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데이트] 다시! 농구와 함께하는 박구영의 농구인생 제 2막 ②
[루키=편집부/박지영 MBC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 ①편에 이어...
박구영의 유년기
지영: 어렸을 적, 드라마 <마지막 승부>에 출연했다면서요?
구영: 네! 저 장동건 씨도 봤어요!(웃음) 제가 극중에서 장동건 씨한테 질문도 했어요. 대사도 있었던 거죠. 그런데 반 잘려서 나왔어요.
지영: 그때가 몇 살이었어요?
구영: 초등학교 4학년이었나? 엔딩에서 장동건씨가 시골에 내려와서 선생님을 하는데 그때 학생 역할이었던 거죠.
지영: 그 촬영이 농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나요?
구영: 아뇨. 어머니가 농구를 워낙 좋아하셔서 훨씬 전에 운동을 시작했어요.
지영: 의외네요. 보통 부모님은 반대를 많이 하시던데.
구영: 제가 어렸을 적부터 공을 잡고 노는 걸 좋아했어요. 어머니가 농구 한 번 해볼 생각이없냐고 하셨죠.
지영: 공부에 취미가 없었나보네요!
구영: 아니에요! 저 웬만큼 했어요!!! 아마.. 평균 90점 이상?
지영: 오... 정말 잘 했네요!
구영: 아.. 그런데 운동 시작하고 나서 손을 놓으니까 잘 안되더라고요.(웃음)
지영: 농구를 시작하고 나서는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요?
구영: 없었어요. 농구가 재밌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양)희종이나 (정)의한(전 KCC)이랑 같이 재밌게 농구 했거든요.
지영: 농구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요?
구영: 친구들이랑 공들고 같이 뛰어다니는 거? 그런 게 너무 좋았어요. 그땐 국가대표가 되겠다거나 어떤 선수가 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없었고요. 막연히 뛰어다니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지영: 공을 가지고 노는 건 축구나 야구도 있었을 텐데, 왜 하필 농구였나요?
구영: 지금 생각해보면 야구할 걸 그랬어요.
지영: 하하하. 인터뷰를 해보면 그렇게 얘기하는 농구선수들이 정말 많아요.
구영: 진짜로요. 야구를 너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지영: 투수요 타자요?
구영: 포수요. 잡는 거를 좋아해요. 축구해도 항상 골키퍼 보고, 막고, 잡는 거 좋아했어요.
지영: 그런데 농구는 잡는 거 말고 주는 거 많이 하는 포지션이었잖아요?
구영: 동근이형한테만 주잖아요.(웃음)
지영: 어떤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구영: 이왕 시작한 농구,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당시 승진이, 희종이, 의한이랑 같은 학교에서 뛰니까 워낙 팀 전력이 좋았어요. 제가 잘해서 우승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른 여느 선수들처럼 ‘이러다가 조용히 사라지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안 해 본 것도 아니고요. 저는 운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대학에 가서도 감독님이 아들처럼 예뻐해 주셨고요.
지영: 대학시절은 어땠어요?
구영: 사실 대학 진학 할 때 경희대랑 성균관대에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요. 어머니는 제가 채찍질이 필요한 스타일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당근이 필요했어요. 주저 없이 단국대를 생각했었죠. 어머니랑 엄청 싸우기도 했어요.
지영: 그렇다면 단국대 시절에는 ‘행복농구’하셨나요?
구영: 그럼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요. 하하하.
고마운 가족, 그리고 ‘피곤한 형’ 양동근
지영: 지금 이 순간 가장 해보고 싶은 건 뭐에요?
구영: 빨리 대학농구를 보러 가고 싶어요. 이제는 전력분석이라는 역할을 맡았잖아요. 선수 때랑 지금 이 신분으로 가서 농구 보는 거랑은 분명히 다를 것 같아요.
지영: 아니... 농구 말고, 가족들이랑요!
구영: 아! 가족... 음... 뭐 특별히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은 크게 없는 것 같은데...
지영: 와... 아내분이 서운해 하시겠어요. 결혼한 선수들이 보통 아내 분 이야기 많이 하시던데!!!
구영: 에이.. 저도 아내 생각 많이 하죠. 항상 고맙고요. 와이프가 어린나이에 시집와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와이프 또래의 친구들은 놀고 여행도 다니고 하는 동안 결혼해서 아기도 낳고, 육아하면서 저한테 싫은 소리를 한 번도 안했거든요.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신부가 주인공이어야 할 결혼식에 예쁜 웨딩드레스도 못 입고요. 장모님도 고생을 많이 하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아내한테는 너무 고마워요. 일본 여행을 그렇게 가고 싶어 하는데 단 둘이 한번 다녀오고 싶어요.
지영: 고맙다는 메시지 보내주세요.
구영: 솔직히 육아가 보통일이 아니잖아요? 남자들은 육아를 정말 해봐야 해요! 그래야 엄마라는 존재가 얼마나 힘든 건줄 알 것 같아요. 저는 너무 잘 알아요! 동근이 형도 ‘육달’(육아의 달인)이고요.
지영: 아.. 또 양동근 선수네요.
구영: 뭔가 제가 잘하는 것 같다가도 동근이형만 생각하면 마무리가 잘 안되네요. 그 형은 좀 너무해요.
지영: 어떤 면에서요?
구영: 애들도 잘 보지만 형수한테도 그렇게 잘해요. 이벤트도 장난 아니고요. ‘농구계의 최수종’이라고 해도 될 정도에요. 성공했는지 모르겠는데 지난번에는 피아노도 배우더라고요.
지영: 정말 대단하네요. 그런 걸 보고 배우셔야죠!
구영: 아니, 그런데 형이 이벤트를 해줘서 형수가 자랑을 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동근이 형은 그걸 자기가 자랑을 해요. 그래서 더 피곤해요. 감독님은 어려운 분, 동근이형은 피곤한 분, 그리고... (함)지훈이는 만만한... 아.. 아닙니다.
지영: 양동근 선수는 농구만 열심히 노력하는 게 아니었네요?
구영: 타고난 게 크죠. 동근이 형이 열심히는 하는데, 사실 저희 팀 선수들도 다 열심히 해요. 동근이 형은 면 요리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몸 관리를 제대로 하려면 사실 그것도 피해야 하는 데 별로 그런 것도 없어요. 그런데도 ‘몸 관리를 정말 잘하는 선수’로 평가 받잖아요? 제가 오랫동안 옆에서 봤을 때, 그 형은 타고난 게 정말 커요. 하하하. 정말 몸이 장난이 아니에요. 자기는 우리가 안 볼 때 몰래 연습한다는데, 말이 안 되죠. 하루 종일 같이 있는데 ‘몰래’라니요? 꿈에서 운동하나 봐요. 어쨌든 지금도 은퇴 걱정을 전혀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정말 몸이 좋아요. 정말 대단해요.
지금까지를 되돌아보며
지영: 한 팀에서 프로생활을 처음부터 끝까지 할 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행운일 텐데요?
구영: 그래서 축복 받은 것 같아요. 과정이 어떻든 여기 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제가 갖고 있는 것들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유재학 감독님도 까다로운 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10년 가까이 품어 주셨다는 건 제가 어느 면에서는 인정받았다는 뜻 아닐까요? 정말 행복했어요.
지영: 박구영에게 모비스란?
구영: 다리 같은 팀? 저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준 팀이요. 만약 제가 다른 팀에 가거나 트레이드가 됐다면 지금 이렇게 인터뷰도 못했을 거예요. 제 인생을 바르게 갈 수 있게 만들어준 다리 같은 팀이죠!
지영: 유재학 감독님은요?
구영: 저에게 정말 ‘스승’이라는 단어가 가장 어울리시는 분 같아요! 아직 어려운 스승님? 이번에 은퇴 이후 감독님께 연락을 드렸거든요. 감사 인사를 드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해서 적어도 3-4분 정도는 통화를 한 것 같았는데, 끊고 보니 딱 47초였더라고요. 아..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게 감독님은 지금도 제게 어려운 분이세요.
지영: (웃음)정말 얼마나 어려운 분인지 알겠네요. 팬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구영: 은퇴를 했지만 울산을 안 가는 건 아닙니다.(웃음) 어떤 식으로 인사를 드려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기회가 생길 것 같아요. 모비스도 지금처럼만 응원해주신다면 너무너무 감사할 것 같아요. 마지막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제가 투입되었을 때 제 이름을 연호해주시던 팬들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어요. 그 응원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희종이가 울산 홍보대사해도 되겠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고 앞으로도 어떤 자리에서든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해당 기사는 <루키 더 바스켓> 2018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사진= 박진호 기자 ck17@rookie.co.kr,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