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과천선" 자크 랜돌프
2011-04-01 염용근
멤피스가 서부 컨퍼런스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이유는 무엇일까? 착실한 리빌딩, 적재적소의 선수 영입 등 많은 요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지난 시즌에 영입했던 자크 랜돌프의 대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랜돌프는 70경기에 출전한 현재, 평균 20득점 12.4리바운드 야투 성공률 50%를 기록하고 있으며, 승부처에서 굉장히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번 시즌 평균 20-10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4명에 불과하다. 또한 지난 4시즌 연속으로 20-10에 성공한 선수는 랜돌프가 유일하다. 안정적인 골밑 활약을 약속하는 보증 수표인 셈이다.
하지만 그의 영입 당시만 하더라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던게 사실이다. 썩 좋지 못했던 과거 행실 탓이다. 포틀랜드에서 데뷔한 랜돌프는 젊은 시절 동료들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플레이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코트 밖에서도 팀 미팅에 불참하고 연습에 불성실하게 참여하는 등 소위 말하는 '무개념 결정판' 이었다.
쫓겨나다시피 뉴욕으로 트레이드 되었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별반 다를게 없었다. 게다가 당시의 뉴욕은 '팀 플레이'라는 개념이 전혀 없던 시절이었다. 랜돌프는 더욱 자신의 기록만 신경쓰며, 동료들과의 호흡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3번째 팀인 클리퍼스 시절부터 랜돌프는 점점 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좋은 플레이를 선보인 동료를 칭찬하고, 슛 시도를 하기 힘들때는 패스를 하기 시작했다. 과거만 하더라도 일단 페인트존 안에서 공을 잡으면 오로지 링만 바라보던 랜돌프였다.
그리고 지난 시즌, 마크 가솔, 대럴 아써를 이끌어줄 베테랑 빅맨이 필요했던 멤피스 구단은 랜돌프를 영입하는 모험을 건다. 사실 클리퍼스 시절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이미 보여줬던 그였기에, 팬들을 몰라도 멤피스 구단 입장에서는 도박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들의 선택은 긍정적인 효과를 맛봤다. 랜돌프는 어린 동료들을 이끄는 베테랑 선수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상대 파울 등으로 동료가 코트에 쓰러질 경우, 가장 먼저 달려가서 일으켜주는 선수도 랜돌프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이번 시즌이 거듭될수록 랜돌프가 피딩에 눈 뜨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그는 심심찮게 4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그것도 자신이 막혀서 어쩔 수 없이 하는 패스가 아닌, 컨트롤 타워처럼 동료들의 움직임을 살핀 후 찔러주는 어시스트가 대부분이다. 득점을 올려줄 선수가 많은 멤피스 입장에서 랜돌프의 변화는 즐겁기까지 하다.
랜돌프는 이번 시즌이 계약 마지막 해이다. 지금과 같은 활약을 계속 보여줄 수만 있다면 멤피스와 장기 재계약은 따논 당상이다. 그가 플레이오프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며 장기 계약이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