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메이트] ‘경상도 사나이’ 이승현-김진유의 동거스토리 ②
①편에 이어…
“제 머리 보이시죠?” 빡빡머리 뒷이야기
[루키=김영현 기자]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김진유는 루키 시즌 빡빡머리 스타일을 고수해 신인의 투지(?)를 절로 느끼게 했는데, 그 뒷이야기를 공개한다.
김진유는 신인 드래프트서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짧게 자른 수준이 아니라, 강제로 잘린 것만 같은 길이였다.
이 모습을 본 타 구단 코치진은 “(김)진유는 머리 스타일부터 프로에 올 마음가짐이 된 것 같다”며 그를 높이 사기도 했다. 고양실내체육관에서 홈팬들에게 인사하는 자리에서도 “제 머리 보이시죠?”라며 자신의 짧은 머리카락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뜻을 어필했다.
근데 그게 다는 아니었다. 이승현(상무)에게 그 내막을 들어봤다.
해당 기사는 더 바스켓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추가/각색했습니다.
이승현(이하 승현) : 보는 사람마다 백이면 백 진유한테 머리카락을 왜 그렇게 깎았냐고 물었잖아요. 지금은 기르고 있는 거예요. 사실 이 머리 스타일에는 뒷이야기가 있어요. ‘제 머리 보이시죠?’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너 그때 머리카락 왜 잘랐어. 말해봐.
김진유(이하 진유) : (타 구단 코치진이 머리 스타일을 보고 칭찬했다고 하자, ‘좋네요’라며 내심 흐뭇해하며) 다운 펌을 했는데 머리카락이 너무 눌려서… 민 거예요. 그전부터 머리카락이 짧긴 했는데, 다운 펌에 실패하고 아예 삭발해버렸죠. 그때 황준삼 건국대 감독님한테 혼났어요. 머리카락 왜 그렇게 잘랐느냐고요.
승현 : 자기 딴에는 머리 스타일 바꾸려고 시도했는데, 실패해서 그냥 삭발한 거죠. 홈 체육관 천장에 걸린 얘 사진 보면 너무 웃겨요. 아무리 잘생긴 사람도 삭발하면 좀 아니잖아요. 배우 원빈 씨 정도는 돼야 삭발해도 괜찮은 거지… (진유를 보며) 너도 아니더라. 제가 얘 보고 어디 나가지 말라고 하니까 ‘형, 아니에~요. 나 그래도 머리카락 길었을 때는 인기 많았어요’라고 말하더라고요. 하하.
진유 : (은근히 할 말은 또 다하는) 형 근데 제 머리카락은 너무 짧았어요. 6mm였어요. 누가 머리카락을 그렇게까지 자르겠어요. 대단한 거예요.
김진유의 짧은 머리카락을 보며 유쾌해했던 승현이 형이 지금은 상무에서 더 짧은 머리를 하고 국가대표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루키 더 바스켓(이하 RB) : 진짜 농구만 하려고 깎은 건 줄 알았어요.
승현 : 겸사겸사 한 거죠. 하려고 했던 머리 스타일도 안 됐고, 그 김에 좋은 이미지도 보여주자는 의도였겠죠. 저도 삭발해봐서 아는데, 원래 9~12mm가 반삭발의 정석이거든요. 근데 얘는 6mm를 자른 거예요. 거의 두피가 다 보였어요. 얘가 숙소 들어왔을 때 ‘너 왜 안 씻냐?’고 하니까 ‘형, 머리카락 떡 질 데도 없어요. 그냥 세수만 하고 나가면 돼요’ 이러는 거예요. 한동안 드라이기도 안 썼잖아요. 말릴 것도 없다면서요.
진유 : 다운 펌을 하니까 머리카락이 아예 두피에 붙어있는 거예요. 샴푸 해도 샴푸질 자체가 아예 안 돼요. 원래 머리카락이 뜨는 스타일이어서 죽이려고 한 건데, 아예 뿌리까지 두피에 붙어서 차마 못 보겠더라고요. 드래프트 날도 다른 애들은 구단 모자를 다 벗었는데, 저만 계속 쓰고 있었어요.
승현 : 야, 다음에는 형이 미용실 예약해줄게. 거기로 가자.
RB : 그래도 머리 스타일이랑 관계없이 아는 여자는 많으니까…
승현 : 에이~ 연락만 하고 안 만나잖아요. 안 보여주는 거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시네. (ㅋㅋㅋ) 세상이 좋아진 게 모자가 있잖아요. 얘는 코트에 다 차려입고 위에는 캡 모자 쓰고 나가는 애예요. 너 폭로할 거 다 했다, 이제.
'물주' 승현과 '형 머리 꼭대기에 있는' 진유
이승현은 평소 해산물을 좋아하지만, 아기 입맛인 김진유를 위해 분식을 같이 먹는다고. 물론 계산도 이승현의 몫이다. 인터뷰 내내 김진유를 놀렸지만, 실상은 간식도 사주고, 미용실도 예약해주겠다고 하는 등 친형 같았다. 그런 모습에 낯가림이 심한 김진유도 마음을 연 것 같다.
RB : 같이 지내면서 서로만 아는 모습도 있을 것 같아요!
승현 : 애가 지내면 지낼수록 맹한 구석이 있어요. 정상인 것 같은데, 가끔 한 번씩 이상한 짓을 하더라고요. 아까 말했듯이 경기 전에 혼자 앉아서 긴장하고요. 하하. 멍청한데 착해요. (진유는 ‘좋은 거예요? 나쁜 거예요?’라고 물었다) 나도 모르겠다. ㅋㅋㅋ. 근데 그게 얘만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애가 약지 않고, 순수한 거죠. 나쁘게 말하면 누가 속이기 딱 좋은 스타일이고요. 그래도 경기할 땐 저돌적으로 하니까… 야, 됐냐? ㅋㅋㅋ.
진유 : 형이 착하다는 걸 알긴 했는데, 그래도 이미지라는 게 있잖아요. 약간 무서운 면도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고 엄청 잘해주세요.
승현 : 물주잖아. 물주. 너 편의점 가서 사고 싶은 거 다 사잖아. (진유는 ‘맞네…ㅋㅋㅋ’라며 인정했다) 편의점에 가서 음료수 좀 사 오라고 했더니, 35000원이 결제됐다고 전화기에 알림이 뜨는 거예요. 제가 음료수를 많이 사 오라고 하긴 했는데, 그거라고 보기엔 택도 없는 금액이잖아요. 자기 먹고 싶은 것 사고, 같이 간 친구들 것까지 샀더라고요. 말도 안 했는데 알아서 산 거죠. 방에 오더니 ‘형, 제 것도 좀 샀어요’ 이러는 거예요. 제가 당황해하니까 ‘에이~ 형, 왜 이래요. 돈 많이 벌잖아요’라고 하더라고요. 요즘 저희가 미니언즈 옥수수 우유에 꽂혔는데, 그거랑 과자, 라면, 떡볶이, 핫바 다 사와요. 진유야! 그래도 내가 너 먹이고 한 거 잊으면 안 된다.
진유 : 저번에 형이 중국집에 데려간 적이 있거든요. 그 뭐죠? 유기스? (유린기를 처음 먹어보고 너무 신났던 나머지, 이름은 외우지 못했다고 한다…) 아! 유린기. 형이 그걸 사줬는데, 너무 맛있어서 이번에 친구랑 가서 또 먹었어요.
‘진유의 물주’ 승현은 예약이 필수인 이연복 셰프가 하는 중국집에 가자며, 통 큰 형님의 포스를 풍겼다. 하지만 진유의 반응은 역시 남달랐다. 보통은 그냥 ‘네’라고 넘어갈 것을 진유는 ‘형, 근데 한 달 정도 기다리는 건 좀 그렇잖아요’라며 승현 머리 꼭대기에 있었다.
RB : 이제 같이 뛰는 일도 많아졌는데, 조언해 주자면요?
승현 : 아직 신인이어서 긴장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건 경기하면 할수록 풀리니까 알아서 잘하리라 믿고, 지금처럼 꾸준히 패기 있게 하다 보면 오리온의 주전 가드가 될 것 같아요.
진유 : (형의 칭찬에 입꼬리가 계속 올라가더니) 형은 원래 잘하니까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우리 팀 목표인 통합 우승을 이룰 수 있게 형 옆에서 최대한 돕겠습니다.
사진 = 박진호 기자 ck17@thebaske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