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길로 나아가는 랩터스

2013-07-18     염용근
새로운 단장 영입과 본격적인 리빌딩의 시작
[루키 염용근 기자] 토론토 랩터스가 리빌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롭게 임명된 마사이 우지리 단장의 지휘 아래 팀 체질 개선 작업이 한창이다.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 구조였던 팀은 불과 2달 사이에 군살을 쫙 뺐다. 토론토의 오프 시즌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실패의 역사
 
지난 몇 시즌은 토론토 랩터스 입장에서 실패한 역사였다. 2007-08시즌을 마지막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성적은 갈수록 떨어졌다. 간판 스타였던 크리스 보쉬가 마이애미 히트로 떠난 이후에는 팬들에게 어필할 만한 스타 플레이어조차 없었다. 이는 장기간동안 팀을 맡았던 브라이언 콜란젤로 단장의 명백한 실책이다.
 
실패의 역사는 2008년 오프 시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보쉬의 인사이드 파트너 문제로 골치가 아팠던 콜란젤로 단장은 인디애나 페이서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저메인 오닐을 영입한다. 문제는 오닐이 부상으로 인해 급격한 노쇠화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닐의 대가로 넘겨준 선수는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7순위로 지명한 센터 로이 히버트였다.
 
토론토에서의 오닐은 과거의 엘리트 빅맨이 아니었다. 반대로 히버트는 인디애나에서 올스타 센터로 성장하게 된다. 빅맨을 보강하려는 팀이 젊고 유망한 센터를 써보지도 않고, 인저리프런 고액 연봉자를 영입한 셈이다. 결국 오닐은 불과 반 시즌만에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게 된다.
 
샘 미첼 감독을 해임한 후 새롭게 영입한 제이 트리아노 감독도 큰 문제였다. 토론토는 형편없는 수비 전술로 일관한 트리아노 감독하에서 동부 컨퍼러스 최약체로 전락한다. 트리아노 해임 후 지휘봉을 잡은 드웨인 케이시 감독 역시 승부처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안드레아 바그냐니를 팀의 미래 간판 선수로 선정한 것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재계약을 맺었던 시점인 2009년 당시만 하더라도 괜찮은 성적을 기록했지만 오직 공격에서만 유용한 반쪽짜리 선수였다. 바그냐니의 형편없는 수비 실력은 번번히 팀의 발목을 잡았다.
 
이밖에도 션 메리언, 히도 터클루와의 장기계약 등 실패한 구단 운영 사례를 나열하자면 지면이 부족할 정도다. 그리고 과거의 실패는 다가오는2012년 오프 시즌의 악몽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깊은 수렁에 빠진 2012년
 
콜란젤로의 계약 기간은 2012-13시즌까지였다. 단장직 재계약을 위해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했다. 그에게 주어진 미션은 미래를 보장하는 확실한 리빌딩 또는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다. 콜란젤로는 리빌딩보다는 플레에오프 진출 을 목표로 잡았고, 이는 참담한 실패로 마무리된다.
 
시작은 드래프트에서 터렌스 로스를 지명한 것이다. 로스는 좋은 선수였지만 팀에는 이미 장기계약에 성공한 동 포지션 선배인 더마 데로잔이 버티고 있었다. 중복 자원이 된 로스는 데뷔 시즌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지 못했다.
 
휴스턴 로켓츠로부터 카일 라우리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도 실패로 연결되었다. 라우리는 부상으로 인해 큰 활약을 하지 못했으며 대가로 넘어간 2013년 드래프트 픽은 휴스턴에게 제임스 하든을,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게는 스티븐 아담스(2013년 드래프트 전체 12순위)를 선물하게 된다.
 
뉴욕 닉스로부터 제한적 자유계약 선수 자격을 획득한 랜드리 필즈를 영입한 것은 희대의 코메디였다. 당시 FA 시장에 나온 캐나다 출신 스타 스티브 내쉬를 영입하고 싶었던 콜란젤로 단장은 그가 뉴욕과 계약할 것이라는 정보를 접한다.
 
토론토는 자금 동원이 제한된 뉴욕의 약점을 찌르기 위해 필즈에게 3년 2,000만 달러 계약을 제시하고, 뉴욕이 매치하기를 기다렸다. 뉴욕이 토론토가 제시한 조건으로 필즈와 계약할 경우 내쉬를 잡을 여력이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뉴욕은 필즈의 가치를 한참 상회하는 토론토의 계약 조건에 대한 매치를 포기해버렸다. 뉴욕의 약점을 노렸던 토론토는 속된 말로 '역관광'을 당한 셈이다. 필즈는 토론토 소속으로 치른 첫 시즌에 부상과 중복 자원 등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서 저조한 활약에 그쳤다.
 
더 웃긴 사실은 내쉬는 L.A. 레이커스로 이적했다는 점이다. 뉴욕은 내쉬 대신 제이슨 키드를 영입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시즌 중에는 멤피스 그리즐리스로부터 루디 게이를 영입한다. 이미 콜란젤로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상태였다. 게이는 좋은 선수지만 연봉이 너무 높았다. 결국 토론토는 우승에 도전하는 팀들과 다름없는 선수단 연봉 구조를 가지고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고비용 저효율 집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새로운 단장 영입과 본격적인 리빌딩의 시작
 
콜란젤로 단장은 시즌 종료 후 재계약에 실패했다. 구단 사장직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명백한 이선 후퇴였다.
 
새롭게 단장직을 맡은 인물을 과거 토론토에서 프런트 생활을 시작했던 우지리였다. 2012-13시즌 '올해의 단장'을 수상한 우지리가 덴버 너겟츠와의 계약이 종료된 틈을 타 재빨리 토론토로 데려왔다.
 
계약 조건은 기간 5년, 총액 1,500만 달러로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그의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반증한 것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암울한 토론토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유능한 단장을 모셔와야 하는 현실이었다.
 
우지리는 단장이 되자마자 의욕적으로 일 처리를 시작했다. 우선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바그냐니 처분에 성공했다. 뉴욕과의 트레이트를 통해 다수의 미래 드래프트 지명권과 마커스 캠비, 스티브 노박 등을 받아 왔다. 이중 장기계약자였던 캠비와는 바이 아웃 협상에 성공하면서 필요없는 자원을 정리하는 수완까지 발휘한다.
 
타일러 핸스브로와 D.J. 어거스틴 등 쏠쏠한 FA 선수들 역시 저렴한 연봉과 짦은 계약 기간으로 영입했다. 게이와 아미르 존슨, 필즈 등의 계약이 종료되는 2014-15시즌 이후 승부를 띄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 선수들을 처리하면서 미래의 드래프트 지명권을 모으는 것은 리빌딩의 기본이나 다름없다. 이제서야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 셈이다.
 
토론토는 실패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리고 빠르게 팀을 재정비하고 있다. 차기 시즌보다는 2~3년 후가 더욱 기대되는 공룡들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자.
 
사진 제공 = NBA 미디어 센트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