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시티가 스퍼스의 천적이 된 이유는?

2014-04-04     이승기
[루키] 이승기 기자 = "젊음과 경험의 공존?"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19연승 행진을 무너뜨렸다. 오클라호마시티는 4일(이하 한국시간) 체서피크 아레나에서 열린 2013-14시즌 NBA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샌안토니오를 106-94로 무찔렀다.
 
19연승을 질주하던 샌안토니오는 이날 패배로 20연승 도전이 좌절됐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최근 3연승을 포함, 10경기에서 8승을 거두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 갔다.
 
놀라운 것은 두 팀의 상대 전적. 썬더는 이번 시즌 스퍼스와의 네 차례의 맞대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진정한 천적으로 떠올랐다. 물론, 플레이오프에서는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지만 네 번을 모두 잡아냈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오클라호마시티는 어떻게 샌안토니오의 천적이 되었을까. 우선 지난 3년간 치열하게 순위 싸움을 펼치면서 서로를 완전히 파악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실제로 썬더와 스퍼스는 지난 2011-12시즌부터 서부 컨퍼런스 수위를 두고 다퉈 왔다.
 
오클라호마시티의 단장, 샘 프레스티는 대단히 유능한 인재다. 그는 애초에 샌안토니오를 모티브 삼아 팀을 운영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누구보다 스퍼스의 경기 방식이나 구단 운영 요령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지난 2011-12시즌 플레이오프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 또한 큰 도움이 됐다. 당시 샌안토니오는 정규리그 막판 10연승에 플레이오프 10연승까지 더해 도합 20연승을 내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첫 두 경기를 내준 썬더가 3차전부터 내리 네 경기를 따내며 뒤집기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오클라호마시티의 스캇 브룩스 감독의 성장이 돋보였다. 1, 2차전에서 샌안토니오의 픽-앤-롤에 호되게 당한 브룩스는 타보 세폴로샤를 앞세워 볼 핸들러에 대한 대처를 철저히 했다. 그 결과 토니 파커와 팀 던컨으로부터 파생되는 스퍼스의 픽-앤-롤 공격을 무력화하며 시리즈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그때의 썬더는 노련미라고는 하나도 없이 오직 젊음과 패기로 밀어붙이는 팀이었다. 그런데 관록의 샌안토니오를 꺾으며 팀내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이는 향후 스퍼스와의 대결에서 중요한 강점으로 자리매김 했다.
 
2012-13시즌 양팀의 맞대결 성적은 2승 2패로, 각자의 홈에서 승리를 챙겼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러셀 웨스트브룩이 부상으로 결장한 오클라호마시티가 먼저 탈락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2013-14시즌 정규리그 상대전적은 썬더의 4전 전승, 그야말로 완승이었다. 이번 시즌 샌안토니오가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 승률(77.6%)를 기록 중임을 감안한다면 더욱 대단한 결과다.
 
샌안토니오는 리그에서 베테랑들이 가장 많은 팀이다. 그래서 경험과 노련미, 로테이션에 의한 체력 관리 등으로 정규리그를 꾸려 간다. 반면 오클라호마시티는 젊음에서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가 강점이다.
 
그런데 오클라호마시티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경험이다. 최근 4~5년 간 서부 컨퍼런스의 강호로 군림하면서 젊은 선수들이 수많은 경험을 갖게 됐다. 특유의 활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노련미를 보탠 것이다.
 
따라서 최근 오클라호마시티의 경기를 보면, 자멸하는 경기가 거의 없다. 4쿼터에 지고 있어도 언제나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가 기어코 역전시킨다. 이러한 점은 이날 스퍼스와의 경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샌안토니오는 1쿼터 중반, 야투가 호조를 보이며 11점차로 앞섰다. 반면, 썬더의 슛 감각은 전반 내내 형편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 점수차는 3점으로, 크지 않았다. 오클라호마시티의 속공 능력 덕분이었다.
 
샌안토니오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젊은 선수들의 움직임에 당황하며 적지 않은 실책을 범했다. 썬더는 그때마다 빠른 공격을 성공시키며 점수를 좁혔다. 이러한 흐름은 3쿼터까지 이어졌고, 결국 썬더가 경기를 뒤집어 버렸다.
 
이날 샌안토니오는 18개의 실책을 범했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속공 득점에서 30-13으로 샌안토니오를 압도했다. 젊고, 빠르고, 높고, 날랜 자신들의 강점을 십분 발휘한 결과였다.
 
또, 선수 개개인의 성장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카와이 레너드는 리그에서 케빈 듀란트를 가장 잘 수비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듀란트의 볼 핸들링 능력이 일취월장하면서 어느 정도 극복해낼 수 있게 됐다.
 
썬더의 다이내믹 가드 듀오, 웨스트브룩과 레지 잭슨 또한 샌안토니오에게는 골칫거리다. 리그에서 가장 운동량이 많은 포인트가드와, 비슷한 유형의 공격형 가드는 언제나 스퍼스의 수비진을 헤집고 다닌다.
 
웨스트브룩은 듀란트의 득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다. 이번 시즌 스퍼스와의 두 번째 맞대결에서 듀란트가 17점으로 부진하자, 홀로 31점, 8어시스트를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역시 27점, 6어시스트로 활약하며 스퍼스 상대 시즌 네 번째 승리를 견인했다.
 
잭슨의 활약 또한 대단하다. 스퍼스와의 시즌 첫 두 경기에서 각각 23, 21점을 넣은데 이어, 웨스트브룩이 결장했던 스퍼스와의 세 번째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해 27점, 8어시스트를 쓸어 담았다. 네 번째 경기 역시 14점을 보탰다. 잭슨은 이번 시즌 스퍼스와의 네 차례 맞대결에서 평균 21.3점, 야투 성공률 67.9%, 3점슛 성공률 72.7%로 펄펄 날았다.
 
오클라호마시티는 이처럼 다양한 강점을 가졌다. 젊음과 패기, 열정, 어린 선수들의 성장,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까지 갖췄다. 반면, 샌안토니오는 노련하지만 활력이 부족하다. 썬더는 스퍼스의 노련함에 대처할 수 있지만, 샌안토니오는 오클라호마시티의 에너지를 감당할 길이 없다. 바로 이것이 두 팀의 차이다.
 
 
사진 제공 = 나이키inc
 
이승기 기자(holmes1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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