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개막 프리뷰] ⑥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인천 전자랜드
[루키=편집부] 전자랜드는 2003-2004시즌부터 프로농구에 뛰어 들었다. 비록 우승 경험은 없지만 한때 정규리그 준우승까지 거뒀고 끈끈한 조직력을 앞세운 수비로 매 시즌 6강 이상의 성적을 내는 ‘언더독’이었다.
이런 전자랜드가 2020-2021시즌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전자랜드에서 더 이상 농구단 운영 의사가 없다고 밝히면서 이번 시즌은 전자랜드라는 이름으로 치르는 마지막 시즌이 됐다. 이에 따라 유도훈 감독과 선수단은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두는 동시에 새로운 인수 구단을 찾기 위해서라도 더욱 더 열심히 해 성적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 2019-20 REVIEW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나쁘지도 그렇다고 좋지도 않은 시즌을 보냈다. 21승 21패로 딱 절반의 승률을 거두며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1라운드만 해도 좋은 출발을 보였다. 6승 2패를 거두며 승승장구했고 순위도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4승 6패로 2라운드에서만 8위를 기록했고 이후 3라운드 5승 4패, 4라운드 4승 5패 등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마지막 5라운드에서는 2승 4패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전체적인 기록도 안 좋았다. 팀 득점이 76.9점으로 7위에 그쳤고, 팀 리바운드가 33.9개로 8위, 팀 어시스트는 16.4개 9위에 머무는 부진을 보였다.
전자랜드가 이렇게 부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효근의 군 입대에 따른 공백을 메우지 못했다는 점. 김낙현과 강상재가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하긴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섀넌 쇼터와 머피 할로웨이 등 외국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 2020-21 POINT
① 가드진 공백을 메워라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가드 김지완을 잡는데 실패했다. 또 김지완의 이적에 따른 보상 선수 대신 현금만을 받기를 선택하며 출혈에 따른 전력 보강도 이루지 못했다. 김지완은 187cm의 가드로 신장도 큰 편인데다 공격과 수비 등 여러 부문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주던 선수였다. 박찬희-김지완-김낙현 등이 돌아가면 형성했던 가드진에 본의 아니게 큰 구멍이 생긴 상황이다.
유도훈 감독은 박찬희와 김낙현이 주전으로 나서는 가운데 오리온에서 영입한 장태빈이 백업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장기 레이스로 치러지는 정규리그라는 점을 고려하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 보인다.
② 헨리 심스-에릭 톰슨 콤비, 어떤 시너지효과 낼까
전자랜드는 올 시즌을 함께 할 외국선수로 헨리 심스(208cm)와 에릭 톰슨(204cm)을 선택했다. 두 선수 모두 2m 이상의 높이를 지닌 선수. 전자랜드가 그동안 높이에서 항상 애를 먹은데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강상재가 군입대까지 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선택이다.
유도훈 감독은 “헨리 심스는 운동 능력이 아니라 기술로 농구를 하는 선수다. 공수에서 인사이드 장악력을 통한 높이 보강 및 득점원의 역할까지 해줄 수 있는 선수로 기대된다. 에릭 톰슨은 심스에 비해 젊고, 활동력이 있는 선수다. 강한 피지컬과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리바운드 및 골밑 득점 능력이 뛰어난 선수이며, 인사이드 수비와 빠른 트랜지션 가담 능력으로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두 선수가 인사이드에서 다른 팀 외국선수와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고 버텨준다면 전자랜드로서는 한번 해 볼 만한 시즌이 될 전망이다.
③ 전자랜드로서 치르는 마지막 시즌
앞서 언급했듯이 이번 시즌은 ‘전자랜드’라는 팀명으로 뛰는 마지막 시즌이다. 과거 몇 차례 팀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전자랜드 수뇌부의 결정 번복으로 어렵사리 팀을 꾸려왔지만 이번만은 다르다. 이미 KBL 및 이사회에 이번 시즌을 끝으로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KBL과 각 구단들도 전자랜드 측의 의사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전자랜드 농구단으로서는 이번 시즌이 중요하다. 깔끔한 마무리라는 측면도 그렇지만 새로운 인수자를 찾기 위해서라도 더욱 더 경기에 집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 Comments
유도훈 감독 : 코로나19 때문에 우리만 힘든 게 아니라 모든 구단, 온 국민이 힘든 상황이었다. 전지훈련, 체육관 사용 등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이 있었지만, 선수들이 변화에 잘 적응해 줬다.
강상재의 군 입대로 인한 공백이 생겼는데, 그 부분에서 누군가가 해줘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김낙현, 이대헌, 차바위가 공격 횟수를 많이 가져가면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 선수들이 부담감을 이겨내고, 얼마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플레이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요즘은 빠른 농구를 하는 추세다. 속공이 어느 정도 나와야 하는데, 반대로 보면 속공을 안 당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우리가 신장이 낮아졌기 때문에 리바운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헨리 심스는 기술이 좋은 선수고 에릭 톰슨은 젊고 활동량이 많은 선수다. 다른 팀이 신장이 높아져 이 선수들이 얼마나 잘 대적할 지 지켜봐야 알 것 같은데, 우선 우리 선수들 간의 조합을 보면서 공수에 주력할 옵션을 찾아볼 것이다.
그간 전자랜드는 조직력 있는 플레이를 해왔다. 올 시즌에는 조직력 안에서 선수들이 자신 있어 하는 상황에서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정영삼 주장 : 시즌 준비는 나름 잘되고 있다. 다만 외국선수들이 2주 격리를 마치고 팀 훈련에 합류하다 보니 확실히 예년보다는 준비하는 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긴 한다. 그래도 두 선수가 2주 동안 격리된 것 치고는 몸 상태가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운동을 엄청 열심히 하고 있다. 팀 훈련 전에 미리 나와서 운동하기도 하고 끝난 후에도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슈팅 훈련도 하고 그러더라. 프로생활하면서 이런 외국선수들은 처음 봤다.
가드진에는 (박)찬희나 (김)낙현이가 있어서 괜찮은데 아무래도 높이에서 낮아진 게 아쉽다. 강상재의 공백이 큰데 (정)효근이가 복귀할 때까지 이대헌이나 민성주,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이 잘 버텨줘야 할 것 같다.
구단 운영 포기 발표 직후 선수단 분위기가 다운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잘 극복하고 하고 있다. 마지막이라는 발표에 느낌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 마인드로 이겨내려고 한다. 열심히 하는 후배들을 도와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루고 싶다.
주요 기자 한 줄 평
이학철 : 위기를 기회로...?
이동환 : 전자랜드는 늘 기대 이상을 보여줬다.
최용석 : 냉정하게 꼴찌 후보... 팀 매각 진행 여파 클 듯
민준구 : 전자랜드로서 마지막 시즌, 성적 걱정보다 동기부여 절실
배승열 : 떨어지는 국내 선수 무게감, 외국선수가 힘이 될까.
*전력 예상 및 한 줄 평 참여 기자 명단
박진호, 박상혁, 이동환, 이학철, 원석연, 이성민, 배승열, 이형빈(이상 루키더바스켓), 민준구(점프볼), 최용석, 정지욱(이상 스포츠동아), 류동혁(스포츠조선), 김진성(마이데일리), 맹봉주(스포티비뉴스)
사진 제공 = KBL, 전자랜드 농구단
인포그래픽 디자인 = 서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