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월호] 애증의 2012-13시즌 KBL 돌아보기
2013-05-07 오언석
이처럼 뜨거운(?) 시즌이 있었나?
애증의 2012-13시즌 KBL 돌아보기
지난해 10월 13일 개막한 2012-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어느새 막을 내렸다. 봄의 축제라 불리는 플레이오프 일정이 아직 남아 있지만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쏟아낸 이번 시즌을 13장의 사진으로 되돌아보자.
글ㆍ이재범 사진ㆍKBL 제공
취재진보다 관계자들이 훨씬 더 많이 참석했던 미디어데이를 기점으로 2012-13 KBL 시즌의 출발을 알렸다. 감독 및 선수들과 언론 사이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였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진행 방식에 있어 문제점을 다소 노출했는데 많은 선수들이 10초를 위해 60분을 기다리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프로농구 개막전이 주말 양일 간 10개 구단 홈 경기장에서 일제히 열렸다. 그간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공식 개막전이 따로 열리던 방식에서 탈피하면서 제법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도 재미있었다. 특히, 리카르도 포웰(전자랜드)이 극적인 버저비터를 성공하며 서울 SK의 개막전 잔치에 물을 끼얹었다. 결과론이지만 포웰의 버저비터가 아니었다면 SK는 시즌 최다인 45승을 기록했을 것이다.
비록 홈 개막전에서 버저비터로 패했지만 SK는 다음 날 열린 원주 동부와의 경기서 극적인 1점차 짜릿한 승리를 따내며 기사회생했다. 이를 기점으로 SK 선수들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동부 전 결승 득점의 주인공은 신인 최부경. 최부경은 공격보다 리바운드, 수비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스타군단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도 꼽히고 있다.
고양 오리온스는 시즌 개막 전 최소 4강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테렌스 레더의 부상을 시작으로 김동욱, 최진수마저 병원 신세를 지는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리온스가 6시즌 만에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던 건 전태풍과 리온 윌리엄스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두 선수가 펼치는 픽-앤-롤 플레이는 이번 시즌 최고 히트 상품 중 하나.
시즌 개막 전, 서울 삼성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내다보는 이는 거의 없었다. 김동광 감독과 이상민 코치 영입으로 선수단보다 오히려 벤치가 더 두꺼워졌다는 이야기만 몇 차례 오갈 뿐이었다. 더구나 재활에 전념했다던 김승현이 얼마 못 가 다시 한 번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팀 분위기는 더 나빠졌다.
하지만 저력이 있었다. 삼성은 부산 KT에서 영입한 대리언 타운스로 대박을 쳤다. 타운스가 든든하게 골밑을 지키자 파트너 이동준도 살아났다. 비록 역대 최저승률 플레이오프 진출 팀으로 남게 됐지만 2시즌 만에 PO에 복귀하며 명가의 자존심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시즌의 큰 변화 중 하나는 두 학번 신인(1월 드래프트 및 10월 드래프트 지명자)이 한꺼번에 데뷔했다는 점이다. 10월 드래프티들은 대학농구리그를 치르느라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다. 이 탓에 시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자연스레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10월 드래프티 중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는 박경상(KCC)이다. 박경상은 신인 가운데 유일하게 두 지리 득점(10.1점)을 기록했다. 박경상이 없었다면 KCC의 두 자리 승리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창원 LG는 전주 KCC와 함께 KBL 샐러리캡 규정(70%를 넘어야 함)을 위반한 두 팀 중 하나였다. KCC는 그나마 국내선수 영입으로 70%를 넘겼으나 LG는 시즌 내내 요지부동이었다. 오히려 로드 벤슨마저 트레이드하며 고의로 6강 플레이오프에 탈락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LG 김진 감독은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도 “라운드당 3승이 목표”라는 이율배반적인 언행을 보였다. 승부조작 의혹 기사가 처음 나왔을 때 팬들이 K감독으로 김 감독을 떠올린 데에는 다 나름 이유가 있었다.
프로-아마 최강전은 이번 시즌 새로운 볼거리 중 하나였다. 다만, 대학팀의 경우 프로에 맞설 수 있는 준비가 부족했다. 이에 반해 일부 프로팀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아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판정 논란을 비롯해 대회 개최 장소인 고양체육관 관중석은 KBL의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회 내내 썰렁했다. 이런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상무가 프로팀들을 차례로 꺾고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프로-아마 최강전의 성과 중 하나는 몇몇 대학 선수들의 활약이다. 올스타전 첫 날, 대학 올스타와 이번 시즌 신인들의 맞대결로 그 분위기를 이어갔다면 어땠을까?
2년 연속 레전드 올스타전 개최로 다소 김이 빠진 2013 올스타전에서 후안 파틸로가 활기를 불어넣었다. 여러 차례 화끈한 슬램덩크를 터뜨리며 올스타전에선 점프력이 최고의 무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파틸로는 MVP와 덩크왕을 동시에 차지하며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2월 1일, 강병현(KCC), 정영삼(전자랜드), 기승호(LG), 차재영(삼성), 김명훈(동부)까지 5명의 선수들이 상무 제대 후 각자의 소속팀에 복귀했다. 이들 대부분이 황금세대 드래프티 출신으로 기승호, 강병현, 정영삼은 팀의 새로운 에너자이저로 활약했다. 예비역 맞대결에서도 서로가 불꽃 튀는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무 말년에 부상으로 고전했던 정영삼이 가장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다. 이에 반해 복귀하자마자 맹활약을 펼쳤던 강병현과 기승호는 시즌 막판 과부하로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으며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원주 동부는 지난해 5월, SK와의 제비뽑기 끝에 이승준을 영입하며 우승후보 위치를 유지했다. 하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더니 강동희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되는 악재까지 터지고 말았다. 결국, 동부는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프로농구 출범 후 가장 큰 위기를 맞은 KBL. 이 난국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길 바랄 뿐이다.
지난 시즌 동부가 44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했을 때 ‘이 기록을 깰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불과 단 한 시즌 만에 SK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SK는 홈 23연승, 시즌 최다인 홈 25승, 1997-98시즌 이후 최초의 홈 9할 승률(92.6%), 한 시즌 최초 두 차례 두 자리 연승(11승, 10승) 등 다양한 기록을 쏟아내며 정규리그 우승을 자축했다.
‘살아있는 전설’, 서장훈이 코트를 떠났다. 서장훈은 시즌 마지막이자 자신의 은퇴경기(vs KCC)에서 직접 승부에 쐐기를 박는 득점을 올리는 등 33득점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3월 21일 기자회견에서 서장훈은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마지막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