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서부 8위 댈러스가 선전하는 이유는?

2014-05-04     이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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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서부 8위 댈러스가 선전하는 이유는?
 
[루키] 이승기 기자 = 댈러스 매버릭스는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서부 컨퍼런스 8번 시드 댈러스가 2013-14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선전하고 있다. 3일(한국시간) 열린 6차전에서 승리하며 리그 전체 승률 1위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7차전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
 
 

플레이오프 개막 전 ESPN의 예상을 보자. 이 시리즈가 7차전까지 가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6차전을 예상한 전문가도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스퍼스의 4연승에는 세 표가 나왔지만 댈러스가 이긴다고 내다본 이는 없었다. 그만큼 샌안토니오의 압승이 예상된 시리즈였다. 이는 최근 정규리그 10차례의 맞대결에서 스퍼스가 모두 승리했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샌안토니오는 1차전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댈러스는 2, 3차전을 연거푸 따내며 2승 1패로 앞서 홈 코트 어드밴티지를 빼앗기도 했다. 현재 양 팀은 3승 3패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제 7차전 단 한 경기를 통해 두 팀의 이번 시즌 운명이 갈리게 됐다.
 
그렇다면 8번 시드 매버릭스가 1번 시드 스퍼스를 상대로 이토록 잘 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지난 10년이 넘게 싸워 온 텍사스 라이벌이기 때문일까? 이보다는 조금 더 합리적인 몇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스위치 디펜스
 
샌안토니오가 자랑하는 모션 오펜스는 강력한 스크린에서 시작한다. 평소 스퍼스의 사령탑 그렉 포포비치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던 댈러스의 릭 칼라일 감독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스퍼스의 픽-앤-롤을 무력화하기 위해 칼라일이 들고 나온 전술은 스위치 디펜스였다.
 
댈러스는 샌안토니오가 픽-앤-롤만 시도하면 대부분 스위치로 대응했다. 미스매치로 인해 불리함을 겪을지언정, 노마크 찬스는 주지 않겠다는 심산이었다. 칼라일 감독의 판단은 적중했다. 스위치를 통해 일차적으로 돌파와 컷-인 등 스퍼스의 페인트존 침투를 막는 효과를 얻었다. 실제로 샌안토니오의 벤치 에이스 마누 지노빌리는 "댈러스의 스위치 수비 때문에 우리는 자꾸 (익숙하지 않은)1대1 공격을 시도하게 된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자료 제공 = 루키 이민재 기자)

상수 몬테 엘리스
 
이번 시리즈 최고의 선수를 꼽으라면 누구를 꼽겠는가. 팀 던컨? 덕 노비츠키?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선수는 바로 몬테 엘리스다. 엘리스는 이번 시리즈 평균 21.8점, 3.0어시스트, 1.5스틸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진했던 1차전을 제외하면 다섯 경기 연속 20점을 넘길 정도로 꾸준함도 갖췄다.
 
엘리스는 스퍼스에게 있어서 골칫거리다. 대니 그린, 카와이 레너드가 막기에는 빠르고, 토니 파커가 수비하기에는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전광석화와 같은 스피드를 앞세운 속공, 돌파 등으로 댈러스를 이끌고 있다. 뿐만 아니라 4쿼터가 되면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는 중이다.
 


변수 드완 블레어
 
드완 블레어의 활약을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블레어는 이번 시리즈 최대의 변수로 떠올랐다. 팀 던컨을 페인트존 밖으로 밀어내는 강인한 힘, 장신 숲에서 리바운드를 따내는 탁월한 위치선정 능력이 돋보인다. 특유의 허슬 플레이와 투쟁심 역시 동료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블레어는 4차전에서 12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러나 4쿼터 막판 루즈볼 다툼 과정에서 티아고 스플리터의 머리를 발로 차며 퇴장 당했다. 댈러스는 블레어 퇴장 이후 거짓말처럼 무너졌다. 또, 1경기 출정정지 징계로 블레어가 결장했던 5차전 역시 패했다. 6차전에서 복귀한 블레어는 10점, 14리바운드를 올리며 탈락 위기에 처한 댈러스를 구해냈다.
 
지난 시즌까지 샌안토니오에서 뛰었던 블레어. 하지만 당시 포포비치 감독의 눈밖에 나며 점점 출전시간이 줄어들었고, 결국 이적하고 말았다. 그래서일까. 블레어는 코트에 들어서기만 하면 독기를 품고 뛰는 중이다. 스퍼스를 향한 앙심(?)인지도 모르겠다.
 


 
수비수 데빈 해리스
 
데빈 해리스는 2000년대 중반 "토니 파커 킬러"라고 불렸다. 뛰어난 체격조건과 훌륭한 운동능력으로 파커를 막는데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별명의 유효기간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만료되지 않은 것 같다. 해리스는 여전히 파커를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다.
 
물론, 파커는 이번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린 탓에 100% 컨디션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해리스의 수비력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파커를 긴장시켜 샌안토니오의 공격 전체를 삐걱이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비력이 떨어지는 엘리스와 호세 칼데론의 몫까지 책임지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스퍼스에 지노빌리가 있다면 매버릭스의 벤치는 빈스 카터가 이끈다. 카터는 공수 양쪽에서 안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시리즈 평균 기록은 13.0점, 3.5리바운드, 2.2어시스트, 3점슛 2.2개. 야투 성공률은 48.2%, 3점슛 성공률은 무려 52.0%에 육박한다.
 
특히 전성기를 연상케 하는 폭발적인 외곽슛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3차전에서는 종료와 동시에 버저비터 위닝 3점슛을 작렬시키기도 했다. 5차전에서는 9개의 3점슛 중 7개를 적중시켰다. 댈러스의 벤치 생산력이 샌안토니오에게 밀리지 않는 데에는 카터의 공이 크다. 전성기는 지났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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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점휴업한 사기꾼
 
그렇다면 아쉬운 점은 없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시리즈 댈러스의 약점은 덕 노비츠키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노비츠키는 팀 내 최고의 선수지만 이번 시리즈 내내 부진하다. 평균 18.7점, 7.8리바운드를 기록 중이지만 야투 성공률은 43.8%, 심지어 3점슛 성공률은 10.0%에 불과하다. 9할에 육박했던 과거와는 달리 자유투 성공률 또한 79.2%로 불안하기 짝이 없다.
 
5, 6차전에서는 스플리터의 수비를 뚫고 제법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수비다. 노비츠키는 시리즈 내내 스퍼스의 2대2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4차전 막판 승부처에서 샌안토니오는 토니 파커와 보리스 디아우의 픽-앤-팝을 시도했다. 노비츠키는 발이 따라주지 않았고, 디아우는 깨끗한 3점슛을 성공시켰다. 그리고 이 슛은 사실상의 쐐기포가 됐다.
 

 

한편, 매버릭스가 7차전에서 승리한다면 1번 시드 팀을 잡아낸 역대 여섯 번째 팀으로 등극한다. 또,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 2라운드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포틀랜드는 댈러스와 비슷한 농구를 구사해 좋은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7차전에서 패한다면 그대로 짐을 싸야 한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지금까지 멋진 경기를 선사한 댈러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진 제공 = Gettyimages/멀티비츠 / 리그 패스 캡처
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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