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의 앤드원] 2020 NBA 드래프트, 누가 울고 웃었나
[루키=이동환 기자] 한국 시간으로 지난 20일 미국 코네티컷주에 위치한 ESPN 스튜디오에서는 2020 NBA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5개월이나 드래프트가 밀리고 화상 연결로 드래프트가 진행됐지만, 드래프트 열기는 결코 예년에 비해 밀리지 않았다. 구단별 워크아웃과 개별 면접이 극도로 제한된 ‘깜깜이 드래프트’에서 과연 어떤 팀이 미소를 지었을까? 2020 NBA 드래프트에서 벌어진 일들을 지금부터 되돌아보자.
미네소타-골든스테이트, 결국 순리대로 갔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리그에 공공연히 떠돌던 소문이 있었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진 미네소타와 2순위 지명권을 가진 골든스테이트가 픽 다운 트레이드를 노린다는 소문이었다.
두 팀 모두 각자의 이유가 있었다.
2015년 드래프트 이후 5년 만에 1순위 지명권을 거머쥔 미네소타는(당시 칼 앤써니-타운스 지명) 앤써니 에드워즈, 제임스 와이즈먼, 라멜로 볼 중 누구에게도 확실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사실 이번 드래프트는 예년에 비해 탑 유망주들의 기량과 잠재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네소타는 순위가 낮은 팀과의 트레이드 거래를 통해 지명권 순위를 낮추고, 그 과정에서 다른 선수를 데려와 전력을 보강하는 픽 다운 트레이드를 실제로 고민했다.
탑3로 꼽혔던 앤써니 에드워즈, 제임스 와이즈먼, 라멜로 볼 모두 장점과 단점이 뚜렷했다.
194cm의 신장을 가진 에드워즈는 빅터 올라디포, 도노반 미첼, 드웨인 웨이드가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는 공격형 콤보 가드다. 뛰어난 운동능력과 긴 팔을 활용해 공수 역량을 발휘한다. 다만 슈팅 기복이 심하고 멘탈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216cm의 신장에 235cm의 윙스팬을 가진 제임스 와이즈먼은 이번 드래프트 최고의 빅맨 유망주로 꼽혔다. 훌륭한 사이즈에 운동능력을 겸비한 데다, 슈팅에서의 잠재력까지 가지고 있어 향후 성장 여부에 따라 리그를 대표하는 빅맨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와이즈먼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멤피스 대학에서 중퇴해 대학 무대 출전 경기 수가 단 3경기에 불과했다는 점이었다. 와이즈먼이 더 높은 레벨에서 어떤 플레이를 펼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던 NBA 스카우터들 입장에서 와이즈먼은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 유형의 유망주였다. 잠재력은 충만하지만 그 잠재력이 발현될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는 선수였던 셈이다.
론조 볼의 동생으로도 유명한 201cm의 장신 포인트가드 라멜로 볼은 고교 졸업 후 대학 무대에 가지 않고 곧바로 호주리그에 진출한 선수였다. 해외리그 경험자라는 점은 가산점이 붙을 수도 있지만 다르게 보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리그의 레벨, 경기 방식 등에 따라 선수의 퍼포먼스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 게다가 코트에서 볼은 불안한 슛 셀렉션, 종종 보여주는 진지하지 못한 태도, 수비에 대한 무관심 등이 문제로 드러난 선수이기도 했다.
미네소타는 결국 고심 끝에 에드워즈를 지명했다. 드래프트를 앞두고 라멜로 볼의 1순위 지명설이 잠시 떠돌기도 했지만, 미네소타는 결국 정도를 걷기로 했다.
그리고 에드워즈 지명 직후 오클라호마시티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리키 루비오를 영입하면서 막강한 가드진을 구축했다. 미네소타는 오는 시즌 루비오-디안젤로 러셀로 주전 백코트진을 운영하고 공격 성향이 강한 에드워즈를 벤치에서 투입할 전망. 에드워즈가 루키 시즌에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이느냐에 따라 미네소타는 플레이오프권 전력을 갖춘 팀으로 부상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편 골든스테이트는 2순위로 제임스 와이즈먼을 지명했다. 미네소타가 유망주들의 애매함 때문에 고민에 빠졌던 것과 달리, 골든스테이트는 팀의 상황 때문에 고민이 커졌다.
골든스테이트는 어느덧 30대에 접어든 스테픈 커리-클레이 탐슨-드레이먼드 그린 트리오로 다시 우승에 도전하고 싶었던 상황. 제아무리 2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어도 유망주를 키우며 인내할 시간이 부족했다. 때문에 픽 다운 트레이드를 통해 당장 우승에 도움이 될 선수를 데려오는 부분에 대해 깊이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드래프트 당일 예상치 못한 변수가 터졌다. 무릎 부상 이후 한 시즌 만에 복귀를 노리던 클레이 탐슨이 픽업 게임 도중 오른쪽 다리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초대형 사건이 일어난 것.
클레이 탐슨의 갑작스러운 부상 소식에 골든스테이트의 행보도 달라졌다. 트레이드를 추진하는 대신 2순위로 제임스 와이즈먼을 뽑으며 순리대로 갔다. 그리고 지난해 안드레 이궈달라를 멤피스로 트레이드하며 받아온 1,720만 달러짜리 트레이드 익셉션(가상의 트레이드 화폐)을 1라운드 지명권과 묶어 오클라호마시티로 보내고, 에너지 넘치는 젊은 포워드 켈리 우브레를 영입했다.
클레이 탐슨의 시즌아웃에도 ‘윈 나우’를 외친 골든스테이트는 오는 시즌 제임스 와이즈먼의 활약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와이즈먼이 골든스테이트 시스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따라 골든스테이트의 승수도 달라질 수 있다.
스테픈 커리-앤드류 위긴스-켈리 우브레-드레민드 그린으로 구성된 나머지 4명의 라인업은 매우 매력적이다. 이들과 함께 선발 출전할 와이즈먼의 활약에 따라 골든스테이트의 운명도 바뀔 것이다.
라멜로 볼과 만난 샬럿, 그리고 예상치 못한 픽들
3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샬럿은 당초 빅맨 지명을 고려하고 있었던 걸로 알려졌다. 와이즈먼 지명을 위해 미네소타, 골든스테이트와 픽업 트레이드를 한다는 루머도 있었다. 샬럿은 와이즈먼은 물론이고 206cm의 파워포워드 온예카 오콩우 지명도 생각했다는 후문이다.(물론 오콩우를 지명하려면 픽 다운 트레이드가 필요했다.)
그런데 드래프트를 코앞에 두고 변수가 발생했다. 오콩우가 현재 발 부상을 안고 있어 몸 상태를 확신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 드래프트 당일에는 클레이 탐슨의 부상으로 골든스테이트의 와이즈먼 지명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이에 샬럿은 기존에 바랐던 빅맨 지명 대신 탑3로 꼽혔던 앤써니 에드워즈, 제임스 와이즈먼, 라멜로 볼 중 남은 선수를 지명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그 결과 샬럿은 라멜로 볼을 지명하게 됐다.
라멜로 볼 지명으로 확실해진 게 있다. 바로 샬럿의 러셀 웨스트브룩 영입 가능성이 사실상 0에 수렴하게 된 것이다.
11월 중순 웨스트브룩이 휴스턴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샬럿은 뉴욕, 워싱턴과 더불어 웨스트브룩의 행선지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장신 포인트가드인 라멜로 볼을 데려오면서 샬럿은 굳이 웨스트브룩 트레이드를 추진할 필요가 없어졌다. 심지어 라멜로 볼은 화제성도 웨스트브룩 못지 않은 선수. 그렇지 않아도 가드 포지션에 테리 로지어, 디본테 그래험까지 있었기에 샬럿은 대신 FA 시장에 나온 고든 헤이워드에게 4년 1억 2,000만 달러를 안겨주는 쪽으로 행보를 바꿨다.(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사실 헤이워드에게 이 정도 금액을 줄 것이었다면 차라리 웨스트브룩을 데려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그 정도로 헤이워드 영입은 다소 무리한 느낌이 있다. 헤이워드는 2017년에 발목 골절상을 당한 이후 기량이 예전 같지 않다. 지난 시즌에는 하체 쪽에 자주 부상을 입어 보스턴 관계자들을 머리 아프게 했다. 리스크가 확실히 커보이는 영입이다. 그럼에도 샬럿은 헤이워드의 시장가가 최고점에 있던 2017년과 비슷한 규모의 계약을 헤이워드에게 안겨줬다. 2017년 보스턴과 계약할 당시 헤이워드가 따낸 계약은 4년 1억 2,780만 달러였다.)
이후에는 예상 밖의 지명이 꾸준히 나왔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4순위 지명권을 가진 시카고 불스의 선택.
시카고는 드래프트를 앞두고 주가가 크게 올랐던 플로리다 주립대 출신의 패트릭 윌리엄스를 지명했다. 203cm의 윌리엄스는 대학에서 평균 득점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을 정도로 공격에서는 아직 원석에 가까운 선수. 그러나 뛰어난 운동능력과 수비력을 갖춘 3&D로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명 예상 순위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고, 이에 시카고는 윌리엄스를 지명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한 때 4순위 지명까지 거론됐던 데이튼 대학의 오비 토핀은 8순위에 이름이 불린 후 눈물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슬퍼서가 아니었다. 이유는 뉴욕 닉스가 자신을 지명했기 때문. 토핀은 뉴욕에서 태어나고 자란 뉴욕 토박이다. 어릴 때부터 동경하고 좋아했던 고향 팀이 자신을 지명했다는 소식에 토핀은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토핀은 캐년 마틴(뉴저지), 아마레 스타더마이어(뉴욕)에 이어 뉴욕 지역을 대표하는 운동능력 넘치는 파워포워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토핀은 대학 무대 최고의 하이라이트 필름 제조기였고, 비교 대상도 캐년 마틴, 아마레스타더마이어, 숀 매리언이었을 정도로 그들과 플레이스타일도 비슷하다.
1998년생으로 드래프트 동기들에 비해 3살 정도 많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 그러나 2019-2020시즌에 대학 무대에에서 3점슛 성공률 39.0%(성공 1.0개)를 기록하며 슈팅 장착의 가능성을 높이고 NBA 무대를 밟기 때문에, 많은 경험만큼 프로 적응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때 골든스테이트가 관심을 보인다는 소문이 있었던 이스라엘 출신의 유망주 데니 아브디야는 9순위로 워싱턴의 부름을 받았다.
아브디야는 한 때 4순위 지명 가능성도 거론됐었는데, 드래프트 당일 9순위에 이름이 불린 후에는 원래 지명돼야 할 순위로 정상적으로 돌아갔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아브디야는 다닐로 갈리나리, 루카 돈치치, 히도 터코글루 등이 비교 대상으로 거론될 정도로 다재다능한 선수다. 204cm의 큰 신장에 슈팅력, 패싱력, 농구 IQ를 겸하고 있어 향후 성장에 따라 무척 매력적인 선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옴리 카스피, 조 알렉산더, T.J. 리프에 이어 이스라엘 역사상 4번째로 NBA 드래프트에 지명된 선수가 된 아브디야는 워싱턴에서 또 다른 해외 유망주 하치무라 루이와 호흡을 맞출 전망이다. 일본 국적의 하치무라 루이 역시 공교롭게도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지명됐고, 루키 시즌에 평균 13.5점 6.1리바운드를 기록하는 성공적인 활약을 펼쳤다.
1라운드 전체 20순위로 마이애미 히트에 지명된 프레셔스 아치우와도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신장 207cm, 윙스팬 219cm의 나이지리라 출신 빅맨 유망주인 아치우와는 뛰어난 운동능력을 갖춘 빅맨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지명 후 마이애미의 팻 라일리 사장은 아치우와의 외곽 기술, 볼 핸들링 능력, 발전 가능성이 높은 슈팅 폼을 인터뷰에서 언급하며 뱀 아데바요 같은 역동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한 상황.
지난 시즌 마이애미는 타일러 히로와 켄드릭 넌이 신인으로서 동시에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고, 이를 바탕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아치우와 역시 마이애미의 또 다른 루키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에 바뀐 드래프트 풍경, 사라진 서머리그
2020 NBA 드래프트는 예년과 달리 ESPN 스튜디오에 아담 실버 총재, 마크 테이텀 부총재만 나타나 지명 선수를 호명하고, 선수들은 각자의 집에서 화상으로 드래프트를 지켜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었다.
환호와 야유가 끊임없이 쏟아지는 일반적인 드래프트 현장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올해 드래프트는 다소 맥빠진 분위기로 전개될 수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각자의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드래프트를 지켜본 선수들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기쁨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냈고, 심지어 눈물도 많이 쏟아냈다. 드래프트 행사 현장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은 가족들이 모인 가운데 자신의 NBA 입성 순간을 확인하며 마음껏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선수는 앞서도 언급한 오비 토핀. 토핀은 고향 팀 뉴욕 닉스가 8순위로 자신을 지명하자 인터뷰를 제대로 진행하기 버거울 정도로 가족과 함께 많은 눈물을 흘렸다.
15순위로 올랜도에 지명된 콜 앤써니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날 앤써니의 집에는 NBA 팬들에게 매우 익숙한 인물이 함께 있었다. 뉴욕의 열성 팬으로 알려진 영화 감독 스파이크 리였다.
스파이크 리는 왜 앤써니의 집에 함께 있었을까? 이유는 바로 콜 앤써니가 90년대 뉴욕 선수였던 그렉 앤써니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콜 앤써니를 지켜봐온 스파이크 리는 콜 앤써니의 지명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거리낌없이 그의 집을 찾았고, 앤써니의 이름이 올랜도에 의해 불리자 앤써니의 가족들과 함께 방방 뛰며 함께 기쁨을 누렸다.
한편 신인들 입장에서는 올해 드래프트가 아담 실버 총재와 단상에서 악수 사진을 찍을 기회가 없었다는 점에서 아쉬웠겠지만, 신인 선수를 지명하는 각 구단 관계자들 입장에서는 올해 드래프트만큼 난이도가 높은 드래프트는 없었다는 후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드래프트 컴바인부터 팀별 워크아웃과 면접까지 너무 한정적으로 진행됐고, NCAA 토너먼트 취소로 ‘숨어 있는 진주’를 발견할 기회도 적다 보니 구단 입장에서는 지명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심지어 모든 신인들이 2월 이후에는 실전과 공식 훈련 없이 무려 9개월 동안 개인적으로 훈련을 해왔다 보니, 선수들의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안하며 신인을 뽑아야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0 드래프트 지명자들에게는 서머리그가 없다. 소속 팀의 전술 스타일과 분위기에 적응하고 NBA 정식 규격 코트에서 NBA 룰을 따르며 경기를 해볼 기회 없이 지명 후 약 2주 만에 곧바로 트레이닝 캠프(12월 2일 예정)에 참여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오는 2020-2021시즌에는 신인들의 기량과 활약에 큰 기대를 걸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모든 것이 달라진 드래프트와 신인들의 데뷔 과정. 과연 이는 얼마나 큰 변수가 될까?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