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4월호] 코트를 뜨겁게 달구는 벤치 에이스 5人
2013-05-03 오언석
2012-13 NBA 시즌이 종반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우승을 노리는 팀들은 저마다 플레이오프 모드에 돌입했다. 큰 경기일수록 ‘미치는 선수’의 활약 여부가 중요한 법. 플레이오프에서 확실히 미칠 준비가 되어있는 5명의 식스맨들을 만나보자(모든 기록은 2013년 3월 14일 기준).
글ㆍ오형국 사진ㆍNBA 미디어 센트럴
저말 크로포드, JR 스미스, 마누 지노빌리, 케빈 마틴, 레이 알렌. 2013년 3월 14일 현재, 이 다섯 명의 선수들이 속해 있는 팀들은 각각 지구 1위를 달리고 있다. 과연 어떤 선수가 식스맨 상과 우승 반지라는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득점은 나의 힘 | 저말 크로포드
올 시즌 저말 크로포드의 득점력은 ‘미쳤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것이다. 3월 현재, 크로포드는 평균 29.4분을 뛰면서 16.9점을 기록 중이다. 36분으로 환산하면 평균 20.6점. 공교롭게도 시즌 평균 20.6점을 기록했던 뉴욕 닉스(2007-08시즌, 36분 기록 18.6점) 시절보다 더 효율적이며 식스맨 상을 받았던 2009-10시즌(평균 18.0점, 36분 기록 20.9점)과는 대동소이한 기록이다.
블레이크 그리핀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는 크로포드는 25차례나 20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덕분에 LA 클리퍼스는 서부 지구 3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기복 심한 플레이로 원성을 듣기도 하지만 폭발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클리퍼스에 1승을 선물하고 있는 크로포드. 생애 두 번째 식스맨 상을 노리는 그는 첫 챔피언 반지 획득도 고대하고 있다.
생애 최고의 해 | JR 스미스
서부에 크로포드가 있다면 동부 컨퍼런스에는 JR 스미스가 있다. 중국 가서 무얼 잘못 먹고 왔는지(?) 올 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평균 16.5점, 5.0리바운드, 2.9어시스트, 1.3스틸). 소속팀 뉴욕 닉스 역시 동부 지구 3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스미스는 팀 내 에이스 카멜로 앤쏘니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10경기 평균 22.1점을 기록하며 그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카멜로가 파워포워드로 출전함에 따라 3번 포지션에서도 활약하고 있는데 개인 통산 최다인 평균 5.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궂은 일에도 힘을 쏟았다.
연봉 대비 최고의 효율을 보이고 있는 스미스. 크로포드와 함께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구관이 명관 | 마누 지노빌리
지난 10년간 ‘식스맨 같지 않은 식스맨’ 자리를 지켜온 마누 지노빌리는 지난 시즌에 입은 부상 여파 때문인지 데뷔 이후 가장 저조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항상 기록 이상을 보여주는 선수이기에 수치 하락은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될 듯하지만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지노빌리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여전하다. 화려한 유로 스텝을 밟고 현란한 피벗 동작을 내보이며 신기에 가까운 서커스 슛을 림에 꽂는다. 클러치 타임에서 나오는 위력도 변함없다. 평균 득점은 12.4점으로 낮아졌지만 36분 환산기록(19.2점)은 전성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커리어 36분 환산 평균 19.5점).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을 플레이오프를 위한 페이스 조절로 이해해도 괜찮을까? 적지 않은 나이(37세)인 많은 만큼 부상만 조심한다면 스퍼스에게 네 번의 우승 트로피를 안겼던 그 당시의 위력을 금세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큰 경기에서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노는 물이 다르다 | 케빈 마틴
지난 시즌까지 케빈 마틴은 한 팀의 에이스였다. 새크라멘토 킹스, 휴스턴 로케츠 시절 모두 마틴 위주로 공격이 돌아갔다.
이제는 보직이 바뀌었다. 오클라호마시티 썬더로 이적한 올 시즌, 마틴은 벤치에서 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역할에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다. 평균 득점은 줄었지만 슈팅 효율성은 오히려 더 좋아졌다. 야투 성공률 44.5%는 지난 5년 간 최고 수치. 42.6%의 3점슛 성공률, 성공 개수(2.2개)는 생애 최고 기록이다.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약한 마틴에게 벤치 에이스 역할은 마치 맞춤 정장처럼 딱 들어맞는다. 다만 플레이오프 경험이 적은 마틴이 파이널 같은 큰 무대에서 흔들림 없는 활약을 펼칠지는 미지수다. 예전의 자유투 생산 능력도 다소 감퇴한 감이 없지 않다.
어찌 됐든 마틴이 케빈 듀란트, 러셀 웨스트브룩의 부담을 줄이면 줄일수록 썬더의 봄 농구 시즌은 길어질 수 있을 듯 보인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 레이 알렌
데뷔 16년 만에 처음으로 벤치에서 시즌을 시작한 레이 알렌. 하지만 장기인 3점슛만큼은 흐르는 세월이 무색할 만큼 한결같다. 평균 1.7개의 3점슛을 넣고 있는 알렌은 올 시즌 현재 10.9점을 기록 중이다. 양 부문 모두 개인 통산 최저 수치.
하지만 그에게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알렌의 관심사는 개인 통산 두 번째 반지를 획득하는 것뿐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수비력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전망. 큰 경기일수록 날카롭게 터지는 3점슛이 알렌의 약점을 덮고도 남을 테니 말이다.
지난 시즌 파이널 5차전에서 터뜨린 마이크 밀러의 3점 7방을 기억하는가? 올 시즌 히트의 외곽 공격에 또 하나의 3점슛 로케트가 장착되었다. 조종사는 알렌이다. 두 번째 챔피언 반지를 끼울 준비를 끝낸 알렌이 서서히 몸을 풀고 있다.
#득점력
저말 크로포드 | JR 스미스 | 케빈 마틴 | 마누 지노빌리 | 레이 알렌 | |
평균 득점 | 16.9 점 | 16.5 점 | 14.2 점 | 12.4 점 | 10.9 점 |
36분 환산 | 20.6 점 | 17.8 점 | 18.2 점 | 19.2 점 | 15.2 점 |
20득점 이상 | 25 회 | 17 회 | 9 회 | 7 회 | 5 회 |
크로포드와 스미스의 득점력은 팀 내 2옵션 급으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다. 마틴과 지노빌리 역시 역할과 시간만 주어진다면 당장이라도 더 나은 기록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들.
하지만 효율성(36분 환산 득점: 20.6점)과 폭발력(20득점 이상: 25회) 측면에서 놓고 본다면 크로포드가 조금 더 앞선다. 플레이오프 경험이 적은 것이 유일한 약점이지만 말이다.
#3점슛
저말 크로포드 | JR 스미스 | 케빈 마틴 | 마누 지노빌리 | 레이 알렌 | |
3P / 3PA | 1.9 / 5.0 | 2.0 / 5.7 | 2.2 / 5.1 | 1.5 / 4.1 | 1.7 / 4.2 |
3P% | 38.1% | 35.2% | 42.6% | 36.3% | 44.7% |
3점슛이라면 NBA, 아니 전 세계 1, 2위를 다투는 선수들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3점슛 능력만 놓고 본다면 NBA 역대 통산 3점슛 1위에 빛나는 알렌과 마틴이 가장 앞서 있다.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의 손끝에서 파생하는 3점슛은 마이애미 히트의 가장 강력한 무기. 꾸준함 역시 알렌이 지닌 강점이다.
마틴 역시 팀이 원하는 역할을 100% 충족시키며 리그 최고의 3점 슈터로 거듭났다. 하지만 큰 경기 경험이 적다는 점이 변수다. 그 탓에 큰 무대에서는 아직 검증을 마치지 못했다.
파이널 경험이 가장 많은 지노빌리, 터프한 상황을 혼자 힘으로 뚫을 수 있는 운동능력의 소유자 스미스, 몰아치기에 능한 크로포드도 만만치 않은 3점 능력을 갖고 있다.
#돌파력
저말 크로포드 | JR 스미스 | 케빈 마틴 | 마누 지노빌리 | 레이 알렌 | |
FT / FTA | 3.0 / 3.5 | 2.3 / 3.0 | 3.0 / 3.3 | 2.9 / 3.6 | 1.8 / 2.1 |
FT% | 85.8% | 76.3% | 89.9% | 79.8% | 87.5% |
올 시즌만 놓고 본다면 뛰어난 운동능력을 앞세워 수많은 하이라이트 필름을 양산한 스미스의 돌파가 가장 매섭다. 발전의 여지도 충분하다. 37세의 많은 나이가 다소 걸림돌이지만 베테랑 지노빌리 역시 변함없는 위력을 과시 중이다. 효과적인 유로 스텝과 화려한 피벗을 앞세워 상대 골밑을 공략하고 있다.
마틴의 경우, 2년 전까지만 해도 36분 기준 평균 8~9개의 자유투를 얻어내며 자유투 제조기로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자유투 시도 개수가 급감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