녀는 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치어리딩 동아리에 들어가서 졸업 때까지 4년간 활동했다. 친언니가 한때 아이돌을 준비했을 정도로 춤을 잘 췄는데, 어려서부터 그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로망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런 오디션은 그녀에게도 처음. 얼떨결에 보게 된 오디션은 2014년 신생 야구팀이었던 KT 위즈가 치어리더를 공개적으로 뽑기 위해 진행한 ‘Ladywiz를 찾아라’라는 오디션이었다. 워낙 화제가 됐던 오디션이라 이미 단상에서 활동하던 현직 치어리더들도 많은 지원을 해 치열한 경쟁률을 자랑했다.
 
“딱 6명을 뽑는 공개 오디션이었어요. 현장 투표 점수랑 인터넷 투표 점수로 평가받았거든요. 생각보다 떨지 않고 잘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중에 뽑히고 보니 6명 중 저 빼고 5명이 다 현직 치어리더였더라고요.”(웃음)
 
그렇게 승무원이 될 뻔한 운명에서 갑자기 치어리더가 되어 버린 그녀. 그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승무원을 포기하는 게 아쉽지는 않았을까?
 
“전~혀 후회 없어요. 저는 지금 일이 너무 재밌거든요. 사실 스튜어디스를 준비하면서도 저랑 좀 안 맞는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거든요. 그래도 부모님께서는 조금 아쉬워하시더라고요. ‘그동안 열심히 준비한 승무원 조금이라도 해보고 (치어리더를) 하지...’ 하시면서.” 

 

농잘알
 
야구팀 오디션을 봐서 치어리더가 됐는데, 준비하다 보니 그 시즌 야구가 끝나서 데뷔는 농구장에서 했다. 경기장이 크진 않지만, 팬들의 열기가 뜨겁기로 유명한 전주 KCC에서 그녀는 신고식을 치렀다.
 
“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데뷔했는데 그게 한 시즌 내내 가더라고요. 하하. 사실 스포츠는 잘 몰랐어요. 야구나 축구나 농구나 다 잘 몰랐는데, 지금은 농구가 제일 좋아요. (야구 기자랑 인터뷰하면 야구라고 할 거죠?) 아, 아니에요. 진짜로. 경기 속도가 되게 빠르잖아요. 농구가. 특히 저는 상대 공을 스틸해서 속공할 때 진짜 짜릿하다니까요.”
 
스틸에 속공이라. 이 정도면 제법 전문 용어다. OK! 농구 좋아하는 거 인정. 그렇게 2014년 KCC에서 데뷔한 그녀는 이듬해 KGC를 맡았다가 지금은 서울 삼성까지 벌써 유니폼을 세 번이나 갈아입은 베테랑 치어리더가 됐다.

 

“세 팀을 맡았는데, 구단별로 또 특징이 있어요. 먼저 KCC는 팬분들이 정말 적극적이에요. 거기에 체육관이 크진 않은데, 팬분들이 꽉 차니 경기랑 응원 몰입도가 되게 높아요. 제가 있을 땐 허재 감독님이 계셨는데, 지고 있으면 벤치에서 재밌는(?) 소리도 많이 들리고...”
 
허재 감독의 재밌는 소리는 기사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재밌는 수위라 패스. 이 부분은 여러분의 상상력에 맡길게요. 
 
“KGC는 2015-2016시즌에 맡았는데, 제가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간 구단이에요. 그때 KGC가 삼성이랑 붙었거든요. 바로 1년 뒤에 제가 삼성에 갈 것이라고는 꿈에도 모르고 정말 열심히 KGC 응원하고 삼성 미워했는데, 바로 다음 시즌 삼성에 가게 돼서 좀 당황스러웠죠.”(웃음)
 
이후 삼성에 정착해 지금까지 쭉 삼성을 응원하고 있는 그녀. 삼성을 응원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다름 아닌...
 
“아... 저는 삼성이 챔프전에 갔을 때가 기억나요. 그때 마침 제가 있었던 KGC랑 했거든요. 그때 이관희 선수가 이정현 선수랑 신경전이 있었어요. 원래 싸움 구경이 제일 재밌다고 하잖아요?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엄청 큰 경기였기에 더욱더 기억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농잘알 인정.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