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스미스 사건 25년 후, 또다시 샐러리캡 신뢰 시험대에 오른 NBA
[루키 = 이미르 명예기자] NBA가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와 카와이 레너드를 상대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문제의 핵심은 구단과 연계된 친환경 기업 애스퍼레이션(Aspiration)과 맺은 4년 2,800만 달러 계약이 단순한 스폰서십이 아니라, 샐러리캡을 우회한 은밀한 보상 성격을 띠는지 여부다.
지난 4일(한국시간) 더 애슬레틱의 존 크라친스키 기자는 “레너드와 파산한 기업 사이의 계약이 클리퍼스 샐러리캡을 우회하는 통로였는가”라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전하며, 이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악명 높은 ‘조 스미스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레너드는 계약에 따라 거액을 수령했지만 실질적인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으며, 애스퍼레이션의 공동창업자 조지프 샌버그가 수백만 달러 규모의 투자 사기 혐의로 유죄를 인정하면서 사건의 신빙성이 더욱 커졌다.
애스퍼레이션은 클리퍼스 홈구장인 인투잇 돔과도 3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던 기업이다. 이에 대해 클리퍼스와 구단주 스티브 발머 측은 “샐러리캡을 우회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발머가 투자한 것은 단순한 사업적 선택이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한편 이 사건 미네소타 팬들의 아픈 기억을 건드린 것은 분명하다. 1999년 조 스미스와의 비밀계약은 당시 데이비드 스턴 커미셔너가 리그 신뢰성을 지키기 위해 가장 혹독한 제재를 내린 사례로 남아 있다.
당시 미네소타는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5장을 잃고(2장은 추후 반환), 3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구단주 글렌 테일러와 단장 케빈 맥헤일은 일정 기간 팀 운영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크라친스키 기자는 “스미스 사태는 리그 역사에서 가장 뼈아픈 셀프 자해 사건으로 꼽히며 이번 클리퍼스 건과 공통점은 분명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은 미네소타에게 치명적인 후폭풍을 남겼다. 케빈 가넷이라는 슈퍼스타를 보유하고도 보강할 자원을 잃은 미네소타는 끝내 서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팀은 2000년대 내내 플레이오프 조기 탈락을 반복했고 스미스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미네소타 팬들에게 치욕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크라친스키 기자는 “레너드의 계약이 단순한 우연이나 기업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었다면 문제는 없겠지만, 만약 리그가 위법성을 확인한다면 미네소타와 유사한 수준의 중징계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물론 두 사건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도 있다. 미네소타는 조사 과정에서 ‘비밀 합의 문서’가 공개되며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고, 구단 측이 잘못을 인정하면서 징계가 확정됐다.
반면 클리퍼스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레너드 개인 계약이 구단의 샐러리캡 운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리그가 조사 결과에서 명확한 증거를 잡는다면 드래프트 픽 박탈과 거액의 벌금, 심지어 레너드 계약의 무효화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스타 선수와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리그 전체가 세컨드 에이프런 규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구단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규정을 피해 가려 한다는 의심을 받는 순간 리그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수 있다.
미네소타가 치렀던 혹독한 대가를 상기하면 클리퍼스가 이번 조사에서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NBA 전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사건은 NBA가 얼마나 강력하게 샐러리캡 신뢰성을 지켜내려 하는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조 스미스 사건이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는 그 대가가 단순한 처벌을 넘어 한 프랜차이즈의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클리퍼스와 레너드의 이름은 한동안 리그 내에서 무거운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사진 = 로이터/뉴스1 제공