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12패의 참혹한 현실…탱킹과 육성 사이, 길 잃은 마법사들
[루키 = 이미르 명예기자] 무조건적인 출전 시간 보장이 답인 것일까.
디 애슬레틱의 조쉬 로빈스 기자는 17일(이하 한국 시간), 끝이 보이지 않는 패배의 수렁에 빠진 워싱턴 위저즈의 딜레마를 집중 조명했다.
워싱턴은 빌랄 쿨리발리, 알렉스 사르, 키숀 조지, 밥 캐링턴 등 유망주들에게 출전 시간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고 있지만 과연 이들이 승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워싱턴은 17일 브루클린 네츠와의 홈경기에서 106-129로 완패하며 11연패의 늪에 빠졌다. 시즌 성적은 1승 12패로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함께 리그 최하위다. 경기 내용은 더욱 심각했다. 수비 효율 29위, 넷 레이팅 최하위라는 지표가 말해주듯, 워싱턴은 53%의 야투 성공률을 허용한 끝에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워싱턴의 브라이언 키프 감독은 "역경 앞에서 무너졌다"며, "상대가 흐름을 탈 때 버티지 못했다. 우리 팀에서 본 적 없는 실망스러운 모습"이라고 질책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선수들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선수들만의 미팅(players-only meeting)'을 가졌다. 쿨리발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대화였다. 승리에 익숙한 베테랑들이 나서서 목소리를 높였고 모두가 경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로빈스 기자는 워싱턴이 2026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지키기 위해(상위 4순위 보호 조건) 의도적으로 패배를 감수하는 로스터를 구성했다고 지적했다. 1~3년 차 어린 선수들이 48분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으며, 이는 곧 잦은 실수와 패배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러한 패배가 '학습된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크리스 미들턴은 훈련장에서 어린 선수들이 패배에 좌절하지 않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는 "몇 번의 패배가 우리의 최종 목표를 방해하게 둬선 안 된다"며 "선수들이 매일 긍정적인 태도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리 키스퍼트의 생각은 조금 더 복잡했다. 그는 "지금 어린 선수들은 내가 신인 때보다 훨씬 많은 기회를 받고 있다. 이는 축복이지만, 동시에 '승리'라는 기술을 배울 기회는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키스퍼트는 "승리도 연습이 필요하다. 단순히 스위치를 켜고 끄듯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접전 상황(클러치)을 겪어봐야 이기는 법을 배운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워싱턴은 지난 시즌 NBA에서 두 번째로 적은 29번의 '클러치 게임(종료 5분 전 5점 차 이내 승부)'을 치렀다. 이번 시즌도 단 4번의 클러치 상황만을 맞이했다. 11번의 패배 중 대부분이 일방적인 경기였기에 어린 선수들은 긴박한 승부처에서 어떻게 경기를 마무리해야 하는지 배울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로빈스 기자는 워싱턴이 드래프트 지명권 사수와 유망주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자칫 유망주들의 위닝 멘탈리티를 망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3경기에서 12패를 당하는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은 없겠지만, 과정에만 집중하기엔 결과가 너무 처참하다.
마지막으로 키숀 조지는 "힘들지만, 결과가 없더라도 과정이 옳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