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여신] 한여름 밤의 달콤한 ASMR 듣고 갈래? 치어리더 김하나①

2020-09-06     원석연 기자

[루키=원석연 기자] ASMR이 유행이다. 자율감각 쾌락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로 연필로 글씨 쓰는 소리, 바스락거리는 소리 등으로 청취자의 뇌에 팅글(tingle, 기분 좋은 소름)을 선사해 심리적 안정을 주는 영상을 일컫는다. 오늘 만날 7월의 여신은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안다는 유명한 ASMR 여신이라던데. 무더운 열대야, 그녀의 출구 없는 팅글에 푹 빠져 보자.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20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ASMR

그녀는 직업이 많았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단상에 서는 치어리더가 됐다가, 경기가 없는 날에는 아이들에게 춤과 치어리딩을 가르치는 학원인 주니어 랠리다이노스의 선생님이 된다.
 그리고 모두가 잠에 든 새벽이 되면, ASMR을 속삭이는 유튜버로 변신한다.

채널 이름은 <하나블리ASMR>. ASMR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채널인데, 구독자는 6월 23일을 기준으로 1만 명을 돌파했으며, 최다 조회 수를 기록한 영상은 무려 12만여 명이 보고 갔다.(치어리더님. 이렇게 하면 되는 거죠?) 그래서 요새는 치어리더로 알아보는 팬들도 많지만, 유튜버로 알아보는 팬들도 많다고.

“제가 원래 ASMR을 되게 좋아했어요. 예전부터 어플 방송으로 팬분들과 소통을 자주 했는데, 팬분들이 ‘이런 거 클립으로 모아서 유튜브에 올리면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아, 이왕 유튜브를 만들 거면 내가 좋아하는  ASMR로 해보자!’라고 생각해서 시작했어요.”

시작은 쉽지 않았다. <하나블리ASMR>은 출연, 연출, 기획, 편집, 업로드 모두 김하나로 시작해서 김하나로 끝나는 채널이기 때문.

“제가 다른 치어리더 언니들처럼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처음에는 좀 힘들었어요. 한 천 명?까지는 그래도 SNS를 보시고 알음알음 어떻게 오셨거든요. 그런데 그 이후로 더 이상 잘 안 늘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때 그 천 분으로도 되게 행복했어요. 왜냐면 그분들은 거의 제 원래 팬분들이어서 제가 바빠서 업로드가 늦거나, 영상이 마음에 좀 안 들어도 다들 그냥 오구오구 이해해주는 그런 분위기였거든요.(웃음) 그러다가...”

 

대박이 터진 건 얼마 전이었다. 4월 중순에 올린 영상 하나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의 힘으로 무려 12만 뷰를 달성한 것. 이 영상 하나로 재야의 ASMR 청취자들을 빠르게 흡수한 <하나블리ASMR>은 순식간에 5천 명, 6천 명으로 늘더니 지금은 1만 명이 구독하는 채널이 됐다.

“좋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왜냐면 예전에는 정말 취미로 하던 일이었는데, 이제는 치어리더 김하나가 아닌 ASMR 유튜버 김하나를 보려고 찾아 주신 분들이 많아지면서 업로드에 대한 압박도 좀 생기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댓글로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잤어요’ 이런 응원 메시지 보면 아무리 바빠도 힘이 막 생겨요. 너무 감사하죠.”

치어리더님. 굉장히 감동적인 얘기 중에 정말 죄송한데, 저는 유튜버들만 보면 수익이 너무 궁금합니다. 수익 좀 알려주세요. 저도 ASMR 유튜버 한번 시작해보려니까.

“아,(웃음) 수익은 없어요. 왜냐면 수익이 발생하려면 광고를 넣어야 하는데, ASMR은 주로 시청자분들이 자기 전에 보고 듣는 영상이거든요. 그런데 광고를 중간이나 끝에 넣으면 주무시다가 갑자기 소리가 커져서 놀라서 깨실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광고를 처음에만 넣고 중간이랑 끝에는 안 넣고 있어요. 아직까지 1원도 못 받았어요.”

나이팅게일도 한 수 접고 가겠네.

 

춤신춤왕

“어려서부터 춤추는 걸 너무 좋아했어요. 제가 되게 낯을 가리고 조용한 성격이었는데, 춤을 추려고 무대에 서면 그런 게 없어지니까... 중학교 때 부모님께 앞으로 춤을 좀 추고 싶다고 했을 때 많이 놀랐다고 하시더라고요.” 

김하나 치어리더는 그렇게 중학교 때 이미 자신의 진로를 어렴풋이 정했다. 장기자랑이나 축제 때 무대에 서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단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1학년이 된 17살이 되던 해, 더 큰 무대에 서고 싶어 치어리더 회사에 제 발로 찾아갔다.

“어린 나이긴 했는데, 그때 한창 회사에서 고등학생 치어리더를 많이 모집했거든요. 또래 친구들이 꽤 있어서 적응이 힘들진 않았어요. 그때 데뷔한 팀이 부천 KEB하나은행(현 하나원큐)이었어요.”

치어리더뿐만 아니라 그녀는 춤을 출 수 있는 무대면 어디든 섰다. 백댄서로도 활동했는데, ‘나인뮤지스’나 ‘제국의 아이들’과 음악방송에 함께 출연하기도 하고, 장윤정과 행사도 함께 다녔다. 그렇게 춤과 무대가 좋았던 그녀에게 어느 날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어린 나이에 치어리더로 활동하는 그녀를 보고 연예기획사에서 미팅을 제안한 것. 김하나 치어리더가 스무 살이 되던 해였다.

“미팅을 하고, 좋게 봐주셔서 정말 아이돌로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잘 안 됐지만, 좋은 추억이었죠.(웃음) 재밌는 게 이때 아이돌 연습하던 버릇이 지금도 남아서 경기 때 제가 카메라를 되게 잘 찾아요. 카메라만 보면 귀신같이 윙크하고. 하하. 그래서 팬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랜선으로 어느새 눈을 마주치고 그러다 보니까.”

 

그렇게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서울 SK 나이츠에서 치어리더를 겸업하던 때였다. 당시 SK에서 활동하던 윤요안나 치어리더와 나혜인 치어리더를 만난 것은 지금의 김하나를 있게 한 운명 같은 만남이었다고.

“SK에서 욘나(윤요안나) 언니, 혜인 언니를 만났는데, 언니들이 너무 감사하게도 저를 예뻐해 주셨어요. 그때 언니들이 한창 팀을 만들던 때였는데, 저를 꼬셨어요.(웃음) 같이 해보자고. 저도 ‘아, 이 언니들이면 믿을 만하다’ 싶어 다 정리하고 언니들 팀에 들어갔고, 그때부터 이제 본격적으로 진짜 치어리더가 된 거죠.”

김하나 치어리더가 말하는 팀이란 장세정 대표가 이끄는 ‘라이트업’이라는 치어리더 팀이다. 윤요안나 치어리더, 이주희 치어리더 등 이미 이 <월간여신> 코너를 스쳐간 여신들이 즐비한 명문. 지금은 야구단 창원 NC 다이노스를 담당하고 있어 팀 전체가 창원에 숙소를 잡고 생활하고 있다. 단체 활동이 많은 치어리더지만, 이렇게 숙소 생활을 하는 팀은 보기 드물다.

“재밌어요. 제가 막내인데, 언니들이 너무 잘 챙겨줘서.(웃음) 저 오늘도 이거 촬영 때문에 어제 언니들 앞에서 패션쇼하고 왔거든요. 언니들한테 다 허락받고 온 의상이에요. (누가 많이 신경 써줬어요?) 세정 언니랑 혜인 언니요! (이럴 때 이름 안 들어가면 언니들 섭섭해 하는 거 알죠?) 어... 주희 언니랑 욘나 언니랑 별님 언니랑...”

②편에서 계속...

사진 = 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