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닉스에 등장한 '빌라노바 커리'? 식스맨 중 3점슛 2위... '4승 1패' 약체 이미지도 대반전
[루키 = 이동환 기자] 암울했던 피닉스에 올 시즌 새로운 희망이 등장했다. 시즌 전까지만 해도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선수인데 개막 10경기 만에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그 주인공은 콜린 길레스피다.
피닉스 선즈는 9일(이하 한국시간) LA 인튜이트 돔에서 열린 2025-2026 NBA 정규시즌 LA 클리퍼스와의 경기에서 114-103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는 여러모로 피닉스에 의미가 컸다. 이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피닉스는 원정 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다. 올 시즌만 원정 4연패 중이었고, 지난 시즌 막판까지 포함하면 원정 12연패를 기록 중이었다.
끔찍했던 원정 공포증에 빠져 있었던 피닉스였지만 클리퍼스를 제물로 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이날 피닉스는 경기 한때 18점 차 리드를 잡는 등 클리퍼스를 상대로 공수 양면에서 우위를 보이며 승리를 가져갔다.
이날 클리퍼스의 승리가 더 대단했던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경기 초반 발생한 예기치 못한 부상 이슈를 극복한 승리였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홈에서 열린 클리퍼스전에 복귀한 제일런 그린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단 6분 48초만 뛰고 코트를 떠났다. 그린이 다시 다리 통증을 호소하며 이탈할 때까지만 해도 큰 위기가 찾아오는 듯 했지만, 이날 피닉스는 다른 자원들의 활약을 앞세워 그린의 공백을 메웠다. 그 중심에 있었던 선수가 식스맨 가드 콜린 길레스피였다.
이날 길레스피는 26분 30초 동안 13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전체 야투율은 30.8%(4/13)로 좋지 않았지만 3점슛은 10개 중 4개를 적중시키며 클리퍼스 수비를 무너뜨렸다.
사실 길레스피는 시즌 개막 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개막 10경기에서 10.4점 3.9리바운드 5.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제일런 그린의 개막 초반 공백을 이미 훌륭하게 메워주고 있었다. 현재까지 총 68개의 3점슛을 던져 26개를 성공하고 있는데(성공률 38.2%) 올 시즌 길레스피보다 많은 3점슛을 성공한 식스맨은 보스턴의 앤퍼니 사이먼스(28개)가 유일하다.
농구 명문 빌라노바 대학에서 신입생 시즌(2017-2018시즌)에 NCAA 토너먼트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던 길레스피. 4학년 시즌에는 밥 쿠지 어워드를 수상하고 2년 연속 빅 이스트 컨퍼런스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을 정도로 전국구 스타였지만 NBA 커리어는 그리 순탄하지 못했다.
2022년 NBA 드래프트에서 아예 지명되지 못했고 이후 덴버와 투-웨이 계약을 맺으며 험난한 경쟁을 이어갔다.
서머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으나 이후 부상으로 별다른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고, 2023-2024시즌을 끝으로 덴버에서 방출됐다.
2024년 여름 피닉스와 투웨이 계약을 맺으며 NBA 도전을 이어갔지만 단 33경기만 출전하며 큰 믿음을 얻지 못했던 길레스피다.
하지만 피닉스가 데빈 부커를 중심으로 리툴링을 선언하고 조던 오트 감독을 새로 영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길레스피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고, 올 시즌 길레스피는 그 기회를 보란듯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길레스피의 활약 속에 피닉스는 최근 5경기에서 무려 4승을 챙기는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1일에 뉴올리언스, 13일에 댈러스, 14일에 인디애나를 만나는데 향후 일정을 고려했을 때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개막 초반 4연패 부진을 딛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피닉스의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