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달러 시장을 향한 야망' NBA, 유럽을 정조준하다

2025-11-12     이미르 명예기자

[루키 = 이미르 명예기자] NBA의 유럽리그 창설 계획이 구체화됐다.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디 애슬레틱의 조 바든 기자는 NBA의 유럽 리그 창설 계획이 마침내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NBA는 2027년 10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런던, 파리, 마드리드 등 유럽의 핵심 도시들이 연고지로 거론되고 있다.

조지 아이바조글루 NBA 유럽/중동 상무이사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풋볼 비즈니스 포럼'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그는 2027년 10월 출범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약 23개월 후 리그 개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리그는 'NBA 유럽'으로 명명될 가능성이 높으며 총 16개 팀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아이바조글루는 런던, 파리, 로마, 밀라노, 베를린, 뮌헨,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아테네, 이스탄불을 핵심 연고지로 언급했다. 맨체스터(영국)와 리옹(프랑스) 역시 유력한 후보다. 16개 팀 중 마지막 4개 팀은 FIBA(국제농구연맹) 챔피언스 리그나 자국 리그 성적을 통한 플레이-인 토너먼트로 합류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팀을 구성하는 방식은 세 가지다.

첫째,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등 이미 유럽을 대표하는 기존 농구 명문팀들과의 협력이다. 둘째, 파리 생제르맹(PSG)처럼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축구팀이 농구팀을 새롭게 창단하는 방식이다. 셋째, 로마처럼 최상위 프로팀이 없는 도시에 완전히 새로운 팀을 창설하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NBA 유럽 리그가 기존 '유로리그'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점이다. 기사에 따르면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와 같은 유로리그의 핵심 명문 구단들은 이 새로운 NBA 리그에 합류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는 곧, 유로리그의 핵심인 알짜배기 팀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유로리그 자체가 존폐 위기에 몰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동시에 NBA 유럽 리그의 고정 멤버 자리는 한정되어 있기에, 어떤 팀이 NBA의 선택을 받아 합류하고 어떤 팀이 배제되어 쇠락한 리그에 남게 될지를 두고 치열한 생존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NBA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JP 모건 등 투자 은행을 고용해 투자자 물색에 나섰으며, 주로 국부 펀드나 사모 펀드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바조글루는 "유럽 스포츠 시장은 500억 달러 규모지만, 농구는 0.5%도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엄청난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NBA의 최종 목표는 단순한 리그 창설이 아닌 통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이바조글루는 NBA 팀과 NBA 유럽 팀이 함께 경쟁하는 'NBA 컵' 형태의 토너먼트를 제안했다. 이는 FIFA 클럽 월드컵과 유사한 형태로 성사될 경우 NBA 선수노조(NBPA)와의 협상이 필요하다.

아담 실버 NBA 총재는 이 유럽 리그 창설을 '확장(expansion)'의 한 형태로 보고 있다. 이는 시애틀이나 라스베이거스 등 미국 내 신규팀 창단을 통한 30개 구단 체제의 확대를 대체하거나, 적어도 상당 기간 지연시킬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신호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